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블레의 내한이 알려졌을 때 업계에서는 집객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그는 너무나 미국적인 가수이기 때문이다. 스윙 빅밴드가 함께 하는 1930~40년대의 복고적인 무대에 팬들이 얼마나 반응할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4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블레의 첫 내한공연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관객이 들어찼으며 열기도 대단했다.

그가 바로 ‘크루너 간지’였다. 연미복을 입고 나와 유선 마이크의 끝 부분을 지긋이 잡고 꾸부정한 자세로 미간을 약간 찡그리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 마치 영화 ‘대부’ 속의 연회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다. 그 모습에 여성들은 자지러졌다. “너무 멋지다. 섹시하다.”라는 외침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입담도 대단했다. 스윙 리듬 위로 느끼하게 노래를 하다가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지루해질 것 같으면 연신 썰렁한 농담을 던졌다. “오늘 밤 데이트를 하시는 분들은 ‘더티 섹스’를 나누길 바란다. 솔로로 오신 분들은 커플과 함께 쓰리썸을 시도해보시길”이라고 19금 농담도 서슴지 않았다. 하긴 그의 음악은 엄연히 성인가요이기 때문에 성인농담이 나오는 게 그리 어색하진 않았다. 농담으로 웃겨주다가 ‘해븐트 멧 유 옛(Haven’t Met You Yet)’ ‘올 오브 미(All Of Me)’와 같은 로맨틱한 곡으로 넘겨버리는 게 그의 ‘수법’ 같았다. 중간에 태양의 ‘눈,코,입’ 백스트리트 보이스의 ‘에브리바디(Everybody)’ 등을 노래하는 팬서비스도 선사했다. 빅밴드 멤버 소개를 마치 NBA농구 선수 소개 영상처럼 만든 센스도 관객을 웃겨줬다.

‘필링 굿(Feeling Good)’ ‘홈(Home)’ 등 국내에 잘 알려진 노래들도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사실 잠실실내체육관이라는 장소가 빅밴드의 사운드를 섬세하게 소화하는 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춤추며 즐기는 관객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는 것 같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부블레의 열심히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만약에 그를 시골 동네잔치에 보내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웃기며 노래할 것 같았다. 공연 막판에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육성으로 ‘송 포 유(Song For You)’를 노래하며 강한 여운을 남겼다.
주최사인 CJ E&M 측은 이날 공연에 6,000명의 관객이 입장했다고 전했다. 부블레는 한국 관객의 열정적인 반응에 매우 고무된 것으로 보였다. 그는 “티켓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공연을 보러 와줘서 너무 감사하다. 반드시 다시 한국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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