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미스트롯' 성공 이후 트롯 오디션은 시즌제와 유사 포맷이 잇따라 등장하며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피로감과 식상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무명전설'은 단순히 노래 실력을 겨루는 방식보다 "왜 다시 이 무대에 서게 됐는가"에 집중했다. 이미 데뷔 경험이 있지만 긴 시간 빛을 보지 못했던 참가자들, 그룹 해체 이후 생계를 걱정해야 했던 이들,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른 출연자들의 현실적인 사연이 프로그램의 중심에 놓였다.
이번 '무명전설'에서 우승을 차지한 성리는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을 포함해 6차례 오디션에 도전한 이력을 갖고 있다. 3위에 오른 장한별은 치대 중퇴와 가족의 반대를 넘어 16년 동안 가수의 꿈을 이어온 서사를 지녔다. 이들 외에도 TOP10은 마지막 회까지 각자의 삶과 상처, 가족과 꿈이 담긴 노래를 선곡하며 단순 경연을 넘어 자신의 시간을 무대 위에 펼쳐 보였다.
참가자들의 사연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극했다. 화려한 성공담보다 버텨온 시간과 실패의 경험이 더 큰 감정선을 만들었다는 반응이다. 방송 이후 일부 시청자들은 "무대를 대하는 진심이 느껴진다", "간절함이 다르게 보인다", "노래 실력보다 버텨온 시간에 더 주목하게 됐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무명전설'이 완전히 새로운 포맷을 보여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자 투표, 99인의 경쟁 구조, TOP7 체제, 종영 후 전국투어 콘서트로 이어지는 흐름은 기존 트롯 오디션 문법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무명'이라는 차별화된 소재를 입었을 뿐, 운영 방식 자체는 기존 트롯 서바이벌과 유사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무명전설'은 트롯 오디션이 놓치기 쉬웠던 본질적인 감정을 다시 꺼냈다. 팬덤 경쟁이나 순위 싸움보다 무대에 다시 서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절실함에 초점을 맞추며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남겼다. 익숙한 포맷 안에서도 어떤 이야기를 전면에 세우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결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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