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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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대 차고 왔어요. 하하."

둘째 딸을 출산한 지 이제 갓 3개월을 넘긴 배우 이하늬는 쉴 새도 없이 영화 '윗집 사람들'을 홍보하기 위해 복귀했다. 이하늬는 영화 속 '진액'이라는 대사를 활용해 "어떤 작품이든 의기투합해서 만들지만 이번 작품은 더 그렇다. 같이 진액을 짜서 만든 작품을 많은 사람이 봐주면 좋겠다"며 웃었다.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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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집 사람들'은 밤마다 요란한 층간소음과 교성을 내는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와 무미건조한 결혼 생활 중인 아랫집 부부(공효진·김동욱)가 함께 식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얘기다. 하정우 감독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이하늬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남편과 뜨거운 결혼 생활을 보내고 있는 최수경 역을 맡았다. 발칙한 대사들로 가득한 19금 섹스 코미디인 이번 작품을 두고 이하늬는 "나도 보수적인 '유교걸'이다. 차마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도 있었고 처음 본 낯선 단어들도 있었다. 19금을 넘어 39금"이라며 웃었다.

"단어를 모를 땐 구글에 자체적으로 검색해보기도 했어요. 하하. 조감독님이 조사를 많이 했고, 실제로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기는 분들을 만나 그분들에게 듣고 저희에게 많이 알려줬어요."

유교걸 이하늬는 이 작품에 어떻게 참여하게 된 걸까. 이하늬는 "공효진 언니가 시나리오를 보내주며 제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스케줄이 너무 빽빽했고, 가족과의 시간이 간절했던 이하늬는 "언니에게 미안했는데, '가족과 너무 같이 있고 싶다'며 나에게 2주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인 하정우가 "나를 가차 없이 깠다"고. 그런데 어떻게 최종 합류하게 된 걸까.

"시나리오가 재밌었고, 한국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을 포인트가 될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후에도 궁금해서 영화가 어떻게 돼가고 있냐고 효진 언니에게 계속 물어봤어요. 그렇게 얘기가 오갈수록 더 제가 하고 싶고 미련이 남는 거예요. 내가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하고, 남편에게도 양해를 구했죠. 배우라는 직업은 가족의 서포트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특히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고 보니 제 부재 때문에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하더라고요."
이하늬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이하늬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우여곡절 끝에 최종 합류하고 촬영 시작 일주일 전, 이하늬는 뜻밖의 상황에 당황하게 된다. 알고 보니 둘째가 들어선 것. 이하늬는 "초기였다. 6주차쯤 됐을 때였다"며 "영화 속 장면을 위해 아크로요가 훈련을 하는데 몸이 무겁더라. 혹시나 해서 임신 테스트기를 했는데, 내가 보고 있는 두 줄을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약속해놓은 스케줄이 있으니 마냥 기뻐하기도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경력직이 무섭다는 게 할 수 있다는 걸 알잖나. '더 건강한 아이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파이팅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촬영용 음식이 앞에 있으니 입덧도 심해지고, 또 엄청 졸렸어요. 내 에너지가 몸속 블루베리만 한 아이한테 가는 게 다 느껴지더라고요. 하하. 새벽 5시 반쯤 인천 집에서 나와서 촬영하러 가고, 끝나고 9시쯤 집에 오면 정리하고 10시, 11시 반이면 씻고 자야 했어요. 이걸 매일 하다 보니 잠이 더 쏟아지는 거죠. 정신 차리려고 촬영장에서 '미치겠다'면서 마사지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별짓을 다 했네요. 하하."

처음에는 촬영 일정에 지장을 줄까 봐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하늬. 결국 말한 계기는 뭘까.

"중간쯤에 효진 언니한테만 슥 얘기했어요. 언니가 '에?!' 그러면서 놀라더라고요. 눈치 빠른 조감독님은 제가 촬영하다 '욱' 그러니까 '레몬 같은 거 없냐'며 레몬 캔디를 사 와서 제 입에 넣어주곤 했어요. 나중에는 다들 알게 됐죠. 임신 때문에 촬영이 힘들었지만 기쁘고 넉넉하게 해낼 수 있었던 건 효진 언니 덕분이에요. 언니가 10에 10할을 해줬어요."

무거운 임산부의 몸으로 출연을 강행했을 만큼 이하늬가 이 작품과 캐릭터에게 매력을 느꼈을 터. 이하늬는 "나한테는 이 작품 출연이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최수경 캐릭터가 가진 매력 때문에 하겠다고 했어요. 어떤 캐릭터는 '공감이 돼서' 하고 싶기도 하고,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고 싶기도 해요. 그런데 최수경은 겉모습과 속이 상반된 '또라이' 같은 매력이 있었어요. 이상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인물이죠. 제정신 아닌 말을 제정신으로 하는 캐릭터에요. 제가 한 번도 내뱉지 못한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인물, 그 캐릭터를 내가 어디까지 소화할 수 있을지 해보고 싶었어요."
이하늬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이하늬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39금 대사들이 난무한 '윗집 사람들'이지만 이하늬는 "겉보기에는 야한 얘기지만 속으로는 보편타당하고 따뜻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게 왜 19금이어야 하지?'라고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윗집 사람들'이 담고 있는 부부 관계 회복, 그리고 나아가 인간관계 회복의 메시지를 강조한 것.

"19금 '윗집 사람들'을 보고 울었다고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자존심 상하는 느낌이죠. 하하. 하지만 뭉클해요. '안아주세요'라는 대사에 눈 녹듯 사람 마음이 녹는데, 그게 '윗집 사람들'에 담긴 사람 사는 얘기 같아요."

이하늬는 이번 일정을 마치면 정말로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려 한다고. "아이를 많이 보고 싶어요. 제 몸도 회복하고요. 재부팅할 때 플러그를 뽑았다가 꽂아서 다시 켜는 것처럼 한두 달이라도 쉬고 싶어요. 지금은 그런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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