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상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제공=웨이브 '피의 게임X'
방송인 이상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제공=웨이브 '피의 게임X'
"출연하고 싶은 거 아니야?" 아내의 한마디에 11년 만에 서바이벌 게임으로 돌아온 이상민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게임을 마무리했다. '피의 게임X'에서 팀의 리더이자 전략가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그는 개인전을 앞두고 아내와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며 기권을 선택했다. 어렵게 출연을 결심했던 만큼 돌연 하차는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이상민은 이번 도전을 "최고의 일탈"이라고 표현했다.

21일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에서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피의 게임X'에 출연했던 방송인 이상민이 취재진과 만났다. '피의 게임X'는 예측 불가능한 룰과 치밀한 설계 속에서 뇌 지능과 피지컬 최강자들이 극한의 생존 게임을 펼치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이상민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연은 '지니어스2' 11년 만이다. 그는 "작년 11월에 처음 섭외 연락을 받았다. 고민해 보겠다고 말한 후 오랜 시간 생각했다. '지니어스2' 우승 이후로 어떤 서바이벌 제안도 거절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제안을 줄곧 거절한 이유는 난이도가 높아지는 게임 형식 때문이었다. 이상민은 "플레이가 갈수록 어려워져서 나가면 창피하게 잡아먹힐 거라는 생각이 컸다. 출연자들도 어린 친구들이 새롭게 합류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세대 간의 차이도 크더라"고 토로했다.
사진제공=웨이브 '피의 게임X'
사진제공=웨이브 '피의 게임X'
긴 고민 끝에 이상민은 아내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이상민은 "나는 제안을 받으면 바로 결정을 내리는 타입이다. 그런데 쉽게 결정을 못 내리니까 아내가 '고민이 그렇기 길어진다는 건 나가고 싶은 거 아니냐. 나가라'고 얘기해줬다"고 전했다.

플레이 도중 갑작스러운 하차의 이유 역시 공교롭게도 아내였다. 7화에서 그는 개인전이 시작되기 전 "내가 한마디 해도 될까?"라며 "아내와 함께 내일 병원에 가야 할 일이 있다"면서 돌연 기권을 선언했다. 그 사연에 대해 이상민은 "새벽 4시 반까지 제작진과 의논했지만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제가 가야 하는 상황이 분명했다. 저에게만 따로 시간을 내줄 수는 없다는 제작진 의견에 따라 하차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불가피한 기권이었지만,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그의 기권이 팀의 전력 약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이상민이 하차한 후 그가 속한 팀원들은 이어진 게임에서 잇따라 탈락했다. 이상민은 "제 허세일 수도 있지만, 만약 제가 살아 남았다면 '살인마 게임'에서 우리 팀은 단 한 명도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센스와 지식을 갖춰 육각형 친구라고 생각했던 태균이가 떨어지길래 팀원들이 맥없이 탈락하는 게 내 잘못 같았다"고 미안한 마음을 표출했다.

시즌1 당시 MC로서 스튜디오에서 플레이어들을 관찰했던 이상민은 이번에 직접 게임판에 들어왔다. 관찰자와 플레이어로서 차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라며 고단함을 체감했다. 이상민은 "시즌1을 진행자로서 지켜봤기 때문에 그저 즐기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날부터 2시간 동안 묶여 있었다. 편집됐지만, 그때 소리를 질렀을 정도로 극한의 상황을 경험했다"고 회상했다.

'피의 게임X'는 기존 '피의 게임' 시즌1~3의 대표 플레이어들이 팀을 이뤄 맞붙고, 챌린저·루키 팀까지 합류한 5팀 팀전이 핵심이다. 이상민은 시즌1 출신 정근우, 박지민, 이태균과 한 팀(P1)을 맺어 리더이자 전략가 겸 정치를 담당했다. 다른 팀과는 연합과 협상의 창구였으며, 상대를 안심시키거나 정보를 흘리는 심리전을 담당했다. 특히 4회에서는 상대에게 협력할 것처럼 여지를 주면서 투표권 관련 협상을 이용했고, 경매에서도 상대 자금을 소진시키는 식의 플레이를 하면서 누리꾼들로부터 의외라는 반응을 얻었다.

시즌1~3 때와 달리 이번에는 물리력이 허용된다는 조건이 추가됐다. 하지만 신승용이 박지민을 쫓아가는 장면에서 보기 불편했다는 일부 반응이 있었다. 당시 신승용은 이상민을 향해 뛰어가는 박지민을 뒤에서 잡아챘고, 이상민이 "다쳐, 다친다고"라며 박지민을 거듭 보호했으나 신승용이 몸 싸움을 멈추지 않으면서 논란으로 확산됐다. 이에 대해 이상민은 "무력이 룰에 포함된 부분이라서 그렇게까지 논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면서도 "선플이든 악플이든 반응이 없는 것보단 뭐든 댓글이 많이 달리 게 좋은 것 같다. 시청자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방송인 이상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제공=웨이브 '피의 게임X'
방송인 이상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제공=웨이브 '피의 게임X'
긴 시간의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이상민은 '피의 게임X' 출연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팀전이라는 걸 11년 만에 하게 됐는데, 매력이 있는 것 같다. 팀 안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그때마다 의논할 수 있는 결정적인 사람이 늘 있다. 논의 끝에 최고의 해답을 도출하는 형식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이어 "또 다른 서바이벌이라면 그에 맞는 신경을 써야 하겠지만, '피의 게임' 시리즈는 이번에 경험했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다시 출연을 안 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며 다음 시즌 참여를 희망하기도 했다.

어렵게 출연을 결정한 만큼, 이상민이 시청자에게 각인하고 싶은 이미지는 확실했다. 그는 "어떤 프로그램이든 존재감은 항상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프로그램에 임한다"면서 "이번에도 회차별로 한 번씩 심었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위스키, 자동차, 시계, 경매 등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하필 좋아하는 분야의 게임들이 나왔다. 덕분에 6화 때까지는 존재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종영을 앞두고 돌연 하차했음에도 이상민에게 후회는 없었다. 그는 "저의 루틴은 똑같다. 일과 집밖에 없다.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밖에서 누구와 만나지도 않고 외식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출연은 저에게 최고의 일탈이었다"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