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출신 연기자’라는 타이틀이 이제는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작품 곳곳에 등장하고, 또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기도 한다. 애프터스쿨 출신 이주연 역시 쉽지 않은 행보에 뛰어들었다. 2009년 데뷔해 2014년까지 걸그룹의 멤버로 살다가, 지난해부터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배우를 꿈꾸며 2막을 열었고,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고 있다.
최근에는 연극 ‘서툰 사람들’을 통해 무대 연기에도 도전했다. 모든 것이 서툴고 낯설고 쉽지 않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갈 생각이다. 계단을 오르듯 최선을 다하면, 어느 순간 찾아온 좋은 기회를 제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지금 당장 무언가를 이루거나, ‘반짝’이 아닌 진정 연기를 할 때 뜨거운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10. 지난해와 비교해 작품 활동을 활발히 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지냈나. 이주연 : 조금씩 연기의 폭을 넓히기 위해 여러 가지 도전을 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에는 다 찍었지만 아직 공개가 되지 않아서 쉬고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보여드릴 것이 많다.(웃음)
10. 맞다. TV에서 볼 수 없으면 쉰다고 생각하기 쉽다. 아마 주위에서도 ‘언제 나오냐’고 할 것 같다. 이주연 : 성격 자체가 압박을 심하게 받지 않아서,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이 일을 하면서 깨달은 건 서두른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빨리 되는 것이 다는 아니더라. 천천히, 탄탄하게 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10.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게 된 건지, 원래 성격은 어떤가. 이주연 :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사실 급한 면이 있었는데, 성격이 바뀌었다.
10. 가장 변한 점은? 이주연 : 가수를 할 때는 멤버들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먼저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 해줬다. 배우를 하면서는 혼자 하나하나 체크를 해야 하고, 내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되더라. 인터뷰도 그룹 활동 때는 다른 멤버들이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렸다. 지금은 혼자니까, 기다릴 수 없지 않나.(웃음) 사소한 것 하나까지 직접 고르고 신경을 쓰려고 한다.
10. 나이의 영향도 있을 것 같다. 애프터스쿨 활동 때는 어렸으니까. 이주연 : 어른스러워진 면도 확실히 있다. 책임감도 생기고. 보여주기 위한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주연/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연극 ‘서툰 사람들’을 통해 무대 연기에 도전했고, 쉽지 않을 텐데 연장까지 해서 3개월 넘게 공연 중이다. 이주연 : 사실 처음에는 겁이 많이 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가야 하는 것이니까, 이렇게 극을 이끄는 비중이 큰 역할은 처음인데다 찰나도 놓치면 안 되는 연극이라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힘든 일도 있었고, 긴장도 많이 됐다. 시작하고 한 달 반 정도는 매일 첫 공연처럼 떨렸다. 지금 세 달째 접어드니까 조금씩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애드리브를 한다든지, 동작을 조금 바꿔본다든지. 처음에는 드라마, 영화 찍고 나서 연극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마음이었다. 지금은 너무 힘들다.(웃음) 드라마 촬영으로 밤새우고 연극을 하는 게 정말 쉽지 않다.
10. 첫 공연 때 기억나나. 이주연 : 물론이다. 부모님과 가장 친한 친구가 왔었는데, 긴장을 많이 했다. 또 그런 면이 재미있었다.
10. 느끼는 것도 많겠다. 아까 말했듯 온전히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을 놓치게 되니까. 그래서 무대 연기가 힘든 것일 테고. 이주연 : 또 한 번 연습량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정말 연습을 많이 했다. 사실 연습에는 적응이 돼 있다. 애프터스쿨 때 스파르타식으로 연습을 했으니까. 다른 그룹도 물론 연습을 많이 했겠지만, 워낙 퍼포먼스를 많이 해서 우리는 몇 배 더 했다고 생각한다. 몇 년 동안 그렇게 했던 것이 몸에 밴 것 같다. 연극도 마찬가지로 언제 어디서든 연습을 했다. 그래서 무대에서 실수도 없었고,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몸이 기억하도록 진짜 연습을 많이 했다.
10. 애프터스쿨 때의 경험이 도움이 된 거네. 이주연 : 연극을 하면서 오랜만에 연습생 때의 기분이 들었다.(웃음)
10. 또 연극을 하면서 든 생각, 달라진 것들이 있나. 이주연 : 간접경험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실 다른 연습생과 달리 고등학교, 대학교 생활을 다 했다. 그래서 누릴 건 다 누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많이 배우고 더 부지런해지고 취미생활도 더 길러야 할 것 같다. 연습량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감정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 그동안 대본을 받고 공감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더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이주연/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열심히 촬영한 작품이 차례로 공개된다. 설레고 떨리겠다. 이주연 : 드라마 ‘사임당, 빛의 열기’부터 웹드라마, 영화 ‘더킹’까지. 다양한 역할을 했다. 그중에서는 표현하기 어려운 작품도 있었는데, 해놓고 보니 뿌듯한 것 같다. 이제는 대중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
10. 정말 역할이 다양하다. 작품을 선택할 때의 기준이 무엇인가. 이주연 : 다양하게 해보고 싶은데, 아직 나에게 맞는 게 무엇인지 모르니까 그걸 알고 싶다. 그래서 여러 가지 도전을 해본 거다. 그동안 보인 게 없어서인지 이미지가 박혀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가벼울 수 있는 역만 했는데 이제는 무겁고, 진지하기도 하고 그런 깊은 연기를 해보고 싶다. 사연이 있는 역할도 사실 아직 자신은 없지만 꼭 해보고 싶다.
10. 걸그룹 출신이라는 이미지를 떼고 싶은 마음도 클 것 같은데. 이주연 : 지금은 그런 생각이 없다. 그룹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됐지만, 사실 누구나 어딜 가도 ‘애프터스쿨 이주연’으로 더 많이 알고 있고, 그렇게 설명을 해야 안다. 차근차근 벗을 수 있을 것 같다.
10. 최근에 드라마 ‘굿 와이프’를 통해서 나나가 호평을 받았다. 같은 동료가 선전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새롭기도 하겠다. 이주연 : 사실 자극도 많이 되고, 응원도 하게 된다. 모니터를 하면 다들 잘 가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또 보고 배울 것도 있다. 나나는 드라마에 앞서 고민을 많이 했다. 연극, 드라마 경험이 있는 나에게 묻기도 했고. ‘굿 와이프’ 속 역할 자체가 나나와 잘 맞는 것 같다.
10.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길 것 같은데. 이주연 : 드라마이든, 영화든 지금은 많이 하고 싶다. ‘또 오해영’의 서현진을 보면서 생각했다. 확실히 내공이 다져졌을 때 보여줄 수 있으면 좋은 거구나. 차근차근 밟아가는 걸 느끼고 있어서 지금도 좋다. 사실 연기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면서 힘든 점도 있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의 한계를 느끼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고 말이다. 사실 또래의 다른 친구들보다 좀 느린 것 같다. 이제야 20대 초반의 감정이 생긴다. 자극도 받고, 질투심도 느끼고.(웃음) 지금까지는 그런 감정들이 전혀 없이 살았다. 절실해야 이를 악물고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전혀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오히려 친언니는 정반대의 성격인데, 드라마를 보다가도 또래의 연기자들이 나오면 연락을 해서 챙겨보라고 알려준다. 압박을 주고.(웃음)
이주연/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사춘기 혹은 성장통 같은 걸 겪고 있나 보다. 이주연 : 느리다는 걸 인정한다. 느리다고 나쁜 건 아니겠지? 이제는 일, 사랑, 가족, 또 세상 물정까지 막 알아가고 있고 열심히 살려고 한다. 오랫동안 ‘너는 애 같아, 너무 몰라’라는 말을 듣고 살았다. 한 광고에서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아’라는 말이 요즘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꼭 나에게 하는 이야기인 것 같아서 배우고 움직이고 여러 가지를 하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수영도 하고, 영어도 배우고 있다.
10. 연기를 할 때 선배들의 조언도 큰 힘이 될 것 같다. 이주연 : 어제도 같이 연극을 하는 선배님께서 좋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진심으로 이해를 하고, 뜨거워져야 한다고. 뜨거운 배우가 되고 싶다.
10. 앞으로 어떤 이주연을 기대하면 좋을까. 이주연 :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잘 하면 어느 순간 주인공이 돼 있을 것이고, 인정도 받을 거다. 그때까지 항상 준비된 자세로, 출중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열심히 다져야 할 것 같다. 당장이라도 주어지면 해낼 수 있도록. 하반기에는 더 활발히 활동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