SBS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극본 문영남, 연출 부성철)는 신갑돌와 신갑순이라는 동갑내기 커플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주말드라마다. 우리 시대의 新 결혼 풍속과 부부들의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다룬 데다 각 캐릭터들의 성장기 또한 변화무쌍해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배우 유선은 그 중 이혼과 재혼을 겪으며 입체적으로 성장해나가는 갑순의 언니 신재순 역을 맡았다. 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그간의 성장통과 앞으로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느껴졌어요. 재순이라는 캐릭터가 활동 반경도 너무 좁고 성격도 소극적인 인물이었거든요. 내 자식을 데리고 다른 가정에 들어가다보니 조금식(최대철)의 눈치도 많이 보게 되고요. 대본에 적혀있는 것도 매번 청소하고 밥하는 거 아니면 ‘상처받는 눈빛을 짓는다’ 밖에는 없었어요.”
유선은 눈빛과 표정 연기만으로 내면의 답답함을 표현해야 했던 자신의 답답함이 캐릭터와 맞물려 시너지를 발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재순이의 말문이 터지는 장면이 있어요. 소위 ‘사이다 장면’이죠. 저는 그 첫 사이다 한 방울을 잊을 수 없어요. 시청자 분들도 통쾌했다는 반응을 보내주셨고요. 어떻게 보면 ‘이 카타르시스를 위해 작가님이 그간 치밀하게 고구마 농사를 지으신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놀라워요.”
유선은 ‘우리 갑순이’가 문영남 작가의 필력에 대해 다시 한번 놀라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작가님의 대본에는 한 캐릭터도 버리는 캐릭터가 없어요. 어떤 캐릭터든 다 러브 라인으로 이어지는 ‘짝꿍’이 있거든요. 멜로를 연출할 수 있는 짝꿍이 있다는 것은 배우로서는 정말 행복한 환경이죠.”
배우 유선 / 사진제공=모션미디어
유선은 지난 2일 여의도공원에서 시민들에게 커피를 나눠줬다. 지난 12월 열린 ‘우리 갑순이’ 기자간담회에서 시청률이 20%를 돌파하면 200잔, 30%를 넘으면 300잔의 커피를 나누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우리 갑순이’는 지난 3월 18일 전국 시청률 20%를 처음 돌파했다. 이후 25일에는 20.3%를 기록했다. 유선은 그 때를 회상하며 무조건 20%를 넘길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6.8%로 시작해서 20.3%까지 시청률이 올라왔다는 건 경이로운 일이죠. SBS에서 5년 동안 살리지 못했던 주말드라마 시간대라 고민도 많았다고 알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 갑순이’가 다음 주말드라마가 안정적으로 편성될 수 있도록 기록을 만든 거죠. 그래서 공약을 이행하면서도 너무 행복했어요.”
초반에 시청률이 부진해 조바심이 나진 않았냐고 묻자, 유선은 “문영남 작가님의 작품인데다 시청률에 대한 갈증으로 시작했던 터라 조바심이 안 날 수가 없었다”라고 답했다. 그는 그럼에도 단 두 사람만은 흔들리지 았았다고 얘기했다.
“편성 시간대가 주는 힘겨운 싸움이 있었어요. 초반에 외롭게 싸워야 하는 기간이 있었는데 작가님과 감독님만은 절대 흔들리지 않으시더라고요. ‘믿고 기다려라’라고 배우들을 다독이셔서 저희도 힘을 받고 갈 수 있었어요. ‘대본만 읽어도 너무 재밌는데 이게 어떻게 안 돼?’라는 자신감도 계속 받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