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티(혜연, 유지, 다혜, 해령)의 '연애의 조건'(Love Options)은 지난 5일 대만 스포티파이와 아이튠즈 차트에서 각각 1위에 올랐다. 아이튠즈 홍콩 3위, 말레이시아 6위, 애플뮤직 대만 2위와 홍콩 5위 등 해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국내에서도 멜론 TOP100 최고 14위를 기록했다. 2013년 10월 발매된 노래가 13년 만에 국내외 음원 차트에서 인기를 얻었다.
역주행의 계기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왔다. 한 누리꾼이 그룹 하츠투하츠의 'Lemon Tang'(레몬탱) 안무 영상에 베스티의 '연애의 조건'을 입혀 올린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서로 다른 시기에 발표된 두 곡의 안무와 음악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관심을 끌었다. 이후 여러 아이돌의 안무에 '연애의 조건'을 입힌 영상이 확산했고, 원곡을 찾아 듣는 이용자도 늘어났다.
숏폼에서 곡이 화제가 됐다고 해서 반드시 가수까지 인기를 얻는 건 아니다. 베스티는 빠른 재결합 소식으로 화제성을 이어갔다. 베스티는 지난달 17일 오랜만에 완전체로 모인다고 밝혔다. 이어 31일 MBC '쇼! 음악중심'에 출연해 '연애의 조건'을 2026년 버전을 선보였다.
무대에 대한 관심은 음원 차트에도 반영됐다. '연애의 조건'은 음악방송 출연 이후 멜론 TOP100에서 최고 14위까지 올랐다. 처음에는 다른 걸그룹의 안무를 통해 노래가 알려졌지만, 이제는 베스티 멤버들이 직접 선보인 무대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베스티가 오랜 공백에도 완성도 있는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멤버들의 꾸준한 활동이 있다. 그룹 활동은 중단됐지만, 멤버들은 각자의 자리를 지켰다. 유지는 가수 겸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혜연은 트로트 가수로 전향해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 등에 출연했다. 해령은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다혜는 티빙 연애 예능 '환승연애3'에 출연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그룹은 8년 전 해체했지만, 멤버들은 여전히 가수로서의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긴 시간 끝에 노래가 주목받았을 때, 그룹을 향한 관심으로 이어 나갈 수 있었던 이유다.
13년이라는 시간이 오히려 곡의 매력을 더했다. '연애의 조건'은 경쾌한 멜로디와 함께 성숙미가 돋보이는 곡이다. 베스티는 2013년 활동 당시에도 하이힐을 활용한 안무와 이에 어울리는 의상으로 성숙한 이미지를 내세웠다. 당시 20대였던 멤버들은 이제 모두 30대가 됐다. 같은 노래와 안무를 소화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가 더해지면서, 멤버들은 '연애의 조건'에 더 잘 어울리는 모습이 됐다.
음악에서도 2010년대 걸그룹 특유의 분위기가 묻어난다. 용감한형제가 만든 '연애의 조건'은 반복되는 후렴구와 직설적인 가사가 특징이며, 가사도 대부분 한국어다. 당시 음악을 즐겨 들었던 청취자에게는 반가운 옛 노래지만, 그 시절을 잘 모르는 젊은 청취자에게는 낯설고 새로운 음악이 될 수 있다.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의 인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K팝에 입문한 해외 팬이라면 베스티의 과거 활동이나 당시 유행했던 음악을 접할 기회가 적었을 수 있다. 이들에게 '연애의 조건'은 추억의 노래보다 새롭게 발견한 곡에 가깝다. 최근 즐겨 듣던 K팝과 다른 음악과 무대가 신선하게 다가갔을 가능성이 있다.
숏폼은 13년 전 노래가 다시 주목받는 계기를 만들었다. 베스티는 직접 무대에 올라 노래를 향한 관심을 그룹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갔다. 오랜 공백에도 안정적인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던 데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쌓아온 경험과 실력이 있었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살린 것은 결국 준비된 멤버들이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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