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현경이 지난 2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엄현경은 올해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지난 21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극본 최수진 최창환, 연출 조영광 정동윤)에서는 형이 되기 위해 살인을 불사한 차민호(엄기준)의 아내이자 도산한 재벌의 딸 나연희로 분해 섬세하면서도 절제된 연기를 보여줬으며, KBS2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3’에 합류한 이후부터는 털털한 성격으로 반전 매력을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렇게 자신만의 캐릭터와 매력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엄현경은 “처음에는 돋보여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배우나 MC들과 이질감 없이 어울려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드라마도, 예능도 혹시나 피해를 끼칠까봐 걱정됐다. 그래서 ‘일단 잘해내보자’라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다.
‘해피투게더3’을 통해 솔직한 입담으로 먼저 인지도를 높였던 엄현경은 ‘피고인’에서 나연희로 연기를 하면서도 ‘예능 이미지’가 자신의 캐릭터를 가릴까봐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의 밝은 이미지와 반대되는 캐릭터를 할 수 있어서 내겐 행운이었다. 내 ‘예능 이미지’도 ‘피고인’이 희석시켜 줬다. 이렇게 전혀 다른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드릴 수 있는 행운 같은 기회도 다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하면서도 “아직도 감독님이 왜 나를 캐스팅하셨는지 궁금하다”라는 말로 웃음을 안겨 숨겨지지 않는 예능감을 드러냈다. 극중에서 예능 이미지를 떨쳐낼 수 있을지 걱정했던 만큼, “‘해투’ 엄현경과 ‘피고인’ 엄현경은 다르다”라는 평을 들었을 때 감동을 받았다고도 밝혔다.
배우 엄현경이 지난 2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평소 법정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기에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땐 걱정보다는 기쁨이 컸다. 엄현경은 “좋아하는 장르인데다 대본을 4회까지 읽었을 때 너무 재밌기까지 했다. 너무 기쁘고 신기해서 ‘저 이거 하는 거 정말 맞아요?’라고 계속 물어봤다”고 밝혔다.
극중 엄현경과 가장 많이 대면했던 배우는 엄기준이다. 엄현경은 “엄기준 선배, 마지막 신까지 ‘아재 개그’를 치셨다”는 비화를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내가 ‘아재 개그 한다’고 놀리면 ‘맞아 나 아재야’이렇게 받아친다. 생각했었던 이미지랑 다르게 유쾌한데다 조언도 잘 해줬다”라고 말하며 “카메라를 더 예쁘게 받을 수 있는 각도까지 알려줬다. 한번은 선배 없이 촬영을 했었는데 좀 덜 예쁘게 나온 것 같아서 선배의 힘 아닌 힘을 체감했던 적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엄현경은 지성을 통해서도 연기에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관찰’이라는 걸 놓치고 있었다. 지성 선배한테 쉽사리 자신감이 들지 않는 캐릭터는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물어보니까 ‘많이 봐야 한다’고 말해줬다. 많이 보고 따라하면 나의 것이 생길거라고. 사실 늘 듣던 얘기지만, 이렇게 세심하게 조언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머리를 뭔가로 맞은 것 같았다”며 “늘 좋아하는 것만 하려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어려워하는 캐릭터상도 많이 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