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에 출연한 배우 정문성을 만났다. / 사진제공=자이언엔터테인먼트
'허수아비'에 출연한 배우 정문성을 만났다. / 사진제공=자이언엔터테인먼트
"한 번은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있었는데 어떤 분이 저를 보더니 '연쇄살인범이다'라고 소리를 치셨어요.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도 알아보시더라고요. 너무 놀라서 그 자리에서 도망갔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허수아비'에서 평범한 서점 주인 이기환과 연쇄살인범 이용우를 오가며 활약한 정문성은 인터뷰 시작과 함께 작품 공개 이후 주변의 반응을 전했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던 중 자신을 알아본 시민이 "연쇄살인범이다"라고 외쳤다는 것. 그만큼 정문성의 연기가 강한 인상을 남겼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었다.
'허수아비'에 출연한 배우 정문성을 만났다. / 사진제공=자이언엔터테인먼트
'허수아비'에 출연한 배우 정문성을 만났다. / 사진제공=자이언엔터테인먼트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에 출연한 정문성을 만났다. '허수아비'는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수사하던 형사 강태주(박해수 분)가 자신이 혐오하던 인물 차시영(이희준 분)과 만나 뜻밖의 공조 관계를 맺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경기도 화성군 일대에서 벌어진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다.

정문성은 작품을 준비한 과정에 대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지만 관련 자료를 일부러 많이 찾아보지 않았다"며 "감독님과 나눈 이야기 그 이상은 보지 않으려 했다. 내가 연기해야 하는 건 실제 인물이 아니라 이기환과 이용우라고 생각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실제 인물이 너무 깊이 스며들면 작품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무엇보다 이 작품과 연관된 실제 피해자분들에게 끼칠 영향도 생각했어요.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죠. 제가 생각하는 악인의 범주 안에 가두지 않으려 했어요. 작품이 끝난 뒤에도 내 안에 남지 않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허수아비'에 출연한 배우 정문성을 만났다. / 사진제공=자이언엔터테인먼트
'허수아비'에 출연한 배우 정문성을 만났다. / 사진제공=자이언엔터테인먼트
'허수아비'는 30년의 세월을 오가는 작품이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는 배우들의 노년이, 본편에는 강성이라는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이에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배우들의 연기 역시 중요한 요소였다. 정문성은 이기환의 노년 시절까지 직접 연기하고 싶어 했을 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이 컸다고 밝혔다.

정문성은 "대본이 정말 좋았다. 이 대본이 어떻게 작품에 담길지 너무 궁금해서 꼭 함께하고 싶었다. 또 모든 시간이 지난 뒤 현재에서 태주를 만난 기환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차라리 젊은 시절은 다른 배우가 연기하고, 나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맡겠다고 했을 정도로 꼭 노역을 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열연과 탄탄한 연출에 힘입어 '허수아비'는 최종화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8.1%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정문성은 "대본이 너무 잘 나왔고 좋은 배우들과 함께한 작품이라 사실 잘될 거라고 생각했다"라며 "자극적인 장면이나 시청각적인 요소로 재미를 만들기보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하고 느껴야 할 것들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허수아비'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정말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누구 하나 화내는 사람도 없었고요. 감독님도 카리스마로 현장을 이끄는 분이라기보다 한여름 가장 더운 시간에 스태프들에게 낮잠 시간을 주실 정도로 사람을 먼저 챙기셨어요.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들이 모여 만든 작품이라 더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까지 얻어서 기쁩니다."
'허수아비'에 출연한 배우 정문성을 만났다. / 사진제공=자이언엔터테인먼트
'허수아비'에 출연한 배우 정문성을 만났다. / 사진제공=자이언엔터테인먼트
끝으로 정문성은 '허수아비'를 통해 한단계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납득이 돼야 연기를 하는 사람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 범주 밖에 있는, 형체도 잘 잡히지 않는 감정들을 연기해야 했다"라며 "배우이기 때문에 결국 나 자신을 걸고 그 연기를 해내야 했고, 그 자체가 나에게는 큰 도전이고 성장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이 배웠어요. 앞으로는 조금 더 폭넓은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아무래도 악역을 맡았다 보니 작품에서 비춰진 모습들 때문에 속상했거나 화가 나셨던 분들이 있다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웃음) 오랜만에 정말 모든 걸 쏟아부은 작품이었는데, 앞으로는 더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