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마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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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다섯 명의 배우가 관객 320명의 마음을 울렸다. 지하 2층 공연장, 작은 무대 위에서 풀어낸 '한'의 정서는 객석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를 끌어냈다. 막이 내린 뒤 극장 안에 퍼진 뜨거운 박수는 대극장 못지않았다.

지난달 28일 개막한 창작 뮤지컬 '홍련'은 한국 전통 설화 '장화홍련전'과 '바리데기'를 바탕으로 한다. 두 설화의 주인공인 홍련과 바리가 사후 재판에서 만난다는 설정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홍련은 저승의 천도정에서 아버지 살해와 동생 상해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홍련은 "두 사람을 해친 것은 맞지만 하늘을 대신해 단죄한 것이니 죄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말은 점차 모순을 드러내고, 바리는 강림과 월직차사, 일직차사와 함께 홍련의 진짜 죄를 밝히기 위한 재판을 이어간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마주하며 폭력과 침묵, 기억과 진실의 문제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무대는 약 6평 남짓의 작은 공간이다. 붉은 매듭과 저승의 천도정을 상징하는 원형 세트가 관객들을 비현실적인 세계로 이끈다. 바닥에 깔린 타일은 단순한 장치가 아니다. 넘버의 흐름에 따라 붉은색, 푸른색, 녹색으로 변주되며 홍련과 바리의 감정 변화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사진=마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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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다. 재판 초반 홍련은 관객을 향해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며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바리가 자신의 상처를 꺼내 보이며 홍련을 감싸 안는 순간, 홍련의 감정은 무너진다. 그가 사실은 가정에서 받은 상처로 가득한 어린아이였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바리 역시 극 초반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재판장으로서 엄격한 분위기를 이끈다. 그러나 "아가"라는 한마디로 홍련에게 다가서는 순간, 바리의 따뜻한 내면이 서서히 드러나며 관객의 마음까지 끌어안는다.

이후 작품은 혼을 부르고 얽힌 매듭을 풀어 억울한 영혼을 씻어 보내는 의식, '씻김굿'으로 이어진다. 이 장면에서 록 음악과 거문고 중심의 국악이 결합된 넘버들이 교차하며 홍련과 바리의 억눌린 감정이 폭발한다. 두 인물의 한이 풀리는 순간, 관객 역시 깊은 여운을 느끼게 된다. 긴 굿판이 끝나고 조명이 모두 켜진 뒤에도 그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10일 기준 '홍련'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9.7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 작품은 2024년 초연 당시 예매처 기준 평점 9.9점을 받았으며, 제9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400석 미만)을 수상했다.

한편 뮤지컬 '홍련'은 오는 5월 17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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