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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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사극의 서정성과 르네상스의 화려함이 만났다. 조선시대 미학과 유럽 미학의 만남이라는 신선한 조합은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배우들이 9일 오후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언론을 만났다. 이날 행사에는 세종·진석 역의 배우 신성록, 영실·강배 역의 박은태, 권은아 연출, 엄홍현 프로듀서, 이성준 음악감독이 참석했다.

지난 2일부터 충무아트센터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는 '한복 입은 남자'(이하 '한복남')는 이상훈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이 원작이다. 조선사 최대의 미스터리로 꼽히는 장영실의 마지막 행적을 모티브로 역사와 상상력을 결합해 새로운 서사를 풀어나가는 작품이다.

'한복남'은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삶과 그가 역사 속에 사라지게 된 미스터리를 추적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동서양을 넘나든다. 관객들은 방대한 시공간을 오가는 스토리를 잘 이해해야 한다. 각색에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권 연출가는 "원작 소설이 담고 있는 내용이 워낙 방대해서 고민한 지점이 꽤 많았다"며 "예컨대 장영실이 다빈치를 만났다는 설정은 참신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밀도로, 장영실의 가장 중요한 순간만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엮는 데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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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장악한 이 시대에 장영실의 등장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엄 프로듀서는 "'한복남'을 만들기 전 '다빈치 이야기로 뮤지컬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다빈치 공부에 집중했다. 그러던 중 원작의 책이 눈에 들어왔고, 안에 어떤 내용이 있을까 궁금해하지 않았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엄 프로듀서는 "내가 장영실을 다빈치라는 사람보다 더 잘 알고 있을까' 싶어 모든 작품을 스톱시키고 '한복남' 제작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배경이 동양과 서양을 오가다 보니 배우들이 무대에서 배경에 맞춰 옷을 자주 바꿔 입는다. 이런 다양한 옷차림이 이 작품의 볼거리 중 하나로 꼽힌다. 조선과 유럽의 의상 차이에 대해 오유경 의상 디자이너는 "1막에서는 조선의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수묵화나 수채화 같은 촉촉한 느낌의 원단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2막은 인위적인 색으로 구현해 이태리와 조선을 차별화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넘버는 전통 음악을 현대 오케스트라와 팝 감성으로 재해석해 만들었다. 이 감독은 "나도 모르게 내 마음속에는 한국 음악이 많았다. 왕이 등장할 때는 대취타를 태평소로 표현했고, 장영실이 부산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민요에 밀양 아리랑을 인용했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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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 모두가 1인 2역을 소화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권 연출가는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도 늘 존재해 온 인간 군상을 통해 결국 중요한 건 각자의 의지와 신념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존 인물인 장영실과 세종대왕, 정의공주 등을 구현하는 과정에서도 감정의 진정성과 무대적 상징을 우선으로 해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고 했다.

권 연출가는 "작품에서 별이 많이 언급된다"며 "내가 좇고 있는 별이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고, 꿈이 힘들면 포기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관객들이 보면서 '나의 별은 무엇일까' 이 부분을 생각하면 좋겠다"고 관람 포인트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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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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