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토이 공연이 열린 체조경기장은 목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눈짐작으로 관객 중 90%가 여성이었다. 인기 아이돌이 아닌 가수가 체조경기장 사흘 연속 공연을 연다는 것, 또 거의 매진시킨다는 것은 토이, 아니 유희열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공연의 시작은 ‘라디오천국’의 오프닝 시그널이었다. 팻 메시니 그룹에 대한 오마주를 담았다는 이 곡은 유희열의 DJ로서, 또 밴드의 일원으로서 정체성을 보여주는 좋은 오프닝임이 분명했다.

이들이 무대에서 나눈 이야기는 유희열과 아티스트 사이의 교감을 잘 보여줬다. 유희열이 ‘리셋’을 녹음할 때 이적에게 ‘다음 토이 공연 첫 곡은 이곡이야’라고 말한 것, 김동률에게 무려 6년 전부터 객원가수를 부탁하고, 3년 전부터 ‘형 올해 앨범 낼 거야’라고 말한 것은 토이 팬들에게 모두 소중한 단서들이었다.

이들 말처럼 유희열은 노래를 정말 못했다. 유희열이 직접 노래하는 ‘내가 남자친구라면’을 들어보니 정말 일반인 이하 수준의 노래였다. 하지만 팬들은 그 몹쓸 성대마저 사랑하더라. 유희열이 노래할 때 반응은 왠지 애틋했다.
토이의 히스토리와 함께 해온 김연우, 김형중, 조원선, 윤종신의 무대도 이어졌다. 김연우의 ‘여전히 아름다운지’, 조원선의 ‘기다립니다’ 등은 잊고 있었던 당시 음악의 감동과 함께 개인적인 추억도 건드렸다. 공연 내내 평정심을 유지하려 했지만(왜? 혼자 와서?) 공연 막판에 이어진 ‘좋은 사람’ ‘뜨거운 안녕’ ‘그럴 때마다’의 3연타에서는 그 모든 것이 무너졌다. 토이의 음악은 팬이 아닌 많은 이들에게도 삶의 일부였던 것이다.

이외에도 토이의 1집 멤버였던 윤정오가 이번 콘서트의 엔지니어를 직접 맡았다. 유희열이 함께 해온 이들이 이번 콘서트에 모두 함께 한 것이다. 김장훈, 이승환, 변재원까지 게스트로 나왔다면 그야말로 총집합이었을 것이다. 유희열은 공연 중간에 신해철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신해철을 생각하며 만든 곡 ‘취한 밤’을 직접 노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7년 만에 열린 토이 공연이었다. 유희열은 “공연을 되게 싫어한다”라고 말하면서도 “평소에는 웃기고 싶은데 공연할 때는 그러고 싶지 않다. 길 잃은 것 같고, 난 뭐 때문에 살고 있는 건가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이렇게 여러분을 보니 나 괜찮을 수 있겠구나”라고 말하며 감격을 표현했다. 공연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다음 콘서트는 언제일까? 만약에 또 7년이 걸린다면 유희열은 50대의 나이로 콘서트를 열게 되는 것인데, 그렇게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덧.권석정 기자 moribe@
유희열은 공연 중간에 혼자 온 남자 관객들을 일으켜 세우더니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만남”이라며 “난 라디오 할 때부터 남자 청취자를 괄시했다. 지금 일어난 남자 분들 나갈 때 선물 줄테니 그것 받고 다시는 오지 마라”라고 말했다. 마지막 날 공연에서 유희열은 혼자 온 남성 관객 한 명에게 공연 때 연주한 멜로디언을 선물하고 안수기도를 했다.
사진제공. 안테나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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