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 사진=텐아시아 DB
박진영 / 사진=텐아시아 DB
K팝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키우려면 현장의 경험을 정책에 보탤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역할을 맡는 순간 정치권의 도마에 오른다면 정부의 제안에 선뜻 응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박진영은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글로벌 K컬처 축제 '패노메논'의 상표권 출원 경위와 4대 기획사의 사업 참여 과정을 설명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해외 상표권의 귀속 구조와 참여 기업 선정 절차를 문제 삼으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박진영은 제3자가 상표권을 선점할 가능성을 우려해 전담팀을 갖춘 JYP엔터테인먼트가 먼저 출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이었다고 생각은 든다"며 추진 방식의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상표권을 통한 수익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아무튼 저희 회사에 남을 일은 없다"고 답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대중문화교류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내세운 취지는 빠르게 바뀌는 국제 환경에 대응하고 민간의 전문성을 활용하겠다는 것이었다. 박진영도 이날 K팝의 추가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업계의 위기의식을 설명하며 공동의 시스템과 플랫폼을 마련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4대 기획사가 개별 공연으로 거둘 수익을 포기하면서도 장기적 비전을 보고 참여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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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해외 진출은 인기 가수를 외국 무대에 세우는 일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현지 유통사와 공연 기획사의 수요를 파악하고, 시장마다 다른 팬들의 소비 방식에 맞춰 사업을 설계해야 한다. 계약과 협상을 거치며 쌓은 신뢰, 성공과 실패를 통해 얻은 판단력은 전문가를 위원회 명단에 올리는 것만으로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

민간 전문가가 실제 기획과 실행에 관여할 수 있어야 협업의 의미가 생긴다. 정부가 제도와 행정 지원을 맡고 업계가 시장 경험을 보태야 개별 기업의 해외 활동을 넘어 산업 전반의 성장 기반을 넓힐 수 있다. 행정이 현장을 대신할 수도, 기업이 공공부문의 역할까지 떠맡을 수도 없는 만큼 지속적으로 협력할 여건이 중요하다.

문제는 공공 활동에 따르는 부담이 본업의 평판까지 위협할 때다. 이미 회사와 사업을 이끄는 제작자나 경영자라면 자신을 향한 정치적 공세가 소속 기업과 아티스트에게까지 번질 가능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산업에 무엇을 보탤 수 있을지보다 참여했다가 무엇을 잃을지를 먼저 계산하게 된다면, 정부가 필요한 경험을 갖춘 인물을 영입하기는 그만큼 어려워진다.
스트레이 키즈 록 인 리오 / 사진=@DIEGOPADILHA
스트레이 키즈 록 인 리오 / 사진=@DIEGOPADILHA
기업 차원의 협력도 위축될 수 있다. 인력과 노하우를 제공하는 행위 자체가 사익 추구로 의심받는다면, 기업은 정부 사업에서 맡을 역할을 최소화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간담회에는 참석하되 실무 인력을 투입하거나 해외 파트너를 연결하는 일에는 거리를 두는, 형식적인 협력만 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정책과 현장의 거리도 벌어진다. 실제 시장의 수요를 반영할 통로가 좁아진 정부 사업은 장기적인 유통망 확보나 해외 협력보다 행사 횟수와 규모처럼 단기간에 드러나는 성과에 치우칠 우려가 있다. 민간 전문가의 참여 위축은 위원회 자리 하나가 비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산업 정책이 선택할 수 있는 사업의 폭 자체를 줄이게 된다.

공공 영역에 들어온 이상 국민 세금과 이해충돌에 관한 검증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론도 제기 가능하다. 실제 상표권 귀속과 참여 기업 선정 절차를 둘러싼 국회의 문제 제기에도 타당한 대목이 있다. 다만 상당한 손해를 감수하며 산업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 참여했다는 설명이 나온 상황에서, 그 동기까지 사익 추구로 몰아가는 공세는 민간의 협력 의지마저 꺾을 수 있다.

K팝은 그 산업 자체의 규모보다, 경제 문화적 파생 효과가 큰 산업이다. 4개 엔터사 지난해 매출 합계가 5조원이 채 안되지만, 그 파급력은 측정 불가하다. 각국이 문화 경쟁력을 중요한 국가 경쟁력으로 키우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적 공세에 K팝을 가두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골든타임은 흐르고 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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