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연상호가 집필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2022)에서 초자연적 재앙을 추적하는 괴짜 고고학자 정기훈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2024)에서는 기생생물의 정체를 파헤치는 설강우로 분해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연상호와의 4번째 만남인 '군체'(2026)에 이르러서는 감염자들을 앞세워 생존자들의 앞을 막아서는 빌런 캐릭터로 변신했다. 판타지 같은 재앙의 상황도 관객들을 납득시키는 몰입도 높은 연기. 연상호 감독이 구교환이라는 페르소나를 계속해서 호출하는 이유다.
실험적인 영화 '얼굴'(2025)에서는 파격적인 '얼굴 없는' 연기로 필모그래피에 신선한 변주를 줬다. 스크린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실루엣과 감정 연기만으로 극을 이끌었다. '군체'에서는 극 중 남편의 전처라는 복잡한 관계로 얽힌 전지현과 끈끈한 연대를 형성, 재앙에 맞서며 극에 박진감을 더했다.
'반도'는 현재 네이버 엔터의 넷플릭스 영화 인기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 사람이 올 여름에 각각 신작 '군체'와 '와일드 씽'으로 대결하게 되면서, 함께 작업했던 '반도'도 덩달아 다시 주목받는 모양새다.
강동원은 '군체'와 뜻밖의 연결고리도 있다. 전지현 캐스팅 과정에서 연 감독이 강동원에게 "티 안 나게 잘 얘기해달라"는 부탁을 했기 때문. 강동원이 연상호와 전지현 사이 가교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는 연상호와 강동원이 작품 밖에서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든든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또 다른 거대한 프로젝트로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기대케 한다.
결국 연상호가 연니버스를 계속 확장할 수 있는 원동력은 감독과 배우가 만들어내는 유기적인 시너지에 있다. 연 감독은 자신이 구축한 잿빛 디스토피아 세계관 속에 배우들을 가두지 않고, 도리어 그들에게서 낯설고 새로운 얼굴을 집요하게 이끌어내며 연니버스의 영토를 넓혀간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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