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지와 만난 서울 합정동 로고스스튜디오에서 만난 박우상 작곡가는 AI가 발전하는 기술의 시대일수록 음악의 본질이 더욱 강한 힘을 갖는다고 말했다. 발전하는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되, 기본기를 놓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다.
인터뷰가 진행된 그의 개인 작업실엔 각종 음악 장비들과 함께 화분, 시계, 조명, 피규어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 있었다. 통창이 벽의 두 면을 차지해 답답하단 인상을 쉽게 주는 보통의 작업실과는 다른 시원한 감상을 남겼다.
모니터 앞에 앉은 박우상 프로듀서는 마마무와의 작업을 회상하면서 히트곡 '별이 빛나는 밤'이 멤버들에게도 그 자신에게도 큰 변곡점이 됐다고 했다. "K팝 프로듀서로서 능력치는 주사위 굴리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던 그는 "나는 굴리면 매번 1, 2만 나오던 프로듀서였다. 마마무가 '비글돌'로 인기를 끌던 때에 난 그들의 타이틀 곡 작업에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우상 프로듀서는 "멤버들 음악에 변화가 필요하단 고민을 하던 중에 김도훈 (프로듀서) 형이 방에 놀러 와서 기타를 연주하는데 진행이 너무 좋더라. 30분 만에 1절 트랙, 가사, 멜로디까지 다 나왔다. 그게 '별이 빛나는 밤'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내 주사위를 굴려서 '6'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우상 프로듀서는 지난해 11월 '제46회 청룡영화상'을 계기로 장기간 인기를 끌었던 히트곡 'Good Goodbye'(굿 굿바이)를 화사와 함께 만들기도 했다. 화사와의 작업에 대해 박우상은 "화사가 달콤한 독을 풀었다"고 묘사해 웃음을 안겼다. 이유를 묻자 그는 "화사는 곡 발매에 아주 신중한 아티스트다. 대중 친화적인 음악과 본인이 끌리는 음악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는 아티스트라 미발매 곡이 산처럼 쌓여있다. 내가 화사를 설득해서 완성하고 발매까지 하게 만든 곡이 하나 있는데, '마리아 (Maria)'다. 화사는 다른 걸 작업하자고 했는데 내가 우겨서 같이 밤을 새워가며 곡을 완성했다. 고생한 끝에 오는 쾌감이 너무 커서 한동안 화사와 곡 작업을 잘 못 했다. 그때의 느낌이 안 와서"라고 답했다.
'마리아' 이후 처음 제대로 함께 작업한 작업물이 'Good Goodbye'였다던 박우상은 "화사도 다른 작곡가랑 작업해봤는데, '마리아' 때 자신을 갈아 넣듯 작업한 탓에 다른 작업으로는 쉽게 만족이 안 됐나 보더라. 작업하자고 연락이 왔다. 그 곡도 수월하게 나온 곡은 아니었다. 어찌어찌 노래를 얹을 수 있을 만큼 트랙이 나와서 멜로디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도입부 멜로디가 특이하지 않나. 그게 나왔을 때 작업할 맛이 나기 시작했다. 후렴 멜로디가 제게서 나온 뒤로는 노래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완성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우상은 "향후 같이 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서 방탄소년단 진을 향해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가수마다의 장점은 여러 방면에서 찾아볼 수 있겠지만, 난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에너지가 크다고 생각한다. 곡의 장르나 기술적인 영역 너머에 있는 한 사람의 욕망을 고스란히 곡에 녹여낼 때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방탄소년단 진을 개인적으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맑아 보이는 그의 외면 안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 녹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름다운 결과물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고백했다.
그는 "내 어릴 땐 극찬 중 하나가 '빠다(버터) 냄새난다. 외국 다녀왔니?'였다. 바다 너머만 다녀와도 남들과 다른 차별점이 생기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이젠 다 똑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시대가 왔다. 유튜브만 봐도 해외 여러 사운드를 접하고 기술에 대한 설명도 접할 수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박우상 프로듀서는 "AI를 포함한 모든 기술이 끝까지 간 상황에서 돋보이기 위해선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가수로 비유하자면 이제 고음은 장점이 아니다. 보컬 학원 몇 달 다니면 고음은 기술로 뚫어주지 않나. 하지만 음악의 본질인 감정은 학원에서 배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여기서 옥석이 가려지는 게 아닐까"라고 했다.
이어 박우상은 "체감상 기술의 발달로 상승하던 전체적인 평균이 어느 순간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AI와 같은 기술 발전에 의존해 '딸깍'을 많이 할수록 프로듀서로서 능력에 공백이 생길 위험이 있다. 내 일의 크기도 작아지는 데다 기술도 발전해버린 탓에 어려운 과정을 직접 이겨내지 않고 생략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인내와 성실, 끈기 같은 그릇이 사라져가는 것 같다. 이게 가장 중요한 기본기인데 말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술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박우상 프로듀서는 "최근 들어 기술과 예술을 한 덩어리로 보기 시작했다. 기술에만 집착하는 것보단 감각에 의존하는 편이 낫긴 하지만, 기술을 모르면 창작에도 제한이 생긴다. 어느 정도 기술을 익혀야 감각도 예민해져서 뭘 표현하고 싶은지 제대로 알고 마음껏 꿈을 펼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박우상 프로듀서는 그룹 마마무의 '별이 빛나는 밤', '너나 해 (Egotistic)' 등 히트곡을 비롯해 아이유의 '봄 안녕 봄', 화사의 '마리아 (Maria)', 청하의 'Snapping'(스내핑) 등 K팝 대표곡들을 작곡했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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