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데뷔 19년 차를 맞은 박해수는 '오징어 게임', '수리남', '대홍수'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필모그래피를 쌓았지만 그에게도 남모를 고민은 있었다. 박해수는 "작품이 잘되고 있음에도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라며 "그러던 중 '허수아비'를 만나 해답을 얻게 됐다"고 털어놨다.
박해수는 '허수아비' 대본을 처음 받았을 당시 두려움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대본을 받았을 때 무서웠다. 내가 가진 역량보다 훨씬 큰 그릇을 가진 인물 같았고, 쉽지 않은 삶을 살아온 캐릭터라 부담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박해수는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감독님에 대한 믿음과 작품의 기획 의도를 보면서 확신이 생겼다. 또 이희준 배우와 곽선영 배우에 대한 신뢰도 컸다. 함께 부딪히면서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작품이다 보니 처음에는 성적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시는 걸 보면서 놀랐어요. 한편으로는 '이런 묵직한 드라마를 보고 싶어 하셨던 시기였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죠. 무엇보다 좋은 배우, 제작진들이 함께한 덕분에 어려운 소재를 잘 풀어냈고,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작품에 대한 관심은 시청률로도 이어졌다. 방영 내내 높은 시청률을 유지한 '허수아비'는 마지막 화에서 8.1% 자체 최고 성적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에 대해 박해수는 "한여름에 촬영을 하다 보니 땀에 젖어 옷을 네 번씩 갈아입었다. 촬영 내내 너무 더워서 힘들었는데 그래도 현장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신 관계자분들 덕분에 작품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해수는 "'허수아비'를 만나기 전까지 연기적인 고민이 많았다. 작품은 잘됐지만 스스로는 늘 부족하다고 느꼈고, 연기를 허세처럼 하는 내 모습도 싫었다. '허수아비'를 준비하면서 이희준 형과 함께 연습실을 빌려 서로를 숨김없이 드러내듯 연기 연습을 했다. 그 과정을 거치며 배우로서 닫혀 있던 부분이 조금씩 열리는 기분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여러 작품도 잘됐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편에는 늘 조급함이 있었어요. 겉으로는 잘 흘러가고 있는데 정작 저는 '내가 인물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 '관찰력이 부족한 건 아닐까' 같은 고민을 계속했던 것 같아요. 생각이 많았던 시기에 '허수아비'를 만났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더 특별하고 고마운 작품으로 남아있는 것 같아요."
"마지막 화에 태주가 꿈을 꾸는 장면이 나와요. 동네의 모든 인물이 등장해서 평범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죠. '만약 그때 살인 사건이 없었다면 어땠을까'를 보여주는 장면이라 개인적으로 많이 먹먹했어요. 시간이 지나면 작품은 조금씩 잊힐 수 있겠지만, '허수아비'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위로만큼은 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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