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부장판사 신명희)는 이날 '엄흥도' 시나리오 작가 유족 측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공동 제작사 온다웍스와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쇼박스 등을 상대로 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결정으로 영화는 상영은 물론 향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공개와 DVD 출시, 해외 수출 등 후속 서비스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두 작품의 유상성을 찾기 어렵다고 봤다. 두 작품이 단종과 엄흥도, 한명회 등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역사극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작품의 핵심을 이루는 이야기와 인물의 성격은 다르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교적 충의 서사'를 핵심 정서적 주제로 삼고 있다는 점은 유사하나, 드라마 '엄흥도'는 엄흥도의 충성과 헌신적인 태도,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과 엄흥도 및 마을 사람들의 교류와 이 과정에서의 성장사가 핵심 주제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두 작품은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적 사실과 배경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일부 유사한 점이 발견되기는 한다"면서도 "단종과 엄흥도의 관계, 전체적 줄거리, 주요 주제 등의 내용이 전혀 다르고, 유족 측 시나리오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특성에 있어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유족 측은 2019년 별세한 작가의 드라마 '엄흥도' 시나리오가 영화에 반영됐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왕과 사는 남자' 측은 표절 의혹을 부인해 왔다. 제작사 측 변호인은 "재판부가 영화의 독자적 창작 경위와 두 작품의 본질적 차이를 명확히 확인해 준 당연한 결정"이라며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창작 활동이 위축되지 않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왕과 사는 남자'는 누적 관객 약 1691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국내 개봉 영화 흥행 2위를 차지했다. 영화는 폐위된 후 유배된 단종과 그를 지키게 된 엄흥도와 마을 사람들이 함께 변화하고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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