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가수 위켄드 / 사진 제공 = Sebastien Nagy
팝가수 위켄드 / 사진 제공 = Sebastien Nagy
한 곡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곡의 비트가 흘러나왔다.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사이 음악은 이미 다른 분위기로 넘어가 있었다. 위켄드(The Weeknd)는 약 2시간 동안 40곡에 달하는 노래를 쏟아냈다. 중간에 잠시 인사를 건네거나 팬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제외하면 공연은 거의 멈추지 않았다. 무대를 이리저리 오가며 노래를 부르면서도 고음에서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위켄드는 지난 7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8 위켄드' 첫날 공연을 열고 약 5만4000명의 관객과 만났다. 2018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첫 내한 공연 이후 8년 만이다. 이번 공연은 월드투어 'After Hours Til Dawn'(애프터 아워스 틸 던)의 일환으로, 7~8일 이틀간 총 10만8000석이 매진됐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에서 1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것은 2017년 콜드플레이, 2023년 브루노 마스에 이어 세 번째다.
팝가수 위켄드 / 사진 제공 = Sebastien Nagy
팝가수 위켄드 / 사진 제공 = Sebastien Nagy
일본 힙합 듀오 크리피 너츠(Creepy Nuts)의 오프닝 공연이 끝난 뒤 얼굴을 가린 댄서들이 무대에 줄지어 등장했다. 무너진 건물을 형상화한 구조물 앞에서 이들이 대열을 이루자 은빛 가면을 쓴 위켄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면의 두 눈에서는 초록색 레이저가 뻗어 나왔다. 경기장 중앙까지 이어진 십자 형태의 돌출 무대에는 12m 높이의 거대한 로봇 조형물이 자리했다.

첫 곡은 지난해 발매한 정규 6집 'Hurry Up Tomorrow'(허리 업 투모로우)의 수록곡 'Baptized in Fear'(뱁타이즈드 인 피어)였다. 'Open Hearts'(오픈 하츠), 'Wake Me Up'(웨이크 미 업), 'After Hours'(애프터 아워스)가 쉬지 않고 이어졌다. 초반에는 어둡고 몽환적인 곡들이 주를 이뤘지만 'Starboy'(스타보이)의 익숙한 비트가 나오자 객석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노래를 따라 부르며 몸을 흔드는 관객들도 눈에 띄었다.

일곱 번째 곡 'Faith'(페이스)를 마친 뒤 위켄드는 가면을 벗었다. 앞서 얼굴을 가린 채 노래에 집중하던 그는 환하게 웃으며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8년 전 한국에서의 첫 공연도 떠올렸다.
팝가수 위켄드 / 사진 제공 = Sebastien Nagy
팝가수 위켄드 / 사진 제공 = Sebastien Nagy
"한국과 저는 특별한 관계입니다. 2018년 제 생애 첫 스타디움 공연이 한국에서 열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그때 여러분이 정말 많은 사랑을 보내줬습니다."

위켄드는 "정말 보고 싶었다", "아름다운 한국"이라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이어 "고양, 준비됐나요? 코리아, 준비됐나요?"라고 외쳤고, 객석에서는 큰 함성이 돌아왔다. 이후에도 노래 중간중간 '코리아'와 '고양'을 넣어 부르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공연은 위켄드가 지난 10여년간 발표한 음악을 빠르게 훑어갔다. 초기의 어두운 알앤비부터 강한 전자음이 중심인 댄스 음악, 대중적인 신스팝까지 곡마다 분위기가 달랐다. 'Take My Breath'(테이크 마이 브레스)와 'Sacrifice'(새크리파이스)에서는 신시사이저 사운드에 맞춰 조명이 빠르게 움직였고, 무대 곳곳에서 불기둥이 솟았다. 'Sacrifice'에서는 폭죽까지 터졌다.

히트곡 몇 곡만 알고 공연장을 찾았더라도 충분히 즐길 만한 구성이었다. 'Often'(오픈), 'Wicked Games'(위키드 게임스), 'Professional'(프로페셔널)처럼 초기 알앤비의 색채가 짙은 곡들이 최근의 댄스 음악 사이사이에 배치됐다. 'Starboy'나 'Save Your Tears'(세이브 유어 티어스)처럼 익숙한 곡에서는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노래를 따라 불렀고, 상대적으로 느린 곡에서는 위켄드의 목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렸다.
팝가수 위켄드 / 사진 제공 = Sebastien Nagy
팝가수 위켄드 / 사진 제공 = Sebastien Nagy
곡에 따라 창법이 달라지는 것도 흥미로웠다. 'Can't Feel My Face'(캔트 필 마이 페이스)와 'I Feel It Coming'(아이 필 잇 커밍)에서는 특유의 부드러운 가성이 돋보였다. 'Wicked Games'와 'Call Out My Name'(콜 아웃 마이 네임)에서는 음을 길게 끌거나 짧게 끊으며 노래에 감정을 실었다. 빠른 곡을 부르며 무대를 오가다가도 고음에서는 안정적인 목소리를 들려줬다. 공연이 후반부에 접어들어서도 지친 기색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위켄드는 돌출 무대의 여러 방향을 오가며 관객들과 가까이서 호흡했다. 'Lost in the Fire'(로스트 인 더 파이어)에서는 무대 아래로 내려가 팬들의 손을 잡았고, 'Out of Time'(아웃 오브 타임)에서는 마이크를 팬에게 건네 직접 노래를 부르게 했다. 노래를 마친 팬을 포옹하기도 했다. 5만명이 넘는 관객이 모인 공연이었지만 가능한 한 여러 구역의 팬들에게 다가가려는 모습이었다.

한국 팬들을 향한 애정 표현도 이어졌다. 위켄드는 공연 도중 여러 차례 손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내가 여러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느냐"고 물으며 관객들과 소통했다. 블랙핑크 제니가 참여한 'One of the Girls'(원 오브 더 걸스)도 세트리스트에 올랐다. 제니가 무대에 깜짝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관객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호응했다.
팝가수 위켄드 / 사진 제공 = Sebastien Nagy
팝가수 위켄드 / 사진 제공 = Sebastien Nagy
후반부에는 관객들이 기다렸을 법한 히트곡들이 연달아 나왔다. 'Die for You'(다이 포 유)에서는 위켄드가 반주 없이 노래를 시작하며 관객들의 떼창을 이끌었다. 마이크를 객석 쪽으로 돌리자 수만명의 목소리가 경기장을 채웠다. 'Save Your Tears'에서도 노래를 따라 부르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가장 큰 함성이 터진 순간은 'Blinding Lights'(블라인딩 라이츠)였다. 위켄드가 반주 없이 익숙한 멜로디를 길게 부르자 관객들이 곧바로 따라 불렀다. 이어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시작되면서 좌석에 앉아 있던 관객들도 일어나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앞서 수많은 히트곡이 나왔지만 이 곡에서만큼은 객석 전체가 한층 들썩였다.

다만 40곡에 가까운 세트리스트를 약 2시간 안에 소화하다 보니 아쉬움도 있었다. 상당수 곡이 원곡보다 짧게 편곡됐고, 한 곡이 끝나자마자 다음 곡으로 넘어갔다. 덕분에 공연의 흐름이 끊기지 않았지만 좋아하는 노래를 충분히 즐기기도 전에 지나가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중반부에는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곡들이 이어지면서 초반보다 객석의 움직임이 다소 잦아들기도 했다.
팝가수 위켄드 / 사진 제공 = Sebastien Nagy
팝가수 위켄드 / 사진 제공 = Sebastien Nagy
그럼에도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공연에서 위켄드의 목소리는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 빠른 곡을 부르며 무대를 오가고, 관객들과 손을 맞잡다가도 노래가 시작되면 곧바로 고음을 소화했다. 공연 초반과 후반의 가창력에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공연 막바지 위켄드는 "다시 한국에 오는 데 8년이나 걸린 건 내 잘못"이라며 "너무나도 그리웠다. 다음번 만남은 곧 이뤄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떠나기가 너무 아쉽다. 다음에는 더 길게 만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House of Balloons'(하우스 오브 벌룬스)와 'Moth to a Flame'(모스 투 어 플레임)을 끝으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8년 전 고척스카이돔에서 약 2만 명의 관객을 만났던 위켄드는 이제 하루 5만4000명이 모이는 스타디움 무대에 섰다. 그사이 히트곡이 쌓였고 공연 규모도 한층 커졌다. 이번 공연에서는 초기 R&B부터 최근의 팝 히트곡까지 지난 10여 년간 그가 선보인 음악을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었다.

위켄드의 '애프터 아워스 틸 던'(After Hours Til Dawn) 투어는 전 세계에서 75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남성 솔로 아티스트 투어 가운데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이번 내한 공연인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8 위켄드'는 8일까지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총 2회에 걸쳐 진행된다.

윤예진 텐아시아 기자 cristyyo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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