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지수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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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만큼 속도감이 느껴지는 영화는 아니다. 100미터 단거리 달리기를 상상했는데, 마라톤 경주를 감상한 기분이랄까? 오해는 말자. 마라톤이 지루한 종목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액션과 신파와 코미디가 동거하는 <런닝맨>은, 구조 상 ‘속도보다는 페이스 조절’이 필요한 영화라는 의미다. 무릇, 달리기에도 요령이 필요한 법이니까. 일단 차종우의 도주가 건져 올리는 액션장면들은 좋다. 쫓고 쫓기는 오락적 쾌감이 상당하고, 공간활용능력도 뛰어나 시각적인 재미를 더한다. 청계천을 지나, 종로 뒷골목을 찍고, 동작대교를 넘어, 상암월드컵경기장까지 발바닥에 불나도록 뛰는 차종우의 동선 속에서 서울의 풍경이 읽힌다.
문제는 액션과 다른 요소들 간의 불균형이다. 신나게 달리던 영화는 신파와 코미디를 수용하면서 급격히 페이스를 잃는다. 종우와 종우의 아들(이민호)이 만들어내는 신파는 겉돌고, 명예회복을 노리는 형사반장 상기(김상호)와 특종을 쫓는 열혈기자 선영(조은지)이 제조해내는 유머는 성공 타율이 그리 높지 못하다. 음모 뒤에 숨은 악당 캐릭터들 역시 구태의연하거나 단조로워서 그다지 위협적인 느낌을 주지 못한다. 극의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웃음과 감동을 녹여낸 게 아니라, 12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가야 한다는 강박이 <런닝맨>의 페이스를 흐리는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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