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겨울연가', '파리의 연인',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 감성적이거나 은유적인 제목이 주를 이뤘다. 반면 최근에는 제목부터 강한 인상을 남기려는 작품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작품의 분위기와 소재를 직설적으로 담아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온라인상에서 이용자의 클릭을 한 번이라도 더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작품의 제목이 과감해진 배경에는 달라진 콘텐츠 소비 환경이 있다. OTT 플랫폼이 일상화되면서 이용자들은 수많은 작품을 짧은 시간 안에 훑어본 뒤 시청 여부를 결정한다. 작품 포스터와 제목이 첫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한눈에 눈길을 끌 수 있는 제목의 중요성도 커졌다.
짧은 시간 안에 이용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만큼 제목만으로 장르와 분위기를 전달하려는 경향도 짙어졌다.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의 작품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하고,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을 끌기 위해 강한 단어를 앞세우는 식이다. 최근 '불륜', '이혼', '킬러'처럼 작품의 소재를 그대로 제목에 넣는 경우가 늘어난 것도 같은 이유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텐아시아에 "요즘은 콘텐츠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대부분의 작품이 주목받지 못한 채 묻히는 경우가 많다"며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관심을 끌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제목도 점점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 평론가는 "자극성만 높아지면 작품의 품위와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며 "모두가 비슷하게 자극적인 제목을 쓰기 시작하면 오히려 차별성이 사라져 마케팅 효과도 줄어든다. 자칫 조롱의 대상이 되거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단순히 자극성을 높이는 근시안적인 접근보다 작품성으로 승부해야 한국 드라마 산업의 경쟁력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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