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권이 없는 MBC '나혼산'이 억지스러운 월드컵 응원 편으로 혹평을 받고 있다./사진제공=MBC
중계권이 없는 MBC '나혼산'이 억지스러운 월드컵 응원 편으로 혹평을 받고 있다./사진제공=MBC
"축구를 보는 코쿤을 보는 우리를 보는 시청자들인 거냐. 세상이 어떻게 된 거냐."

기안84가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이하 '나혼산') 스튜디오에서 월드컵 응원 특집 편을 지켜보며 던진 이 말은, 이번 특집이 마주한 구조적 모순을 정확히 관통했다. 화면 안팎을 겉도는 알맹이 없는 기획에 대한 의문은 현실이 됐다. 중계권조차 없는 방송사가 억지로 쥐어짜 낸 이벤트성 특집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기는커녕, '나혼산'이 가진 관찰 예능으로서의 정체성과 본질만 흐리게 만들었다.
'나혼산' 혹평 쏟아졌다…중계권도 없으면서, '촌극' 된 억지 월드컵 특집 [TEN스타필드]
지난 19일 방송된 '나혼산'에서는 코쿤이 평소 절친한 선배인 그룹 에픽하이 멤버들을 작업실로 초대해 대한민국과 체코의 2026 북중미 월드컵 경기를 함께 응원하는 모습이 담겼다. 각종 국가대표 유니폼과 응원 도구를 준비한 코쿤은 "축구는 제가 거의 유일하게 흥분하는 것 중 하나"라며 남다른 애정을 보이며 축구에 진심인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제작진의 무리한 기획과 구성 방식에 있었다. 현재 월드컵 경기 중계권과 저작권은 해당 권한을 가진 특정 방송사 외에는 경기 장면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 중계권이 없는 MBC로서는 당연히 실제 경기 화면을 단 한 컷도 송출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시작한 셈이다.
월드컵을 '삐' 처리한 '나혼산'/./사진제공=MBC
월드컵을 '삐' 처리한 '나혼산'/./사진제공=MBC
그로 인해 발생한 촌극은 고스란히 화면에 담겼다. 방송에서는 '월드컵'이라는 단어조차 제대로 쓰지 못해 자막에는 '월〇컵'으로 표기했고, 출연진의 발음마저 무음(삐) 처리하는 풍경이 연출됐다. 핵심인 스포츠 경기는 배제된 채 화면 밖 상황에만 환호하고 탄식하는 '리액션'만 이어졌고, 멕시코 현지에서 경기를 직관했던 전현무가 당시의 상황을 말로 설명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펼쳐졌다.

제작진은 골을 넣을 때마다 제공 받은 기사 사진으로 설명을 대체했고, 스튜디오에서 "샌드아트로 표현하자"는 농담 섞인 말에 실제 'AI 생성 영상'을 활용해 샌드아트풍으로 경기를 재연하기도 했다. 멤버들 역시 이러한 상황에 황당해하는 모습을 보였고, 중간 광고 송출 타이밍에 TV가 비치자 "이제야 TV가 나오네요!"라며 속 시원해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다르지 않았다. "정작 경기는 못 보고 출연자 소리 지르는 모습만 1시간 내내 지켜봤다", "인터넷 개인방송의 리액션 캠과 다를 게 무엇이냐"는 날 선 불만이 쏟아졌다.
월드컵 영상을 AI 영상으로 대체한 '나혼산'./사진제공=MBC
월드컵 영상을 AI 영상으로 대체한 '나혼산'./사진제공=MBC
이러한 혹평이 더욱 뼈아픈 이유는 '나혼산'이 그간 가장 잘해왔던 프로그램의 본질과 취지를 스스로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나혼산'의 정체성은 화려한 이벤트가 아닌, 1인 가구 출연자의 소소한 일상과 깊이 있는 취향을 들여다보는 데 있다. 최근 최고 시청률 7%를 견인한 류혜영 편을 비롯해 박경혜의 6평 원룸 일상, 고강용의 '영끌' 전세 대출 이사기 등은 연예인들의 호화로운 '집 자랑'을 빼고 사람 냄새 나던 초창기 '나혼산'의 결을 살리며 시청자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반면 이번 코쿤의 월드컵 응원 편은 현장감과 경기 내용의 몰입도가 생명인 스포츠 영역을 무리하게 관찰 예능의 틀에 넣으면서 장점이 반감됐다. 경기 화면이라는 '알맹이'가 없는 상태에서의 응원 풍경은 시청자들을 화면 안으로 몰입시키지 못하고 겉돌게 만들었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 열기에 무임승차하려다 관찰 예능의 결도, 시청자의 공감도 모두 놓쳐버린 '나혼산'.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축제가 아니라, 그간 보여줬던 '사람 냄새 나는 일상'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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