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낮아지는 아이돌 데뷔 나이
27일 본지가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 데뷔한 K-팝 아이돌의 평균 연령은 18.2세였다. 반면 지난해에는 17.2세로 낮아지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습생 연령 역시 함께 낮아지는 추세다. 불과 5년 만에 고등학생 중심이던 K-팝 시장이 중학생 중심으로 이동한 셈이다.
실제로 2025년 만 12세로 데뷔한 2012년생 버비(BURVEY) 서윤, 2026년 만 15세로 데뷔한 2010년생 롱샷(LONGSHOT) 루이 등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멤버들이 남녀를 가리지 않고 무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기획사들의 조기 선발 전략이 있다. 최근 주요 기획사들의 오디션 기준은 사실상 연령 제한이 무의미할 정도로 낮아졌다. KOZ엔터테인먼트는 2008년생부터 2016년생까지, SM엔터테인먼트와 쏘스뮤직 역시 2015년생 또는 2008년 이후 출생자를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다. '스타 선점'을 위한 전략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연습 기간이 갈수록 길어지는 이유도 있다. 글로벌 활동을 염두에 두면 준비해야 할 역량이 늘어나는 만큼, 트레이닝 기간이 길어지고 선발 시점도 자연스럽게 앞당겨진다. 경기도의 한 아이돌 트레이닝 센터 관계자는 "요즘 기획사들은 외국어 실력이 뛰어난 지망생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다른 과목보다 영어 등 외국어 교육에 더 집중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실제 트레이닝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일본, 태국 등 다양한 국적의 연습생들이 함께 훈련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다문화 환경에 적응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등, '글로벌 팀'을 전제로 한 인재 육성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외국인 멤버가 포함된 그룹이 늘어나면서, 단순한 언어 능력을 넘어 문화 이해와 소통 역량까지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맞물리며 아이돌 준비 과정의 시작 연령도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상업적 이유도 분명하다. 아이돌의 인기는 통상 20대 중후반을 기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든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에 따라 데뷔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 활동 기간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한 기획사 대표는 "어릴 때 데뷔할수록 활동 기간 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유리하다"며 "요즘은 18세만 돼도 늦었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연령이 낮아짐에 따른 우려도 제기된다. 가장 큰 문제는 자아정체성의 혼란이다. 또래처럼 '나'를 찾아가는 대신, 타인이 기대하는 이미지를 먼저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대 위 콘셉트와 현실의 자신 사이에서 느끼는 괴리는 우울감으로 이어지기 쉽다. 여기에 악플, 외모 평가, 체중 관리 등 성인에게도 버거운 기준이 어린 나이에 그대로 적용된다.
어린 나이에 데뷔했던 스타들의 고백도 저연령 아이돌들이 겪을 심리적 변화를 보여준다. 글로벌 스타 저스틴 비버는 "어린 나이에 연예계의 너무 많은 것을 보며 소년으로서의 행복을 잃었다"고 털어놓았고, 빌리 아일리시 역시 어린 나이에 겪는 부담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해 왔다. 그룹 샤이니 출신 태민은 데뷔 시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성인이 된 뒤 시작하고 싶다"고 밝히며, 수학여행 등 또래와 함께할 수 있었던 시간을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성 상품화 문제 제기도
'어린 나이'에 대한 성 상품화 문제도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해 서혜진 PD가 이끄는 크레아스튜디오에서 만들고 방송하려던 MBN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UNDER15)'은 방송 자체가 취소됐다. 만 15세 이하 참가자만을 대상으로 기획됐지만, 만 8세 아동에게 성인 스타일링을 적용했다는 비판과 함께 '아동 성 상품화'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결국 첫 방송 직전 편성이 전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방송 무산 이후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제작사가 데뷔조 멤버들에게 무리한 해외 활동을 요구했다는 의혹에 이어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등 법적 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K-팝은 이제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거대 자본이 움직이는 글로벌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자본의 논리에 매몰되어 데뷔 시기만 앞당기는 '속도전'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제는 '얼마나 빨리' 스타를 찍어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한 사람의 아티스트를 보호하며 성장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윤예진 텐아시아 기자 cristyyo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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