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텐아시아=한혜리 기자] KBS에서 야심차게 선언한 예능드라마 KBS2‘프로듀사'(연출 표민수 서수민, 극본 박지은)가 지난 20일 12회로 막을 내렸다. 마지막 회에서는 일상으로 돌아가 웃음을 짓는 모두의 모습이 그려졌다. 끝난 듯 끝나지 않은, 확실한 결과가 없는 모호한 결말에 고개를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프로듀사’는 예능국의 ‘일상’을 그린 드라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과도 같이 주인공들의 결말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저마다 성장했고, 봄을 지나 여름 날 쨍쨍한 햇빛 같은 앞 날을 예고했다.

꼬이고 꼬였던 사각 로맨스는 결국 하나가 마음을 접고서야 해결됐다. 애초에 서로를 향한 애정이 향한 방향만 봐도 예상했던 결과였다. 항상 마음을 접은 쪽은 가슴아픈 이별의 후유증을 겪어야 했지만, 막내 PD 백승찬은 후유증 보단 성장을 택했다. 일곱번 넘어져도 일어나는 ‘개구리 왕눈이’같이 승찬은 다시 앞으로 걸어나갔다. PD로서도 성장을 꾀했다. 인생을 방송에 비유한 승찬에게 예진은 “너 이제 좀 피디같다”라고 던졌고 이는 승찬의 마음에 단단히 자리잡았다. 이후 승찬이 만든 예고편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PD 백승찬의 앞날을 기대케 했다.
성장을 겪은 건 비단 승찬 뿐만 아니다. 불행한 가족사를 숨기고 거짓말을 했다는 오해를 받은 신디는 하루 아침에 국민 여동생에서 국민 요물이 돼 버렸다. 하차를 요구하는 주변의 압박에도 불구, ‘1박 2일’ PD 준모는 신디를 책임지기 위해 촬영을 강행했다. 논란으로 촬영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수면제를 먹고 자고 있던 신디의 집에 ‘1박 2일’팀이 찾아왔다. 신디는 하차논란에도 불구하고 찾아와준 스태프들을 바라보며 고마움에 눈물을 흘렸다. 이에 신디는 자신의 옆을 지켜주는 사람들을 믿기 시작했고, 앞으로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았다.

대망의 최종회 카메오 출연은 송해. 35년 간 ‘전국노래자랑’으로 KBS의 터줏대감이신 송해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카메오 행렬은 성대하게 막을 내렸다. ‘프로듀사’는 KBS 예능국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답게 KBS 예능의 대부를 모셨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예능국 막내 백승찬과 의외의 케미를 발산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로도 애주가인 송해 선생님의 특징을 살려 승찬을 만취상태로 만들었다. 승찬은 60이 넘는 나이차를 뛰어넘어 송해 선생님을 ‘해 형’이라고 부르며 귀여운 하트를 날려 웃음을 자아냈다.

변대표를 벗어나 일인 기획사를 설립한 아이유는 예전보다 홀가분한 모습이었지만 매니저에게 “기름 값 아끼라”는 현실 잔소리를 해 소속사 대표다운 깐깐한 면모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승찬은 자신이 만든 예고편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 함께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기지 못했다. 이어 승찬은 “이제 좀 피디 같죠?”라고 물었다. 그러나 지나가던 준모에게 “영수증처리 이렇게 할래? 네가 피디야?”라는 질책을 받아 여전히 구박받는 막내의 모습을 보였다. 일상을 얘기한 ‘프로듀사’에는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극적인 반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다른 드라마처럼 성장은 있었다. 다사다난한 봄 날을 거친 그들은 햇빛 쨍쨍한 여름 날로 향하고 있었다.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KBS2 ‘프로듀사’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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