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2026 FIFA World Cup / @bts_bighit on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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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이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지 않길 바란다"며 그래미 어워즈 출품 거부를 선언한 가운데, 국내 음악 업계에서도 이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29일 오후 각자의 SNS에 "저희는 올해 그래미 어워즈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며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2027년 2월 열리는 제69회 그래미 어워즈부터 '베스트 아시안 팝 음악 퍼포먼스' 부문이 신설된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그래미 어워즈에서 새로운 부문이 만들어지는 일 자체는 드물지 않다. '베스트 아시안 팝 음악 퍼포먼스' 역시 K팝과 J팝을 비롯한 아시아 대중음악의 성장과 영향력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기존 부문에서 주목받기 어려웠던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수상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다만 국내 업계에서는 이번 부문 신설을 마냥 환영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아시아 음악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동시에 이를 별도의 지역 카테고리 안에 묶어 기존 주요 부문과 구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아시아 음악 시장의 성장을 반영한 조치지만, 결과적으로는 비주류로 분류해 기존 주류 부문과 거리를 두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미는 앞서 게임 음악 시장이 성장하자 '베스트 스코어 사운드트랙 포 비디오 게임스 앤드 아더 인터랙티브 미디어' 부문을 신설했고, 아프리카 음악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베스트 아프리칸 뮤직 퍼포먼스' 부문을 만들었다. 새로운 흐름과 시장을 반영한다는 취지였지만, 주류 밖에서 성장한 음악을 별도의 카테고리로 분리하는 방식이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특히 K팝과 J팝 등은 언어와 음악적 기반, 산업 구조가 서로 다르다. 이를 '아시안 팝'이라는 하나의 지역 범주로 묶을 경우 음악적 특성보다 아티스트의 출신 지역이 우선적인 분류 기준이 될 수 있다. 팝과 R&B, 힙합, 댄스 등 장르적 차이보다 지역성이 먼저 강조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 음악의 위상을 인정하면서도 기존 주요 부문에서는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게 하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K팝의 화제성과 팬덤은 시상식의 관심도를 높이는 데 활용하면서도 주요 부문 수상에는 인색했다는 비판도 같은 맥락에서 제기된다.
BTS at the 2021 Grammy Awards / BIGHIT MUSIC (HYBE)
BTS at the 2021 Grammy Awards / BIGHIT MUSIC (HYBE)
방탄소년단은 그동안 그래미 어워즈에서 여러 차례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출품 자체를 포기한 것은 단순한 보이콧이라기보다 아시아에서 만들어진 대중음악을 별도의 지역 부문으로 묶는 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로 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은 그래미의 인정을 통해 존재감을 증명해야 하는 신인이나 비주류 아티스트가 아니다. 이미 세계 음악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거둔 이들이 개인적인 수상 가능성을 내려놓고 분류 방식의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방탄소년단의 출품 거부가 그래미의 운영 방식을 곧바로 바꾸지는 못할 수 있다. 다만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아티스트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아시안 팝' 부문 신설을 단순한 외연 확장으로 봐야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그래미의 이번 조치가 음악을 지역과 언어에 따라 구분하는 기준이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인지, 기존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다시 긋는 방식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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