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래퍼 리치 이기 인스타그램
사진=래퍼 리치 이기 인스타그램
래퍼 리치 이기(본명 이민서)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에 맞춰 기획한 첫 단독 공연이 무산됐다. 해당 공연을 둘러싸고 비판이 제기되자 리치 이기를 비롯해 공연에 참여할 예정이었던 래퍼 팔로알토와 래퍼 딥플로우 등이 연이어 사과의 뜻을 전했다.

노무현재단은 19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오는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17주기 당일 예정됐던 혐오 공연이 재단의 대응으로 취소됐다"라고 발표했다. 재단 측은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공동체의 가치를 훼손하고 역사의 아픔을 모욕하려는 모든 시도에 앞으로도 강경 대응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재단에 따르면 리치 이기는 그동안 여러 창작물에서 노 전 대통령의 본명을 언급하거나 서거 방식을 연상시키는 문구를 사용해 왔다. 더불어 여성 혐오 및 성적 대상화, 아동 대상 성범죄 묘사 등이 포함된 가사로도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이번 공연의 개최일과 티켓 가격(5만 2300원) 모두 노 전 대통령의 서거일을 부각했다는 점에서 논란을 키웠다.

공연장 대관을 진행한 연남스페이스 측도 같은 날 대관 취소 사실을 알렸다. 연남스페이스는 "힙합 뮤지션들의 단체 공연이라는 내용만 전달받아 대관 계약을 진행했다"라며 "노무현재단의 제보를 통해 공연 세부 내용과 해당 래퍼를 둘러싼 논란을 뒤늦게 확인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특정 개인에 대한 혐오 표현이나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콘텐츠는 지향하지 않는다"라며 "관련 내용을 확인한 뒤 공연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라고 경위를 설명했다.

공연 무산 이후 리치 이기는 본인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필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는 "이번 일은 참여 아티스트들과 무관한 제 독단적인 선택"이라며 "오늘 노무현 시민센터를 방문해 사과문을 전달드렸다. 피해 입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데뷔 초부터 최근까지 고인을 조롱·비하하는 언행을 단지 유명세를 위해 일삼아 왔다"라며 "제 행실과 부주의를 깊이 반성한다. 앞으론 절대 하지 않겠다. 재단 측과 유가족 분들께 깊은 사과 말씀드린다"라고 적었다.

이번 공연에 출연하기로 했던 다른 음악인들도 일제히 입장을 밝히며 선을 그었다. 래퍼 팔로알토(본명 전상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고인을 조롱하거나 혐오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표현들,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가사와 태도에 동의하지 않는다. 옹호하거나 지지할 생각도 없다"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그동안 음악적 교류의 의미로 그의 작업에 참여하고 방송에 초대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표현의 문제성과 그것이 누군가에게 어떤 상처가 될 수 있는지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다. 저의 판단이 부족했다"라며 "창작자로서 표현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제가 만드는 음악과 활동이 누군가에게 상처보다 긍정적인 영향으로 남을 수 있도록 더 신중하게 고민하겠다"라고 전했다.

래퍼 딥플로우(본명 류상구) 역시 소셜미디어상에서 팬들과 대화하며 사과의 뜻을 보탰다. 그는 "솔직히 그 숫자의 의미를 전혀 몰라서 포스터를 봐도 연관 짓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몰랐더라도 프로로서, 또 업계의 고참으로서 제 나이브함에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라며 "그동안 무분별한 협업을 많이 해왔는데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라고 고백했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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