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예은, 소개팅도 30분 만에 끝내는데…디즈니+, 짧지만 확실한 재미 좇는다[TEN스타필드]
지예은, 소개팅도 30분 만에 끝내는데…디즈니+, 짧지만 확실한 재미 좇는다[TEN스타필드]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평합니다.


짧지만 확실한 재미. 단시간 내 소비할 수 있는 다량의 콘텐츠. TV와 스크린에서 모바일로. 대중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 변화에 맞춰 디즈니+도 새 전략을 짰다.

디즈니+가 지난 13일 홍콩 디즈니랜드 호텔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프리뷰 2025' 미디어 브리핑을 했다. 이 자리에서 디즈니+는 자기 성장 과정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라인업과 포부를 밝혔다. 에릭 슈라이어 디즈니 TV 스튜디오 및 글로벌 오리지널 TV 전략 부문 사장, 캐롤 초이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통합 마케팅 및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 총괄이 참석했다.

디즈니+는 글로벌 콘텐츠 트렌드 중 '숏폼'과 '하이브리드 포맷'에 특히 주목했다. 슈라이어 사장은 "흥미로운 변화가 많다. 예전에는 대작 사극이 유행했지만, 지금은 짧고 몰입도 높은 포맷, 예컨대 '더 베어' 같은 30분 내외의 드라마가 각광받고 있다"고 트렌드를 짚었다.

'더 베어'는 죽은 형이 남긴 싸구려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러 시카고로 돌아온 유명 셰프 카르멘이 혼돈의 주방으로 뛰어드는 이야기. 시즌1부터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 기록, 이후에도 평균 90% 이상의 수치를 꾸준히 이어온 바 있다. 에미상 코미디 부문 최다 수상, 골든 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등 유수 시상식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며 디즈니+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편당 30분 내외로 가볍고 재밌다는 점은 시청자들이 작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사진제공=디즈니
사진제공=디즈니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 숏폼, 미드폼이 선호되는 이유는 현대인들이 바쁜 일상을 보낸다는 점, 그리고 콘텐츠 소비 수단이 점차 모바일로 바뀌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기 어려운 생활 패턴으로 인해 마치 '스낵'을 먹듯 빠르게 '소화'해낼 수 있는 콘텐츠에 손이 가는 것. 콘텐츠 소비를 하는 디바이스 역시 작은 개인형 모바일이기 때문에, 긴 시간 느긋하게 즐기기보다 한 손에 쥔 채 빠르고 쉽게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가 각광받는 것이다. 이런 환경하에서 콘텐츠 제공자는 시청 선호도와 트렌드에 맞춰 콘텐츠를 기민하고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

슈라이어 사장은 "사람들이 휴대폰에 몰입하다 보니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졌다. 그래서 우리는 60~70분짜리 에피소드 대신 짧고 밀도 높은 에피소드 구성을 지향하고 있다"고 최근 디즈니+의 방침을 밝혔다. 또한 "스트리밍 플랫폼의 장점은 형식의 유연성"이라고 말했다. 초이 총괄은 "아시아에서는 특히 디지털 소비 패턴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2분 내외의 세로형 드라마처럼 '초단편 포맷'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트렌드가 디즈니+의 전체 포트폴리오에 어떻게 녹아들지는 아직 탐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제공=디즈니
사진제공=디즈니
디즈니+가 한국에서 아직 '초단편'을 선보이진 않았지만, 콘텐츠 길이를 짧고 가볍게 하려는 시도는 이미 시작됐다. 올해 공개된 신규 한국 콘텐츠 중 일명 '주간오락장'이라는 타이틀로 선보이고 있는 '예능 프로젝트'가 그중 하나다. 미드폼의 다섯 가지 다른 예능을 주 5일 요일별로 편성해 공개하고 있는 것. 체력 훈련 버라이어티 '으라차차 멸치캠프', 지예은의 30분 시간제한 소개팅 '60분 소개팅: 30분마다 뉴페이스', 먹방 콘텐츠 '배불리힐스', 유병재의 인터뷰 예능 '짧아유', 셰프들이 찾는 단골집 소개 '셰프의 이모집'이 그 다섯 가지 예능이다.

'주간오락장' 예능 다섯 편은 회당 25~30분 분량의 미드폼 형식으로, 러닝타임이 긴 전통 예능과 10분 이하 숏폼 콘텐츠 사이의 틈새를 공략했다. MZ세대와 디지털 네이티브 시청자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다. 오전 8시 신규 에피소드 공개 방식 역시 최근의 콘텐츠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각자의 일상에 맞춰 원하는 시간에 예능을 즐길 수 있는 유연한 시청 환경을 제공하고자 했다.
사진제공=BBC스튜디오
사진제공=BBC스튜디오
성공한 숏폼 콘텐츠는 역으로 장편화가 추진되는 흥미로운 일도 생기고 있다. 어느 정도의 팬덤이 형성돼 있어 장편도 흥행 가능성이 높은 걸 이렇게 만든다. 슈라이어 사장은 "전통적인 드라마는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작가와 피드백을 주고받고, 파일럿을 촬영한 뒤 시리즈로 확장한다. 하지만 요즘은 파일럿 없이 바로 시리즈 제작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블루이'의 성공을 사례로 들었다.

7분 남짓의 여러 에피소드로 구성된 애니메이션 '블루이'는 디즈니와 BBC 스튜디오가 만든 장편 영화다. 디즈니+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블루이'는 사랑스럽고 활기찬 블루힐러종 강아지 '블루이'와 그 가족의 나날을 유쾌하게 담아낸 애니메이션이다. '블루이'는 지난해까지 스트리밍 시간이 350억분 이상이었으며, 국내에서는 EBS를 통해 방영됐다.

이러한 '디즈니+ 실험'의 궁극적 목적은 결국 다양한 시청자 유입 및 기존 시청자 유출 방지다. 슈라이어 사장은 "우리는 팬덤에 집중하고 있다. 팬덤을 만들고자 한다. 이를 더 포용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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