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사진=텐아시아DB
말맛 있는 코미디가 특기인 '감독' 하정우가 네 번째 연출작 '윗집 사람들'을 선보인다. 황당할 수 있는 19금 기상천외한 대화들이 평범하고도 위트 있는 대화로 풀려지는 전복적 재미가 있다. 부부 사이 19금 은밀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감독이자 주연인 하정우는 미혼이라는 점, 그 외에 다른 주인공 공효진, 김동욱, 이하늬는 단란한 신혼 생활 중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25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윗집 사람들'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하정우, 공효진, 김동욱, 이하늬가 참석했다.

'윗집 사람들'은 밤마다 요란한 층간소음과 교성을 내는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와 무미건조한 결혼 생활을 보내고 있는 아랫집 부부(공효진·김동욱)가 함께 하룻밤 식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하정우가 감독 겸 배우로 참여했다.

하정우는 윗집 남편 김선생 역을 맡았다. 이하늬는 윗집 아내 최수경 역으로 출연했다. 공효진은 아랫집 아내 임정아를 연기했다. 김동욱은 아랫집 남편 이현수로 분했다. 배우들은 본격적인 행사 시작 전, 이날 새벽 별세한 원로배우 이순재를 추모하는 뜻에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사진=텐아시아DB
사진=텐아시아DB
네 번째 연출작을 선보이게 된 하정우는 "전작 '로비'뿐만 아니라 '허삼관', '롤러코스터'를 통해 얻은 배움 덕분에 관객들과 만날 4번째 기회를 맞게 된 것 같다. 그렇게 계속 연출자로서 여정을 살아가는 것 같다. 한 작품 작업을 끝내고 관객들을 만나고 결과를 받아들이고…. 저 역시 그런 결과를 통해 배우고 깨닫는 부분이 있다. 늘 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씩, 1m씩 성장하고 깨닫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전작들과 크게 다른 건 없었다. 배우들, 스태프들과 협업했다. 아마도 제가 가늠하지 못한 부분에서 깨달음과 성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연출 포인트에 대해 하정우는 "저는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그럴싸한 메시지를 전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배우들과 협업해서 잘 짜인 이야기를 풀어가야겠다는 점에 집중해서 작업했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은 스페인의 '센티멘탈'이라는 작품이 원작이다. 하정우는 "스페인 원작을 보고도 똑같은 걸 느꼈다. 문화, 환경이 달라도 어려워하고 부끄러워하면서도 대담할 수 있겠구나,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도 연말에 많은 사람들과 이 이야기를 듣고 보고 함께 이야기나눌 수 있는 거리가 될 작품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진=텐아시아DB
사진=텐아시아DB
하정우와 이하늬는 극 중 금슬 좋은 부부, 공효진과 김동욱은 소원한 부부 사이. 공효진은 "동욱 씨와 우리는 어딘가에 살고 있을 찐부부 케미를 만들어보자고 했다"며 "정아는 외부에 우리 부부 관계가 소원하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 하는 현대 여성이다. 나는 손님들이 어떤 황당한 소리를 해도 잘 넘기고 싶은데, 남편은 그렇지 않기도 한다. 그런 티격태격이 케미라면 케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윗집 부부가 비현실적인 부부라면 저희는 초현실적인 부부로 보이길 원했다"고 전했다.

7살 연하의 스텔라 김과 2023년 결혼한 김동욱, 그리고 10살 연하의 케빈오와 2022년 결혼한 공효진. 둘은 모두 알콩달콩 신혼인 상황. 김동욱은 "드라마에 권태로운 부부가 나오는 건 많았다. 어떻게 하면 전형적이거나 상투적이지 않을지, 드라마·영화에서 상상하는 모습이 아닌 현실에서 부부들이 권태로울 때 어떨지에 대해 (공효진) 누나와 얘길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공효진은 "공교롭게 저희가 둘 다 신혼이라 아랫집 부부가 잘 이해되지 않아서 남들 얘길 많이 들었다. 부부 생활을 길게 했거나 아이 낳고 좌충우돌 살고 있는 부부들의 이야기를 많이 참고하려고 했다"고 부연했다.

김동욱은 연기 포인트에 대해 "감독님의 디렉션 코멘트를 열심히 성실히 최대한 잘 수행하고 표현하자는 게 목표였다"고 밝혔다. 이어 "하정우 감독의 장기인 말맛을 살린 대본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는 건 내 방식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이걸 쓴 분의 의도대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최대한 감독님이 원하고 좋아하는 방향으로 표현했다. 잘 표현됐다면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텐아시아DB
사진=텐아시아DB
공효진과 이하늬는 2010년 방영된 드라마 '파스타' 이후 재회했다. 공효진은 이하늬에 대해 "오래됐다. 그때도 열심히 하는 하늬 씨를 보여 '미스 유니버스'감이라는 생각을 했다. 미모, 인류애, 희생, 봉사가 모두 있는 사람을 보며 '저런 사람이 있구나' 했다. 친해질수록 옆집에 살고 싶은 친구다"라고 칭찬했다.

촬영 당시 이하늬는 임신 사실을 공효진에게만 먼저 몰래 말했다고. 공효진은 "촬영하고 3일 됐는데, 중대발표를 하더라. 자기 뱃속에 아기가 있다고. 정말 놀랐다. 비밀로 해달래서 계속 비밀로 했다"고 회상했다. 세트장에는 촬영용으로 식탁에 세팅된 음식들이 가득했다. 공효진은 "(이하늬가) 진수성찬 앞에서 입덧을 참으며 연기하더라. 임신 초기가 정말 힘들다는데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 싶었다. 하늬가 가장 고생했을 거라 생각한다. 무한한 긍정의 힘을 보고 놀랐다"고 전했다.

이하늬는 "'파스타' 때 제가 너무 신인이었다. (공효진이) 상대 배우였지만 '어떻게 저렇게 연기할 수 있을까' 넋을 놓고 봤다. 나중에 좋은 배우가 돼서 선배님과 다시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여배우들이 같이 할 수 있는 작품이 은근히 없다. 이번 생은 못하나 했는데 딱 이번 작품을 같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공효진 선배님이 PD 역할,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게 '이 작품이 어떤 결로 갔으면 좋겠는지'에 관해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했다. 감독과 배우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게 PD라면 그 역할을 해줬다. 효진 선배님이 없었다면 이 영화를 못 했을 거다"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임신 사실을 "제가 언니한테만 살짝 '말하지마'라면서 했다. 저를 많이 배려해줘서 이 작품을 끝낼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사진=텐아시아DB
사진=텐아시아DB
주인공 넷 중 혼자 미혼인 하정우. 그는 "공효진, 김동욱, 이하늬 모두 각자의 결혼 라이프가 있다. 제 주변에도 각양각색의 결혼 라이프가 있다. 그런데 똑같이 사람 사는 느낌이다. 여자친구와도 오랜 연인이라면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임했다. 연애할 때도 책임감이라는 게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한 "결혼한 세 분을 모두 관찰을 많이 했다. 그런 걸 보며 영화 촬영에 많이 반영했다"고 전했다.

하정우는 "가족이 생기고 아내, 남편이 생기는 건 부럽다"면서도 "지금까지 제 선택으로 혼자 살아왔기 떄문에 부러움도 잠시 아닌가 싶다"라고 해명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그렇다고 저는 비혼주의는 아니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더했다.

관전 포인트에 대해 이하늬는 "세트에서 98% 정도의 신을 찍다 보니 햇볕을 못 보고 한 달을 산 거다. 배우 입장에서는 CG나 편집 등도움 받을 수 있는 게 없는 거다. 오로지 배우들이 가진 에너지, 행동, 결 등 디테일의 앙상블, 하모니가 중요한 작업이었다. 그래서 더 예민하고 기민하게 각 배우가 준비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영화적이면서도 연극적이고, 연극적이면서도 영화적이다. 이 장르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배우들의 하모니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저도 반가웠던 작품이다"라고 전했다.

공효진은 "불편하지 않은 화끈한 영화다. 사람들과 북적북적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연말연시를 기대한다"라며 관람을 당부했다. 이하늬는 "발칙한 소재인 것 같다는 건 겉가죽이다. 안에는 사랑하는 사람들 이야기, 층간소음 문제, 부부 관계, 깨진 관계 등 보편타당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라고 강조했다.

'윗집 사람들'은 오는 12월 3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