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부터 현장 분위기 조율까지. 하정우 감독의 네 번째 연출작 '윗집 사람들'에 출연한 배우 공효진은 투자자에 버금갈 만큼 영화 제작에 적극 참여했다. '윗집 사람들'은 밤마다 요란한 층간소음과 교성을 내는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와 무미건조한 결혼 생활을 보내고 있는 아랫집 부부(공효진·김동욱)가 함께 식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공효진은 남편과 관계가 소원한 아랫집 아내 임정아 역을 맡았다.
"(하)정우 오빠와도 친분이 있지만 영화 '577프로젝트' 때부터 퍼펙트스톰필름 강명찬 대표님과도 친했고, 정우 오빠 동생이기도 한 워크하우스컴퍼니 김영훈 대표님에게도 연락을 받았어요.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제가 도와야 하지 않나 생각했어요. 정우 오빠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과도 친하다 보니 '고민한다'가 '하기로 했다'로 급속도로 발전했어요. 하하. 제작비 30억원으로 작게 시작한 영화라, 우리끼리 살림을 잘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작업 과정도 재밌을 거 같았어요. 정우 오빠는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와도 된다면서 여우주연상 타게 해준다고 꼬드기더라고요. 하하."
"하늬가 부상도 있었고, 아이가 있는 엄마이다 보니 매달릴 수가 없었어요. 원래 그렇게 얘기가 끝나고 나면 잘 안 물어보는데 하늬가 희한하게 영화에 대해 계속 물어보더라고요. 그러면 '우리 점점 재밌어지고 있어', '탱고가 요가로 바뀌어서 더 쉬워졌어' 이렇게 얘기하곤 했죠. 세 번째쯤 안부 전화가 왔을 때 하늬가 '남편과 진지하게 상의 좀 해볼게' 그러길래, 감독님한테 전화해서 '착수할까요?' 물어봤죠. 감독님이 바로 '착수해' 그러더라고요. 하하. 제 생각에도 제가 중간 다리 역할을 잘했어요."
공효진이 이번 영화에 적극적이었던 건 개인적 친분이나 작품 그 자체의 재미 때문만은 아니다. 하정우·김동욱·이하늬와 연기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던 욕심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배우 넷이서 지지고 볶는 대사의 향연을 경험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사를 맛깔나게 한다고 생각했던 배우들이에요. 누가 어떻게 대사를 주고받을지 저도 같이 해보고 싶었어요. 좋은 의미에서 '네가 이렇게 연기했어?' 같은 느낌이오. 서로 치열하게, 마치 경연이나 배틀처럼 말이죠. 말로 하는 연기가 많은 이런 콘셉트의 영화를 해보고 싶었어요. 제 연기 인생에도 좋을 거라 생각했어요."
"어쩌면 제 역할이 가장 쉬웠다고 생각해요. 넷 중 가장 평범한 반응이죠. 우호적으로 얘기하고 화내지도 않고요. 누구도 안 무안하게 하려고 싫은 거 싫다고도 안 하고. 영화가 한 장소에서 진행되는 얘기라 지루하면 어쩌지 걱정도 했어요. 그래서 제가 '억텐'(억지 텐션)이라도 만들어서 유지하려고 노력했죠. 목소리 톤도 좀 높이고 몸짓도 더 하려고 했어요. 에너지가 많이 필요했어요."
공효진은 하정우 감독에 대한 믿음이 두텁다고 했다. 그는 "어디로 가든 하정우 감독 영화니까 어디론가 잘 가겠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공효진의 잔소리에 맹장이 터졌다"고 농담할 정도. 공효진과 하정우의 모습은 마치 남매를 연상시킨다.
"저는 오빠에게 꼭 존댓말을 써요. 한 번도 '먹었어?'라고 한 적이 없어요. 같이 일하는 오빠들한테 편안하게 반말하다 보면 제가 맞먹으려고 할 거 같아서요. 하하하. 제가 좀 잔소리하는 타입인 거 같기도 해요. 정우 오빠는 참 복합적인 인물이에요. 리더십 강한 사자 같은 면이 있는 반면, 소심할 땐 엄청 소심하고 잘 삐져요. 그건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하하. 정우 오빠는 생각이 확고히요. 그래서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죠. 그런데 감독 의자에 앉아 있는 '감독 하정우'의 뒷모습을 보면 좀 처연해 보이더라고요."
결혼 전후 작품 선택에 달라진 점이 있냐는 질문에 공효진은 "은근히 있다"며 "케빈은 배우가 아니라서 제 멜로 연기를 보면 '기분이 이상하다'고 그런다. 익숙해져야 할 텐데 '안 본다'고 그러기도 한다"고 답했다. 이어 "아직도 그렇게 질투가 난다면 감사한 일이다. '그게 싫구나' 싶으면서 귀엽다"며 웃었다.
공효진은 2세 계획에 대해서는 이같이 말했다.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기 낳은 친구 보면 겁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요. 그런데 남편이 제대한 지 이제 겨우 6개월 돼서…. 하하하. 그런 질문들이 처음에는 '너무 개인적인 거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내 절친이 결혼했다면 저도 '아이 계획 있냐'고 물어볼 거 같아요. 다들 기다림과 기대의 마음이 있어서 물어보시는 것 같아요. 그러니 그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해 볼게요. 다들 기다리고 계시니까. 하하."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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