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지현이 영화 '군체'에 출연했다. / 사진=텐아시아DB
배우 전지현이 영화 '군체'에 출연했다. / 사진=텐아시아DB
좀비 영화 '군체'(감독 연상호)가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하며 극장가에 흥행을 일으키고 있다. 이 화력의 중심에는 작품을 진두지휘한 연상호 감독과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전지현이 있다. 연 감독과 전지현이 함께한 건 첫 작품부터 긍정적인 시너지를 냈다는 평가다.
구교환·신현빈·강동원에 '군체' 전지현까지…연상호의 페르소나 확장 지형도[TEN스타필드]
전지현이 연상호 감독의 세계관, 일명 '연니버스'에 성공적으로 합류하면서, 다른 연니버스 멤버들도 재주목받고 있다. 황폐하고도 매력적인 디스토피아를 함께 일구고 확장해 온 연상호의 특급 페르소나들을 살펴봤다.
배우 구교환이 '군체'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쇼박스
배우 구교환이 '군체'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쇼박스
구교환 | 연니버스에 현실감 불어넣는 '변칙적 활력'구교환의 변칙적인 연기 호흡과 예측 불가능한 에너지는 연상호 감독이 설계한 기괴하고 잿빛 가득한 디스토피아 세계관과 만났을 때 시너지를 낸다. 독립영화계 슈퍼스타였던 구교환이 대중적인 주류 무대로 발돋움한 계기는 연 감독과의 첫 만남인 영화 '반도'(2020)였다. 그는 '반도'에서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의 서늘한 리더 '서 대위'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연니버스의 핵심 축으로 직행했다.

이후 연상호가 집필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2022)에서 초자연적 재앙을 추적하는 괴짜 고고학자 정기훈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2024)에서는 기생생물의 정체를 파헤치는 설강우로 분해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연상호와의 4번째 만남인 '군체'(2026)에 이르러서는 감염자들을 앞세워 생존자들의 앞을 막아서는 빌런 캐릭터로 변신했다. 판타지 같은 재앙의 상황도 관객들을 납득시키는 몰입도 높은 연기. 연상호 감독이 구교환이라는 페르소나를 계속해서 호출하는 이유다.
배우 신현빈은 '괴이', '계시록', '얼굴', '군체' 등으로 연상호 감독과 함께 작업했다. / 사진=텐아시아DB
배우 신현빈은 '괴이', '계시록', '얼굴', '군체' 등으로 연상호 감독과 함께 작업했다. / 사진=텐아시아DB
신현빈 | 재앙을 정면으로 파고드는 '단단한 밀도'신현빈은 연상호 감독의 오컬트 미스터리와 잔혹한 스릴러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든든한 축이다. 그의 강점은 차분한 분위기와 견고한 에너지다. '괴이'(2022), '계시록'(2025) 등 연니버스의 수많은 초자연적 재앙과 광기 속에서 신현빈이 연기하는 인물들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사건의 본질을 집요하고 분명하게 파고들며 극의 서사적 중심을 잡는다.

실험적인 영화 '얼굴'(2025)에서는 파격적인 '얼굴 없는' 연기로 필모그래피에 신선한 변주를 줬다. 스크린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실루엣과 감정 연기만으로 극을 이끌었다. '군체'에서는 극 중 남편의 전처라는 복잡한 관계로 얽힌 전지현과 끈끈한 연대를 형성, 재앙에 맞서며 극에 박진감을 더했다.
영화 '와일드 씽'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강동원.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와일드 씽'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강동원.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강동원 | 글로벌로 판을 키운 주역이자 '든든한 가교'강동원은 연상호 감독과 많은 작품을 함께 하진 않았지만, '반도'(2020)로 연니버스를 글로벌 액션 블록버스터 규모로 확장한 주역이다. '반도'에서 그는 전직 군인 역을 맡아 황폐해진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 속에서유연한 액션과 처연한 눈빛 연기를 선보였다.

'반도'는 현재 네이버 엔터의 넷플릭스 영화 인기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 사람이 올 여름에 각각 신작 '군체'와 '와일드 씽'으로 대결하게 되면서, 함께 작업했던 '반도'도 덩달아 다시 주목받는 모양새다.

강동원은 '군체'와 뜻밖의 연결고리도 있다. 전지현 캐스팅 과정에서 연 감독이 강동원에게 "티 안 나게 잘 얘기해달라"는 부탁을 했기 때문. 강동원이 연상호와 전지현 사이 가교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는 연상호와 강동원이 작품 밖에서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든든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또 다른 거대한 프로젝트로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기대케 한다.
영화 '군체의 한 장면. 좀비떼의 공격에 맞서는 전지현. /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군체의 한 장면. 좀비떼의 공격에 맞서는 전지현. / 사진제공=쇼박스
'군체'를 통해 어우러진 전지현과 연상호 감독의 만남은 단순한 1회성 협업을 넘어 연니버스의 새로운 상징을 남겼다. 전지현은 연 감독의 미모와 연기력 칭찬 속에서 연니버스의 새로운 뮤즈이나 핵심 페르소나로 급부상했다. 인터뷰를 통해 서로 "액션물로 다시 만나고 싶다"고 공언할 만큼 신뢰를 다진 두 사람. 이들의 동행은 일찌감치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연상호가 연니버스를 계속 확장할 수 있는 원동력은 감독과 배우가 만들어내는 유기적인 시너지에 있다. 연 감독은 자신이 구축한 잿빛 디스토피아 세계관 속에 배우들을 가두지 않고, 도리어 그들에게서 낯설고 새로운 얼굴을 집요하게 이끌어내며 연니버스의 영토를 넓혀간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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