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엿같은 사랑' 공식 포스터 / 사진=쿠팡플레이, 넷플릭스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엿같은 사랑' 공식 포스터 / 사진=쿠팡플레이, 넷플릭스
수십 편의 작품이 OTT와 방송사를 오가며 동시에 쏟아지는 가운데, 시청자의 시선을 가장 먼저 붙잡는 것은 배우도, 줄거리도 아닌 '제목'이 됐다. 최근 '불륜', '이혼', '킬러', '엿같은' 등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제목 자체가 하나의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자극성 경쟁이 과열될 경우 오히려 작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불륜·이혼·엿같은·킬러…갈수록 매워지는 드라마 제목, 왜 더 과감해졌나 [TEN스타필드]
최근 공개를 앞두거나 방영 중인 작품들의 제목을 살펴보면 공통된 흐름이 읽힌다. 쿠팡플레이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KBS '그래 이혼하자', 넷플릭스 '이런 엿같은 사랑', MBC '유부녀 킬러' 등 제목만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 작품 내용을 모르더라도 어떤 분위기의 이야기인지 단번에 짐작할 수 있도록 직설적인 키워드를 전면에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과거에는 '겨울연가', '파리의 연인',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 감성적이거나 은유적인 제목이 주를 이뤘다. 반면 최근에는 제목부터 강한 인상을 남기려는 작품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작품의 분위기와 소재를 직설적으로 담아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온라인상에서 이용자의 클릭을 한 번이라도 더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작품의 제목이 과감해진 배경에는 달라진 콘텐츠 소비 환경이 있다. OTT 플랫폼이 일상화되면서 이용자들은 수많은 작품을 짧은 시간 안에 훑어본 뒤 시청 여부를 결정한다. 작품 포스터와 제목이 첫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한눈에 눈길을 끌 수 있는 제목의 중요성도 커졌다.

짧은 시간 안에 이용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만큼 제목만으로 장르와 분위기를 전달하려는 경향도 짙어졌다.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의 작품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하고,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을 끌기 위해 강한 단어를 앞세우는 식이다. 최근 '불륜', '이혼', '킬러'처럼 작품의 소재를 그대로 제목에 넣는 경우가 늘어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래 이혼하자', '유부녀 킬러' 공식 포스터 / 사진=KBS, MBC
'그래 이혼하자', '유부녀 킬러' 공식 포스터 / 사진=KBS, MBC
그러나 자극적인 제목이 항상 긍정적인 효과만 내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작품의 완성도보다 화제성에만 기대려는 마케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강렬한 제목이 작품의 내용을 뒷받침하지 못하면 더 큰 실망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텐아시아에 "요즘은 콘텐츠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대부분의 작품이 주목받지 못한 채 묻히는 경우가 많다"며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관심을 끌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제목도 점점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 평론가는 "자극성만 높아지면 작품의 품위와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며 "모두가 비슷하게 자극적인 제목을 쓰기 시작하면 오히려 차별성이 사라져 마케팅 효과도 줄어든다. 자칫 조롱의 대상이 되거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단순히 자극성을 높이는 근시안적인 접근보다 작품성으로 승부해야 한국 드라마 산업의 경쟁력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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