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을 말해줄까. 사실 15년 전 이미 뮤지컬 해봤어. 아무도 모르지. ‘엘리자벳’이 첫 작품인 줄 알 테지. 중요한 건 이제 그는 모두가 인정한 배우. 최고가 되기 위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노력하지” (지난해 열린 박효신의 ‘해피투게더’ 콘서트에서 뮤지컬 배우 김수용의 노래 中)

그리고 지난 4월, 박효신은 뮤지컬 ‘팬텀’ 출연 소식을 알려왔다. ‘팬텀’은 ‘오페라의 유령’의 스핀오프 격인 작품으로 팬텀의 과거사와 그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집중적으로 다룬 극이다. 박효신은 극중 팬텀 역을 맡아, 유령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처절한 운명을 보여준다. 뮤지컬배우 류정한과 카이가 같은 배역에 캐스팅됐으며 크리스틴 다에 역의 임선혜, 김순영, 임혜영과 호흡을 맞췄다.

이를 테면 2막에 등장하는 ‘그 어디에-리프라이즈’와 ‘나의 빛, 어머니’라는 곡에서 박효신은 전혀 다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전자의 경우, 극도의 분노가 담긴 곡. 박효신은 강하고 단단하게 소리를 울리며 팬텀의 감정을 전달한다. 특히 곡 후반부, 오케스트라가 멎은 상태에서 박효신의 목소리만이 퍼져 나갈 때에는 가히 압도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반면 ‘나의 빛, 어머니’라는 넘버에서는 한결 청아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노래하는 이 곡에서, 박효신은 소년 같은 목소리를 들려주며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덕분에 표정 연기가 어렵다는 핸디캡(극 중 팬텀은 내내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다)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물 오른 연기력도 극의 몰입을 돕는다. 한 관객은 “가면 위로 흐르는 눈물이 객석에서도 보이더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주변 인물과의 갈등 상황에서 등장하는 새된 외침 역시 관객들의 가슴을 긁는다. 여기에 호리호리한 그의 신체조건이 더해져 팬텀의 ‘짠내’는 한층 더 증폭된다.
김수용이 불렀던 노래의 가사처럼, 박효신은 이제 모두가 인정한 뮤지컬 배우가 됐다. 몇 년 째 감감무소식인 그의 7집 발매도 물론 기다려지지만, 배우 박효신의 차기작 소식 역시 많은 이들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박효신이 출연하는 뮤지컬 ‘팬텀’은 오는 26일까지 서울 중구 흥인동에 위치한 충무 아트홀에서 개최된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