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군부인'을 연출한 박준화 감독을 인터뷰했다./사진제공=MBC
'21세기 대군부인'을 연출한 박준화 감독을 인터뷰했다./사진제공=MBC
"촬영하면서도 계속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조금 더 고민하지 못했을까, 왜 더 깊게 들여다보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남습니다."

MBC 금토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하 '대군부인')을 연출한 박준화 감독이 작품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에 관해 무거운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박 감독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앞선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박 감독은 수척해진 얼굴로 취재진 앞에 섰다. 인터뷰 내내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던 그는 여러 차례 사과의 뜻을 전했다. 박 감독은 2007년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으로 연출 데뷔한 뒤 '이번 생은 처음이라', '김비서가 왜 그럴까', '환혼' 등을 선보이며 연출력을 인정받아왔다.
'21세기 대군부인'을 연출한 박준화 감독을 인터뷰했다./사진제공=MBC
'21세기 대군부인'을 연출한 박준화 감독을 인터뷰했다./사진제공=MBC
'대군부인'은 MBC 극본 공모 당선작으로, 신인 작가 유지원이 집필을 맡았다. 아이유와 변우석 캐스팅 소식에 이어 박 감독까지 연출에 합류하며 방송 전부터 기대작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지난 15일 방송된 11회에서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지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극 중 이안대군 즉위식 장면 속 '천세' 표현과 구류면류관 설정 등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후 아이유와 변우석은 각각 SNS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고, 배우 이재원은 예정됐던 인터뷰를 취소했다. 결국 박 감독 홀로 취재진 앞에 서게 됐다.

작품이 역사 자문을 받은 드라마로 알려졌던 만큼 대중의 의문도 커졌다. 자문 과정에서 왜 문제점들이 걸러지지 못했는지를 두고 "부분적으로만 자문을 받은 것 아니냐", "자문 이후 연출 과정에서 수정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이어졌다.
'21세기 대군부인'을 연출한 박준화 감독을 인터뷰했다./사진제공=MBC
'21세기 대군부인'을 연출한 박준화 감독을 인터뷰했다./사진제공=MBC
박 감독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제작 환경에 고민이 깊어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앞으로 역사적 배경이 담긴 작품을 맡게 된다면 단순히 한 명의 자문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검증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즉위식 장면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박 감독은 "역사적인 무게감과 상징성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 이어 "현대에는 과거와 달리 내시 제도나 신분제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에 조선과 현대 사이의 간극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려 했다"며 "그 과정에서 드라마적 허용이라고 판단했던 부분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내가 부족했던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다음에 이런 형태의 작품을 하게 된다면 역사에 관해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그런 고민이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충분히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21세기 대군부인'을 연출한 박준화 감독을 인터뷰했다./사진제공=MBC
'21세기 대군부인'을 연출한 박준화 감독을 인터뷰했다./사진제공=MBC
그는 중간에 작품에 투입되면서 준비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고, 촬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대본이 계속 수정·보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문하거나 의견을 나누는 과정들이 급하게 흘러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 내내 부족함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누구 한 사람의 책임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자문도 당시 상황 안에서 이뤄졌고, 역사학자분들 역시 다양한 시선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고 말씀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는 "현실과 판타지가 섞인 설정 안에서 표현하다 보니 그런 방향으로 접근했던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역사적인 지점들까지 가볍게 받아들였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까지 박 감독은 여러 차례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연출자로서 부족함을 인정했고 이번 논란을 통해 역사적 소재를 다루는 무게와 책임감을 다시금 절실히 느끼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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