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승룡은 영화 '비광'(감독 이지원)을 5년 만에 관객에게 선보이게 된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비광'은 촬영을 마친 지 5년이 지난, 이달 9월 2일 개봉한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당시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했다. 류승룡은 무대 인사를 돌면서 촬영 당시 감정이 팝콘 터지듯 살아났다고 했다.
'비광'은 톱스타 부부 중구(류승룡 분)와 남미(하지원 분)가 갑자기 나타난 중구의 딸 동주(김시아 분)로 인해 파경을 맞고 8년 뒤의 이야기를 그린다. 어느 날 동주가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리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은 그를 구하기 위해 다시 뭉친다.
"이지원 감독이 5장 정도 되는 편지를 주셨는데, 이 영화를 하게 된 서사와 작품에 대한 설명이 담겨있었어요. 편지를 읽을수록 제가 큰 실수를 한 것 같았죠. 제가 맡은 중구는 일반적인 아빠가 아니었거든요. 그제야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그때 이 감독이 편지로 저를 잡아줘서 감사해요."
중구와 동주는 일반적인 부녀 관계와 출발부터 달랐다. 중구에게 동주는 태어나기 전부터 기다려온 딸이 아니었다. 류승룡은 "아이가 태어난 뒤 안고 키우면서 아빠로서 기뻐하는 과정들이 생략돼 있다. 아이의 등장도 느닷없다. 마치 잔잔한 호수에 돌이 던져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내 아이라고 해도 부성애가 생기지 않는 관계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에게 측은지심을 느껴요. 기댈 데가 없는 저 아이를 지켜줘야겠다는 사명과 책임감이 생기죠. 그의 부성애는 서툴고 거칠지만, 진심이 느껴지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시아는 극 I(내향형)에요. 그런 친구가 뿜어내는 에너지를 보면 기특해요. 또 그런 아이가 제가 노력했을 때 웃는 모습을 보면 보람이 있죠."
아버지 역할은 류승룡에게 낯설지 않다. 영화 '7번방의 선물'(감독 이환경)을 비롯해 여러 작품에서 각기 다른 아버지를 연기해 왔다.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과 드라마 '무빙',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등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볼 법한 중년 남성의 모습을 보여줬다. 류승룡은 악역을 선택할 때는 신중한 편이다.
"아들이 '센 악역 한 번 해야지'라고 해요. 그런데 작품 촬영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큰데, 악역 연기하는 동안에는 마음이 힘들기도 해요. 대신 '닭강정'(감독 이병헌)이나 '아마존 활명수'(감독 김창주)처럼 엉뚱하지만, 영화 매체에서 새롭게 구현할 수 있는 것들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편이에요."
류승룡은 '비광'이 인물들의 밑바닥을 보여주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영화를 보면 공간의 냄새와 습도까지 느껴질 정도라고 표현했다.
"영화 속 집을 보면 시큰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2D로 찍었지만, 4D 같죠. 엔딩에서는 습기가 사라지면서 가을바람처럼 시원한 공기가 느껴져요.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인생의 희망을 찾길 바라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의진 텐아시아 기자 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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