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낙준, 이미솔 PD, 비비, 이은지, 유승호, 장동선, 장홍제, 김한결. / 사진=MBN '최후의 인류'
(왼쪽부터) 이낙준, 이미솔 PD, 비비, 이은지, 유승호, 장동선, 장홍제, 김한결. / 사진=MBN '최후의 인류'
국내 대표 교육 방송 EBS가 리얼리티 서바이벌 예능에 도전한다. 교육 콘텐츠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현재 방송가의 주요 소비 장르인 생존 예능을 통해 시청자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실험이다. EBS의 외연 확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EBS는 지난 1일 신규 프로그램 '최후의 인류' 제작발표회를 개최했다. 오는 4일 첫 방송되는 '최후의 인류'는 인류가 더 이상 지구라는 하나의 행성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7인의 출연자가 과학을 활용해 폐쇄된 생태계 안에서 생존에 도전하는 세계 최초 과학 생존 리얼리티를 표방한다.

그동안 EBS는 교육과 교양을 대표하는 방송사로 자리매김해왔다. 학교 교육을 보완하는 콘텐츠는 물론 다큐멘터리와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공공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자이언트 펭TV' 등 예능적 요소를 접목한 프로그램을 선보인 적은 있지만, 생존 경쟁을 중심에 둔 리얼리티 포맷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이 같은 선택은 달라진 콘텐츠 소비 환경과 맞닿아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숏폼 콘텐츠가 확산되면서 시청자의 선택지는 크게 늘어났다. 과거처럼 좋은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주목받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이제는 정보의 가치뿐 아니라 전달 방식의 몰입감도 중요해졌다.

최근 콘텐츠 시장에서 서바이벌 포맷이 꾸준히 소비되는 흐름도 무관하지 않다. 넷플릭스 '피지컬:100', '데블스 플랜'을 비롯해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경쟁과 미션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는 계속해서 관심을 받아왔다. 단순한 정보 전달보다 몰입감 있는 서사와 경쟁 구도가 시청자를 붙잡는 하나의 문법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그런 점에서 '최후의 인류'는 EBS의 현실적인 선택으로 읽힌다. 프로그램은 생존이라는 예능적 장치를 활용하지만, 그 과정에 과학적 원리와 지식을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참가자들이 생존을 위해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과학적 사고와 연결되는 구조다.
사진=EBS '최후의 인류'
사진=EBS '최후의 인류'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경쟁 프로그램과는 결이 다르다. '최후의 인류'는 과학과 환경 문제를 체험하게 만드는 콘텐츠를 지향한다. 생존 경쟁의 긴장감은 가져오되, 그 안에 EBS가 오래 쌓아온 교육적 색깔을 입힌 것이다.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도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두고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일부 출연진은 "예능 같다"고 평가한 반면, 또 다른 출연진은 "다큐멘터리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만큼 '최후의 인류'는 교육과 예능, 교양과 리얼리티의 경계에 놓인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과거의 EBS가 지식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의 EBS는 그 지식을 어떻게 더 재미있고 몰입감 있게 전달할지 고민하고 있다. '최후의 인류'는 그 고민이 반영된 프로그램이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관건은 서바이벌이라는 대중적 포맷 안에서 EBS만의 차별성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다. 교육방송의 색깔이 너무 옅어지면 기존 EBS의 강점이 약해질 수 있고, 반대로 교육적 메시지가 과하면 서바이벌 예능 특유의 몰입감이 떨어질 수 있다.

'최후의 인류'의 성패는 두 요소의 균형에 달려 있다. 생존 경쟁의 재미와 과학 콘텐츠의 공공성을 함께 잡을 수 있다면, EBS의 외연 확장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 교육과 예능의 경계를 넘나드는 '최후의 인류'가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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