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극장가는 매년 치열한 격전지였다. 그에 걸맞게 매년 기대작들이 쏟아졌다. 올해 추석 극장가를 두드리는 한국 작품은 ‘관상’과 ‘스파이’다. 송강호를 중심으로 조정석, 이종석, 이정재, 김혜수, 백윤식 등이 뭉친 ‘관상’과 설경구를 중심으로 문소리, 다니엘 헤니, 한예리 등이 조화를 이룬 ‘스파이’, 배우진도 막상막하다. 두 영화 모두 큰 웃음을 전해주기 충분하다. 여기에 ‘관상’은 역사의 진중함이 더해졌고, ‘스파이’는 첩보액션이 추가됐다. 물론 개봉과 함께 압도적인 흥행 페이스를 보인 ‘관상’에게 관심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관상’ – 각각의 캐릭터를 보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하다. ∥ 관람지수 7
‘스파이’ – 코믹과 첩보의 결합, 허술함과 웃음의 줄타기. ∥ 관람지수 6
‘관상’ (왼쪽), ‘스파이’ 스틸 이미지
앙상블이 만들어낸 웃음 vs 개인기가 만들어낸 웃음ADVERTISEMENT
‘스파이’는 ‘관상’과 달리 배우들 개인기에 의존한 웃음이 강하다. 영희 역의 문소리는 마치 웃기기 위해 ‘작정하고’ 달려드는 것 같다. 몸 개그는 물론 다양한 웃음 코드를 지녔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웃음’ 만을 위한 캐릭터. 그럼에도 그녀가 만들어내는 웃음 타율, 상당히 높다. ‘스파이’는 문소리의 활약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다. 그리고 ‘스파이’가 가진 웃음의 복병, 바로 야쿠르트 요원 라미란. 출연 장면 다 합쳐도 10분이나 될까. 그런데 나올 때마다 배꼽 빠진다. 이렇게 두 배우가 ‘스파이’의 웃음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쉬운 건, 웃음을 줘야 한다는 지나친 ‘강박’에 사로잡힌 것 같은 느낌이란 점이다. 극 중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웃음 코드도 꽤나 보인다.
‘관상’ (왼쪽), ‘스파이’ 스틸 이미지
호기심과 묵직함 vs 코믹과 첩보ADVERTISEMENT
‘스파이’의 이야기는 새로울 게 전혀 없다. ‘트루 라이즈’ 등을 통해 많이 접해왔던 컨셉트다. 그리고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흐름도 그렇게 원활하진 않고, 캐릭터의 설득력도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첩보와 웃음이 합쳐지지 못하고 따로 노는 듯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허술한 상황에서 펼쳐지는 웃음이 크게 거슬리지 않고, ‘올드’한 유머 코드도 잘 먹혀들어간다. 완서도 측면에서 보면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지만 곳곳에 포진된 웃음은 대중들의 마음을 가져갈 만하다. ‘스파이’ 역시 배우들의 매력이 구멍을 잘 메우고 있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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