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 127(엔시티 일이칠)은 지난 24일 정규 7집 'Blingy'(블링이)를 발매하고 5인 체제로 활동에 나섰다. 원년 멤버 마크가 팀을 떠났고, 도영과 정우가 군 복무를 시작하면서 활동 인원이 크게 줄었다. 팀의 음악과 퍼포먼스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멤버들이 빠진 만큼 컴백 전부터 빈자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NCT 127은 가장 자신 있는 장르의 음악을 꺼냈다. 지금의 멤버 구성으로 이들의 색깔을 다시 증명하는 데 집중했다. 타이틀곡 'Blingy'는 디스토션 신스와 강한 드럼 비트, 챈팅 코러스가 맞물린 곡이다. 레이지와 덥스텝 요소를 더해 거칠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대중적인 멜로디보다 낯설고 강렬한 사운드를 앞세워 NCT 127 특유의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앞선 활동에서는 대중성과 NCT 127만의 색깔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는 듯해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삐그덕(Walk)' 등 비교적 힘을 덜어낸 곡을 선보이면서 음악적 영역은 넓혔지만,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팀의 강점인 과감하고 실험적인 면모를 더 보고 싶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러한 태도는 가사에서도 드러난다. 타이틀곡의 "127 Mob, 빠르게보다는 멀리 가", "깊게 박힌 나의 심지", "더 크게 타오를 때" 등의 구절에서는 속도보다 지속성을 택하고, 멤버 변화 속에서도 팀의 뿌리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는 NCT 127이 처한 현재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앨범 전체에도 10년간 쌓아온 팀의 정체성이 짙게 녹아 있다. 정규 7집에는 타이틀곡 'Blingy'와 선공개곡 'Piñata'(피냐타)를 비롯해 총 9곡이 수록됐다. 앨범 표지에는 NCT 127의 출발점인 서울의 지도와 팀을 상징하는 네온 컬러를 담아 초심을 강조했다.
도영과 정우가 군 복무 전 녹음에 참여한 '127 Million Miles'(127 밀리언 마일스)는 현재 활동 중인 다섯 멤버와 잠시 자리를 비운 두 멤버를 잇는다. 이 곡에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NCT 127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함께하겠다는 약속이 담겼다. 타이틀곡이 5인 체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127 Million Miles'는 일곱 멤버가 이어갈 팀의 미래를 확인시킨다.
잦은 변화는 팀에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팬덤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됐다. 멤버 이탈과 군백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남은 멤버들이 NCT 127이라는 이름과 음악을 지키려 애쓰는 모습에 팬들이 힘을 보탰다. 불안감이 컸던 만큼 5인 체제로 완성한 앨범과 무대를 향한 지지와 응원도 커졌다.
공백을 대하는 멤버들의 태도도 눈여겨볼 만하다. 컴백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찬은 "다섯 명으로 선보이는 앨범과 무대는 이번뿐이다. '한정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줄어든 인원을 약점으로만 보지 않고 지금만 가능한 조합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기회로 삼았다.
이번 앨범의 의미는 부족한 인원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메웠느냐에만 있지 않다. 여러 변화를 통과한 NCT 127이 대중성과 타협하기보다 자신들의 음악적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 핵심이다. 멤버 구성은 달라졌지만 지난 10년간 쌓아 올린 색깔은 오히려 선명해졌다. 'Blingy'는 위기 속에서 내놓은 절충안이 아니라, NCT 127이 가장 NCT 127다운 방식으로 택한 정면 돌파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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