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고스트’에서 샘(김준현)과 몰리(박지연)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장면
유령과의 사랑이라는 독특한 주제로 전 세계적인 흥행돌풍을 일으킨 영화(한국에선 ‘사랑과 영혼’으로 개봉, 1990)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고스트’. ‘Unchained Melody’에 맞추어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가 도자기를 빚으면서 애무하는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다. 특히 이미 죽어 영혼이 되었으면서도 산 사람과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장면에선 아름답다 못해 절절하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이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리 반갑지 않았다. 공연무대가 원작의 수준을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만큼, 영화의 재미와 감동이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화에서와 같은 특수효과 장치가 없는 공연무대에서, 과연 분장만으로 산 사람과 죽은 영혼과의 사랑을 세련된 기법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영화 그 이상의 매력영화 ‘사랑과 영혼’ 포스터
이 영화는 남녀 주인공 패트릭 스웨이지(샘 휘트 역)와 데미 무어(몰리 젠슨 역) 그리고 우피 골드버그(오다 매 브라운 역)의 인기를 확고히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그들이 출연할 배역의 이미지까지 결정하였다. 패트릭 스웨이지는 일련의 청춘영화에서 예의 섹시남 캐릭터를 이어갔으며, 데미 무어는 뭇 남성의 연인이 되었고, 우피 골드버그도 ‘시스터 액트’를 비롯한 작품들을 통해 코믹한 매력을 맘껏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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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영화 ‘고스트’가 엄청난 흥행신화를 일궜다는 점에서 뮤지컬로의 변신이 기대 이상 부담이 되는 건 명약관화한 일.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서 뮤지컬 ‘고스트’에 대한 불안감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여타 공연에는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LED 영상을 비롯한 최첨단 특수효과가 있었다. 예를 들어, 무대 위 구조물은 장면에 따라 관객이 미처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너무도 빠르게 그리고 환상적으로 변신하였다.
또한 분위기에 따라 형형색색으로 조명이 바뀌고 입체감까지 더해짐으로써 탄성을 절로 나오게 한다. 한 예로, 샘 역을 맡은 배우의 몸에 센서를 부착해 푸른 색의 조명이 그를 계속해서 따라다니게 함으로써 살아있는 사람과 구별되게 한 것도 시각적 효과의 묘미. 그 밖에도 이 뮤지컬에는 다양한 마술효과를 사용하였다. 죽은 샘이 문을 통과하거나 지하철을 타는 장면 그리고 자신을 죽음으로 내몬 친구 칼을 희롱하는 장면 모두 마술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어쨌든 영화 ‘터미네이터2’와 ‘아바타’를 처음 봤을 때의 테크놀로지 경외감을 다름 아닌 뮤지컬 ‘고스트’를 통해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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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고스트’의 한 장면
이 공연의 또 다른 장점은 화려한 첨단 무대장치로 인해 배우들의 연기가 결코 묻혀 버리지 않았다는 것. 샘 역의 김준현과 몰리 역의 박지연 그리고 감초 역인 오다 매를 능청스럽게 연기한 정영주 등 모두 각자의 캐릭터를 잘 살렸을 뿐만 아니라 화려한 무대장치와 멋진 조화를 이루었다. 어쨌든 이 공연의 진정한 흥행 키는 어느 특정 배우가 아닌 바로 무대 장치에 있다. 그만큼 관객에게 미친 영향력이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끝으로 이 뮤지컬에서 한 가지 아쉬운 건 바로 필자 자신이다. 이 멋진 공연을 다름 아닌 동성의 친구와 봄으로서 스스로 공연 보는 내내 극한 외로움(?)을 느꼈다. 공교로운 건 20여년 전 동명의 영화를 봤을 때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는 사실. 그래서 유독 이 공연에는 팁 하나를 강조하고 싶다. 이 뮤지컬만큼은 ‘연인’과 함께 관람하기를.
씨네컬은 시네마(Cinema)와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말로,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비교 분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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