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생활을 청산하고 군에서 제대한 오빠와 사촌오빠와 함께 약수동에서 함께 살면서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아갔다. 노래에 대한 오랜 의심이 한순간에 사라지자 창작의 샘이 터졌다. 자연스럽게 앨범제작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어로 the라는 뜻의 밴드 el을 결성했지만 멤버가 교체되면서 팀 이름은 ‘ON’으로 바뀌었다. 결국 2006년 건반 정재희와 함께 듀오 걸밴드 heavenly를 결성해 클럽 빵과 살롱 바다비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제17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love song을 불러 동상을 수상했다. 당시 은상은 남성듀엣 노리플라였다. “그때 건반으로 시도할 수 있는 록의 극한에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재희가 미국 버클리로 유학을 떠나면서 팀은 자동으로 해체되었다.
ADVERTISEMENT
오지은 1집은 전형적인 인디 시스템으로 제작했기에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제작했을 것으로 오해받지만 정식으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뛰어난 음질의 앨범이다. “1집은 건반 치는 박소정과 함께 했는데 아는 친구 스튜디오에서 도움을 줘서 거의 공짜로 한 프로를 5만원에 했어요. 믹싱은 미국 내쉬빌 스튜디오에서 했는데 모든 소리를 아날로그 릴테이프로 쐈다가 받았습니다.” 카메라 플래시 그림자가 그대로 나온 거친 느낌의 재킷 사진도 인디스러웠다. “1집 재킷 사진도 3집 사진을 찍은 홍상현이 촬영했어요. 그때 중형 필름 카메라로 찍었는데 후래쉬를 펑 쏘며 일부러 인위적인 조명 느낌이 나지 않게 했었죠.”
4판까지 제작한 1집은 여러 가지 버전이 혼재한다. 공연장과 한 곳의 음반 포털 사이트에서만 판매된 초반은 1000장을 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요즘 인디뮤지션들 사이에 유행처럼 각광받고 있는 소셜펀딩을 당시에 시도했다는 사실이다. 지은닷컴을 통해 공연 소식이나 데모 녹음 때마다 음원을 올리면서 주문 넣으면 보내주는 방식이었다. “당시는 소셜펀딩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어요. 별의 별 짓 다 하시네요라는 말도 들었죠.(웃음)” 포털 네이버 메인에 방에서 노래하는 그녀의 노래가 소개된 후 2-3일 만에 품절이 되었다. 그런데 오지은은 초반을 절판을 시키고 오히려 6개월 정도 뒤로 몸을 뺐다. “사람들이 내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이 이상했어요. 내밀한 개인의 이야기를 한 것인데 혼란스럽더군요. 반년 동안 고심한 후 진짜로 내 음악이 좋아 사서 듣고 싶은 거라고 결론 냈지요.(웃음)”
ADVERTISEMENT
음악적 상업적 성과를 거둔 이후 해피로봇 레코드에 소속되어 2009년 2집을 발표했다. 다채로운 밴드 사운드와 달콤 쌉?름한 가사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2010년 발표한 프로젝트 앨범 ‘오지은과 늑대들’은 단편극 같은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를 다채롭게 노래해 2011년 1월 네이버 첫 번째 주 ‘이주의 발견‘에 선정되었다. 3집은 전작들에서 쏟아냈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정리하는 개념의 앨범이다. 앨범을 들어보면 앞부분에 듣기 좋은 편안한 멜로디의 노래들이 배치되어 있고 뒤로 갈수록 실험적인 음악들로 이어진다. “1집냈을 때 죽기 전에 다 팔릴까. 누가 좋아나 할까 그런 마음이었어요. 제 노래가 효용가치가 있다는 걸 2집을 내면서 겨우 알았죠. 3집 준비하면서는 결국 나보다 남 좋으라고 음반을 낸다는 것과 적나라하게 전달하는 것이 듣는 사람에게 의미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그녀는 3집 준비를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핀란드 헬싱키로 무작정 떠났다. 점점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일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곡 작업을 끝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여행하는 동안 캐롤킹의 ‘It’s Too Late’라는 곡을 듣고 절망적인 가사의 노래라 해도 듣는 사람이 불편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복잡한 내 상태를 받아들이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더군요.” 3집에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넘나드는 보컬리스트 오지은의 탁월함을 증명하는 2곡이 있다. 연인사이인 스윗소로우의 성진환과 함께 부른 ‘테이블보만 바라봐’에서는 닭살이 돋을 정도로 사랑스런 보컬을 구사하지만 이언과 함께 부른 ‘물고기’에서는 다른 사람으로 느껴질 만큼 정반대의 쉬크한 보컬을 들려준다. 오지은의 사랑학개론 3부작에는 삶의 의미를 스케치한 ‘서울살이는’이라는 노래가 있다. 사랑노래가 아닌 새로운 오지은의 가능성이 느껴지는 노래다.
ADVERTISEMENT
그녀는 의외로 상처 잘 받고 주기도 싫어하는 여린 성격이다. 그래서 녹음할 때 기타리스트에게 자신의 요구를 말하지 못한다. “전달하고 싶은 게 많지만 오해 받고 상처 받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제 생각이 옳다는 확신이 들면 어떻게 전달하면 멋진 연주를 들려줄까 고민합니다. 일례로 1번 트랙을 연주한 고찬용 오빠에게 기타를 다시 쳐달라는 것은 초등학생이 대학생 논문에 아니라고 하는 격이죠. 10월에 연주 녹음을 받아 3개월이 지난 이듬해 설날에 ‘네가 있어서 좋아서가 아니라 씁쓸함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너무 쉽게 ‘다시 칠께’하셔서 나는 왜 이렇게 찌질할까 생각했어요.(웃음)”
1집 지은 (2007) 사운드니에바, 2집 지은 (2009) 해피로봇, 오지은과 늑대들 1집 (2010) 해피로봇, 3집 3 (2013) 해피로봇(왼쪽부터)
2집까지 신보 제작에 들어가면 초반부터 감정의 폭풍에 휘말려 노래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에는 작법에 변화를 주고 싶어 평온을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소재가 줄어 고생이란다. “ 이젠 이 상황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되짚어 보기에 생각하는데 조금 더 오래 걸릴 뿐이에요. 그동안 폭풍처럼 사는 게 정답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힘들기에 아닌 것 같아요. 정말 노래를 쓰기 위해 폭풍우 같은 삶을 산다는 건 존경할 일입니다.”ADVERTISEMENT
오지은 프로필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1981년 9월 서울 출생
1996년 중3때 록밴드 Rumple stilt skin 리드보컬
2000년 고려대학교 서양어문학부 입학
2002년 일본 삿포로 어학연수/ 일어 번역과 통역시작
2006년 2인조 걸밴드 heavenly 결성
제 17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동상 수상
2007년 인디 레이블 sound nieva 설립
7월 EBS 스페이스공감 최초의 헬로루키 선정
10월 광명음악밸리 뉴커런츠 선정
12월 EBS스페이스공감 베스트 헬로루키 선정
1집 향뮤직 인디부문 올해의 앨범 선정
1집 음악취향Y 2007년 TOP 10 앨범, 최고의 신인뮤지션 선정
2008년 해피로봇 레코드 전속
2008년 11월 영화 순정만화 헌정음반 참여 “이게 바로 사랑일까?”
2011년 2집 네이버 1월 첫 번째 주 ‘이주의 발견‘ 선정
2013년 3집 네이버 5월 5주 ‘이주의 발견’ 선정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