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경영권 탈취 의혹 추궁에 "부대표 단독 행동"…방청석 실소 터져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경영권 탈취 의혹을 추궁하는 질문에 전 어도어 부대표였던 A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나섰다. 계속되는 책임전가에 방청석에서 실소가 터지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재판장 남인수)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과,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풋옵션 관련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의 변론기일을 지난 27일 오후 3시 열었다.

이날 민 전 대표는 당사자 및 증인 신분으로 출석해 신문을 받았으며, 재판에서는 민 전 대표와 전 어도어 부대표 A씨 간 카카오톡 대화가 대거 증거로 제출됐다.

하이브 측은 지난해 초 어도어에 합류한 A씨가 민 전 대표와 함께 ‘어도어 독립’ 관련 계획을 마련하고 실행한 정황을 제시했다. 그러나 민 전 대표는 관련 업무나 지시 사항을 일관되게 A씨의 단독 행동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부인했다. 그는 “그건 A가 한 거다”, “그 카톡은 A가 쓴 거지 제가 쓴 게 아니다”라고 답하며 의혹 대부분을 A씨에게 돌렸다. 이 과정에서 방청석 일부에서는 실소가 나오기도 했다.

하이브 법률대리인이 그룹의 약점을 분석해 공격 방안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진 ‘프로젝트 1945’ 문건을 제시하며 작성 지시 여부를 묻자, 민 전 대표는 “저건 A가 썼잖아요”라고 말했다. 또한 문서 내용이 하이브 경영진 개개인의 약점을 찾아 문제제기와 갈등 조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논의? 그냥 뭐 수다죠!”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후 신문 과정에서 A씨가 민 전 대표로부터 어도어 지분 0.3%(약 30억 원)를 보상받기로 했다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A씨가 단순 개인 판단이 아닌 민 전 대표의 지시에 따라 행동했다는 하이브 측의 주장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해외 투자자 접촉 여부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하이브 측이 홍콩 소재 증권사 애널리스트 서씨의 주선으로 싱가포르투자청 등과 만난 정황이 담긴 대화를 제시하자, 민 전 대표는 “기억이 안 난다. A는 공상가이기 때문에 대단히 뭔가를 얘기하는데 거기에 대해서 일일히 대꾸하거나 무시하거나 하지 않는다”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서씨가 ‘프로젝트 1945’ 문서와 주주간계약서를 검토해줄 정도로 두 사람과 밀접한 관계였던 사실이 드러나, 민 전 대표의 몰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관측이 나왔다.

민 전 대표는 지난 9월 증인 출석 당시에도 A씨 단독 행동이라는 주장을 반복한 바 있다. 당시에도 투자자 접촉, 이른바 ‘어도어 빈껍데기 만들기’ 전략 등 핵심 의혹을 모두 A씨의 판단이라고 진술했었다.

재판부는 민 전 대표가 대표로 재직하던 시기 A씨가 실질적으로 그의 지시를 수행하는 위치였던 점, 그리고 약 30억 규모의 금전적 보상이 약속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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