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규리가 과거 옥탑방에서 생활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주거 약자 문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사진=텐아시아DB
남규리가 과거 옥탑방에서 생활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주거 약자 문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사진=텐아시아DB
남규리가 과거 옥탑방에서 생활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주거 약자 문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지난 27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는 '그림자 도시 - 1971 광주대단지 사건' 편으로 꾸며졌다. 남규리와 배우 이광기, 윤병희가 리스너로 출연해 대한민국 최초의 대규모 도시 빈민 투쟁으로 평가받는 '8.10 성남항쟁(광주대단지 사건)'을 되짚었다. 이날 '꼬꼬무'의 2049 시청률은 0.9%로 동시간대 교양·예능 프로그램 중 1위를 기록했다.

1971년 8월 10일 경기도 광주 일대에서는 수만 명의 주민이 관공서를 점거하고 차량을 불태우는 대규모 소요 사태가 벌어졌다. 일부 주민은 시내버스를 탈취해 청와대로 향하려 했다. 이들이 거리로 나선 배경에는 박정희 정권의 무리한 도시 정비 사업과 이주민에 대한 방치가 자리하고 있었다.
남규리가 과거 옥탑방에서 생활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주거 약자 문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사진=SBS 방송 화면 캡처
남규리가 과거 옥탑방에서 생활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주거 약자 문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사진=SBS 방송 화면 캡처
1966년 미국 존슨 대통령 방한 당시 판자촌의 실상이 외신을 통해 알려지자 박정희 대통령은 김현옥 당시 서울시장에게 철거를 지시했다. 서울시는 저렴한 토지 분양과 신도시 인프라 구축을 약속하며 주민들을 광주대단지로 이주시켰다. 그러나 현장에는 전기와 수도, 도로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주민들은 벌판에 설치된 천막에서 생활해야 했다. 한 천막을 네 가구가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열악한 환경은 주민들의 생명까지 위협했다. 수만 명이 거주하는 지역에 우물이 몇 개뿐이었던 탓에 오염된 물을 마신 주민들이 집단 대장염에 시달렸다. 그런데도 김현옥 시장은 이주 정책과 관련해 "사람들은 원래 10만 명 정도 모아놓으면 자기들끼리 알아서 뜯어먹고 살아가는 법이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극심한 한파 속에서 아이들이 동사하고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산모가 아기를 삶아 먹었다"는 괴담까지 퍼졌다. 실제로는 극심한 기아 속에서 출산한 산모와 갓 태어난 아기가 영양실조로 함께 숨진 사건이었다. 윤병희는 "듣는 것만으로 고통스럽고 처참하다"라고 안타까워했고, 이광기는 "삶의 터전이 아니라 죽음의 도시"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여기에 과도한 세금까지 부과되면서 주민들은 전 재산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결국 8월 10일 대화를 약속한 장소에 서울시장이 나타나지 않자 쌓여 있던 불만이 폭발했다. 관용차와 경찰차가 불탔고 일부 주민은 버스를 탈취해 청와대로 향했다.

정부는 경찰 기동대를 투입해 진압에 나섰다. 주민들은 막대기와 호미 등을 들고 맞섰지만 결국 물러났다. 이후 정부는 토지 가격 인하를 약속했으나 주민들을 구속하고 가혹한 고문을 자행했다. 성남시 승격 이후에도 주민들은 '가난한 폭도'라는 낙인을 우려해 출신을 숨겨야 했다.
남규리가 과거 옥탑방에서 생활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주거 약자 문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사진=SBS 방송 화면 캡처
남규리가 과거 옥탑방에서 생활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주거 약자 문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사진=SBS 방송 화면 캡처
당시 광주대단지의 열악한 상황은 청와대에도 보고됐지만, 서울시가 무리한 개발에 따른 재정난을 이유로 철거민 관련 예산을 삭감하면서 사태가 악화했다. 같은 시기 기반 시설을 갖추고 중산층을 수용한 '강남 개발'과 달리 광주대단지 주민들은 도시 외곽으로 밀려났다. 이를 지켜본 남규리는 "참 불공평하다"라며 씁쓸함을 나타냈다.

이 사건은 이후 최초의 대규모 도시 빈민 투쟁으로 재평가되며 '8.10 성남항쟁'으로 불리게 됐다. 이광기는 "생존을 위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사람들의 행위"라고 짚었고, 남규리는 "늦었지만 국민 주권이 보호될 수 있는 역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남규리는 자기 경험을 꺼내며 현재의 주거 문제와 연결 지었다. 그는 "나 또한 옥탑방에서 산 적이 있었다"라고 고백한 뒤 "주거 약자 문제는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가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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