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막을 연 '렌트'는 1996년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였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La Bohême)을 현대화했다. 뉴욕의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청년 예술가들의 치열한 삶을 그렸다. 청년들은 동성애, 에이즈, 마약 등 시대의 금기를 마주하며 세상을 향해 자기 존재감과 정체성을 뜨겁게 외친다.
'라 보엠'은 프랑스어로 보헤미안(집시)을 뜻한다. 19세기 후반, 사회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방랑자 또는 자유분방한 예술·문학가를 일컬었던 단어다. '렌트'에는 마크, 로저, 미미, 콜린, 엔젤 등 다수의 인물이 등장한다. 다양한 성격과 배경을 가진 이들은 가난한 삶 속에서 고통과 함께 성장한다.
청춘들의 이야기답게 극의 장면은 빠르게 전환된다. 8인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도 제각각이다. 음악도 록뿐만 아니라 R&B, 탱고, 재즈, 발라드, 가스펠 등 다양했다. 이 같은 구성은 관객들을 지루할 틈 없게 했다.
보는 재미도 있다. 여덟 명 청년의 옷차림은 가죽 재킷부터 호피 무늬 가운 등으로 화려했다. 특히 엔젤의 치마에는 전구가 달려 있어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케 했다. 또 키보드와 기타, 베이스, 드럼이 있는 록 밴드가 무대 좌측 구석에서 현실감 있는 라이브를 해 귀를 사로잡았다.
그럼에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확실했다. 8명의 청년은 서로 얽히는 복잡한 관계망 속에 있다. 대학 강사였던 콜린은 엔젤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마크와 로저에게 엔젤을 소개한다. 마크와 로저는 한집에 같이 사는 사이라는 점이 그 관계성을 잘 보여준다. 이들은 동성애를 비롯해 에이즈 환자 모임 등을 통해 서로를 만나고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준다.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따뜻함'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 점은 엔젤의 치마 장식 외 이 작품이 겨울과 어울리는 이유가 됐다.
푸치니의 '라 보엠'이 탄생한 지 100년이 훌쩍 지났다. 그럼에도 젊은이들의 고민과 불안은 여전히 똑같고 반복되고 있다. '렌트'가 2000년 이후 열 번에 걸쳐 국내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렌트'에 출연 중인 김수연 배우는 "관객들이 이 작품을 통해 잠시나마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고 세상을 따듯하게 바라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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