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굿 닥터’ 제작발표회 현장 곽도원, 주상욱, 김민서, 문채원, 주원(왼쪽부터)

“어른이 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사랑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7월31일 제작발표회에서 선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 속 박시온(주원)은 소아외과 의사가 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KBS2 새 월화드라마 ‘굿닥터’는 서번트 신드롬(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지닌 이들이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현상)을 겪고 있는 박시온이 소아외과 레지던트로 부임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가 큰 줄기를 이룬다. 장애를 겪고 있는 시온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공감의 시선을 담고, 주변 인물들의 내적 성장으로 따뜻한 인간애가 담긴 이야기를 그려내겠다는 의도다.

‘휴먼드라마’를 전면에 내세운 ‘굿 닥터’에는 박시온 역의 주원, 소아외과 펠로우 2년차 차윤서 역의 문채원, 부교수 김도한 역의 주상욱, 경영기획실 실장 유채경 역을 맡은 김민서를 비롯해 천호진, 곽도원, 고창석 등의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굿 닥터’는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는 월화극 판세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주연배우와 기민수 PD의 인터뷰를 통해 ‘굿 닥터’에 주목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를 알아봤다.

첫 번째 이유// 남다른 소재. ‘굿 닥터’는 일반적인 메디컬 드라마와 색깔이 조금 다르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소아외과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과 주인공이 서번트 신드롬을 겪는 장애인이라는 사실은 ‘굿 닥터’에 휴먼드라마의 느낌을 더하는 요소다.
Q. ‘굿 닥터’는 메디컬 휴먼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다. ‘굿 닥터’가 다른 메디컬 드라마와 차별화하는 지점이 있다면.
기민수 PD: 기존의 메디컬 드라마는 의료 행위와 사건 위주의 진행으로 긴박감을 조성한다. ‘굿 닥터’도 마찬가지지만 병원 내 인물들 간의 관계에 조금 더 집중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시온처럼 아이와 같은 인물이 소아외과에 들어와 아이와 환자의 마음으로 의료행위를 한다는 점이 신선한 소재라 생각한다.
문채원: 내가 맡은 차윤서 역은 2년의 경력을 지닌 펠로우다. 기존의 메디컬 드라마에서는 남성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여성의 역할이 적었다. 하지만 차윤서는 직접 집도를 할 수도 있고 의사로서의 성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하는 지점이다.

Q. 주원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시온을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겠다.
주원: 시온과 같은 캐릭터는 배우라면 누구나 맡아보고 싶은 배역이라 생각한다. 캐스팅 전에는 고민도 했지만 KBS2 ‘오작교 형제들’로 인연을 맺은 기민수 PD를 믿고 출연을 결정했다. ‘자폐’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만큼 기존에 자폐아를 다룬 작품이 많았다. 하지만 ‘굿 닥터’를 준비하며 자폐아를 만나보니 자폐도 증상이 다 다르더라. 정상인과 다르지 않은 분들을 만나며 충격을 받기도 했다. 드라마의 특성상 의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서 자폐를 겪고 있는 시온을 그려내야 한다는 것이 어려웠다. 특히 시온의 말투로 의학용어를 말하는 것이 까다로웠다.

ADVERTISEMENT

두 번째 이유// 메디컬 드라마의 디테일. 전문 분야를 소재로 삼는 만큼 그에 걸맞은 디테일은 필수다. 한층 까다로워진 대중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굿 닥터’는 의사의 삶과 병원 업무를 사실감 있게 구현하기 위해 공을 들인 듯했다.

Q. 소아외과 의사의 디테일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주상욱: 실제로 김도한 교수가 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굿 닥터’를 준비하며 케이블채널 OCN ’TEN2’ 촬영장에서도 수술신 연습을 했다. 그 어떤 작품보다도 준비를 많이 했다(웃음). 수술실에서는 마음에 드는 신을 찍기 위해 열 두 시간 이상 촬영하기도 했다.
문채원: 수술실에서는 연기를 눈으로만 표현해야 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전문적인 조언을 의사 분들께 구하고 있지만 우리가 의학적 지식을 표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촬영하고 모니터 하면서 연기에 감정을 담으려 애썼다.
주원: ‘굿 닥터’를 준비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소아는 성인과 수술법이 다르더라. 촬영장에서도 계속해서 조언을 듣고 있고, 그런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Q. 보통 메디컬 드라마에서는 여성의 역할이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었다. 문채원은 차윤서 역을 맡아 어떤 부분에 집중했나.
문채원: 남자들이 많은 병원에 있다 보면 여성 의사들의 성격이 털털해진다고 들었다. ‘굿 닥터’의 차윤서는 그런 스트레스를 술로 푼다(웃음). 술을 먹고 나서 시온을 만나게 되고 김도한 교수에게 혼나기도 한다. 이런 것이 일반 메디컬 드라마와는 조금 다른 포인트라 생각한다. 또한 캐릭터를 맡으면 평소의 생각과 감정이 담기게 된다. 어릴 적부터 의사에 대한 동경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런 생각들도 연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녹아나는 것 같다.

ADVERTISEMENT

세 번째 이유// ‘굿 닥터’의 메시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시온이 소아외과의 의사가 된다는 설정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굿 닥터’는 장애인을 동정과 연민의 시선이 아닌 동질감과 공감으로 바라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배우들은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듯했다.

Q. ‘굿 닥터’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곽도원: 실제로 나의 부모님께선 두 분 모두 지체장애를 겪었다. 그래서인지 그냥 걷다가도 장애인을 보면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있다. ‘굿 닥터’는 장애를 이겨내는 친구들의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휠체어가 지나다닐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장애인에게는 ‘희한하다’ 혹은 ‘불쌍하다’와 같은 마음이 아니라 무관심할 수 있는 관심이 필요하다. ‘굿 닥터’가 부족하고 조금 불편한 부분도 있겠지만 장애를 가진 많은 분들이 보시고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다.
주원: 자폐증 캐릭터를 맡으면서 느낀 것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중요성이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와 같은 영화 덕분에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다. 시온 역을 준비하면서 자폐증을 앓는 친구들을 만나보니 사회성도 뛰어나고 자폐증에 대해 알고 있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자폐증도 치료가 가능하고 완치가 될 수 있는 증상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ADVERTISEMENT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