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8년 차 배우 최재림이 지금까지 선보인 것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무대에 올랐다. 그동안 '시카고', '지킬앤하이드', '타지마할의 근위병' 등에서 무게감 있는 역할을 주로 맡았던 그는 최근 초연을 올린 창작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에서 발랄하고 귀여운 109세포로 변신했다.
최재림은 무대에서 새하얀 의상에 숫자 '109'가 적힌 상의를 착용하고, 머리에는 수영모를 연상시키는 흰색 모자와 고글을 매치해 독특한 캐릭터성을 드러냈다. 발목이 드러나는 팬츠와 흰 운동화까지 모두 화이트 톤으로 통일해 다른 세포들과 차별화된 순수하고 미완성된 존재를 강조했다. 무대에서도 눈에 띄는 이유다.
최재림의 무게감 있는 연기에 익숙해져있는 관객이라면 그의 변화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최재림은 109세포 특유의 순수한 에너지와 생동감을 살리는 데 집중하며 관객들에게 기분 좋은 신선함을 선사하고 있다. 앞서 프레스콜에서 109세포의 최종 목표를 '귀여움'이라고 밝힌 그는 이 목표를 어느 정도 이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88% 정도"라고 말하며 웃었다.
"귀여움이 100%까지 가면 스스로도 못 견딜 것 같아요. 하하. 그래도 극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귀여운 매력은 최대한 보여주고 싶었어요. 109세포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갓 태어난 것처럼 깨끗하고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죠. 이후 세포가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유미에게 좋은 영향도, 나쁜 영향도 주는데 그 과정에서 세포가 성장도 함께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연출이 큰 아이디어를 던져주면 배우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장면을 만들고, 다시 피드백을 받아 보완하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그래서 배우들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됐죠. 한 장면을 두고도 배우마다 의견이 달랐는데, 제가 그 의견을 정리하고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했어요. 의견이 채택되지 않은 배우들의 마음도 챙기고요. 하하."
'유미의 세포들'은 앙상블 배우들까지 각자 개성 있는 세포를 하나씩 맡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세포의 성격을 몸짓과 표정, 말투 하나까지 녹여내기 위해 공을 들였다. 최재림은 "한 세포를 계속 보다 보면 행동과 말투, 표정 하나하나가 모두 세포 그 자체라는 걸 느낄 수 있다"며 "그런 부분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관전 포인트를 소개했다.
"사람들은 모두 사랑받고 싶어 하고, 누군가가 나를 알아봐 주길 바라잖아요. '유미의 세포들' 속 세포들은 '결국 네 안에는 너를 행복하게 만드는 세포들이 살고 있다. 너는 혼자가 아니고, 사랑받고 있으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를 전한다고 생각해요. 그 마음이 관객들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박의진 텐아시아 기자 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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