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태어나 시골 섬에서 자랐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휴양지 느낌이 나는 곳으로, 집 앞이 바로 바다였다. 그러니 패션이랑은 거리가 멀었을 수밖에. 백화점을 가려면 차로 한 시간이나 운전해서 가야 했다! (웃음) 그러던 어느 날 ‘도전! 슈퍼모델(America’s Next Top Model)’을 보다가 내가 알던 ‘예쁨’과 다른 ‘예쁨’을 지닌 모델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호기심이 생겨 뉴욕으로 향했는데, 그때 내 나이가 한국 나이로 열일곱. ‘엘리트 모델’을 찾아가 우연히 만난 에이전트에게 “I wanna be a model(모델이 되고 싶어요)”이라고 말했다. 그 뒤로 바로 사이즈 재고, 옷 입어 보고, 사진 찍고. 마침 타이라 뱅크스까지 있었는데, 내게 “동양적으로 예쁘게 생겼다”고 말해줘서 옆에 있던 에이전트가 기분이 좋아졌는지 당장 계약하자고 했다. 그 뒤로 쭉, 모델 일을 하게 됐다.
뉴트로지나 광고에 출연한 건, ‘럭(Luck)’이었다. 이쪽 일은 특히 ‘럭(운)’이 필요한 것 같은데, 난 모델 시작부터 이 ‘럭’이 좋았다. 물론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웃음) 내가 한국과 뉴욕을 왔다 갔다 하고 있던 때였다. 회사 언니가 미국에 있던 나한테 ‘뉴트로지나’ 발음을 녹음해서 빨리 보내라고 하더라. 그래서 ‘뉴트로지나’란 단어가 들어간 어떤 문장을 녹음해서 보냈는데, 계약까지 하게 됐다.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다. 모델 업계가 아닌, 대중 분들은 아직 나를 많이 모르시니, 한 1년간은 ‘뉴트로지나 걸’로 불려도 괜찮을 것 같다.

성윤이란 캐릭터가 어린 친구들에겐 인기가 좀 있는 것 같다. 사촌 동생들이 초, 중, 고등학생인데 자기 친구들이 “너희 누나 개그맨이야?”라고 물어봤단다. 입술 같은 거 쭉 내밀면서 “억(옥)수수”나 “니야~”, 이런 원초적인 대사나 코믹한 행동을 많이 보여줘서 그런가 보다. 하하. 여운혁 감독님은 “넌 한국에서 이렇게 배우다가 해외로 나가야 해”라고 계속 말씀하신다. 내가 “여기서 하면 안 돼요?”라고 하니깐 “넌, 그 그릇이 아니야. 그래, ‘본드걸’! 그거 해라”라고 하셨다. 한국 친구들보다 외국에서 더 먹히는 얼굴이라서 그런 것 같다. 중국 배우 느낌이 많이 난다고 하더라고. 프랑스나 스페인 쪽에 갔을 때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 준 걸 보고 ‘난, 할리우드를 가야겠구나’ 했다. 하하하.
UFC 선수 벤 헨더슨을 좋아한다. 잔인한 걸 즐기는 건 아니고, 경기할 때의 그 ‘무브먼트(움직임)’가 너무 아름답다. (팔을 휘두르는 동작을 천천히 하며) 이런 식으로, 머릿속에서 경기 동작을 슬로우 모션으로 한 번 봐보라. 근육이 움직이는 모양이나 여러 가지 것들이 진짜 ‘아트’ 같아 보인다. 농구를 보면 조단이 경기하는 모습이 춤 같잖아. 샤악 샤악 화악. 그런 것 같은 거다. 농구 선수 중엔 하워드랑 론도를 좋아한다. 그 친구들도 ‘무브먼트’가 흐르듯이 이어진다.

사람들이 나를 떠올릴 때 “으음~”, 이런 이미지면 좋겠다. (감탄하는 듯하면서도 개운한 표정으로) “으음~” 이거. “걔 완전 예뻐’ “섹시해” “귀여워” 이런 것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이었으면 한다. 오드리 헵번이나 서기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그런 “으음” 같은 거, 나도 그런 게 있었으면 한다.
글. 이정화 le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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