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 / 사진제공=CJ ENM
이성민 / 사진제공=CJ ENM
'어쩔수가없다' 이성민이 배우라는 직업을 향한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25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어쩔수가없다'에 출연한 배우 이성민을 만났다.

'어쩔수가없다'는 25년간 제직회사에 근무한 만수가 갑작스레 해고당한 후 재취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이성민은 제지업계로의 재취업이 절실한 업계 베테랑 구범모 역을 맡았다.

이성민은 "나는 캐릭터와의 닮은 구석을 찾아내려고 하는 편인데, 범모의 성격이나 취향은 저와 닮진 않았더라. 제가 그동안 연기해온 캐릭터들은 그렇게 평범하진 않았다. 형사라든가 범인이라든가 특수한 직업이나 상황이 있는 인물이면 오히려 캐릭터 잡기가 수월한데, 평범한 직장인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되더라. 그래서 평범한 캐릭터들이 연기하기 더 부대끼거나 부담되는 편이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성민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있는 범모의 면모에서 공통점을 찾아갔다. 그는 "범모를 이해하기 수월했던 건 자기 직업에 대한 자존감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범모 등 영화 속 캐릭터들은 단순히 직장을 잃어버려서 방황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라(범모의 아내)의 말처럼 실업해도 카페 등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는데 왜 그런 대책을 취하지 않느냐고 하잖나. 아라의 말도 맞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배우 이성민'과 비교해보면 범모와 닮은 점이 평생 한 가지 일밖에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저 역시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연기밖에 안 했다. 좀 우스운 얘기지만 딴 거 할 줄 모른다"라고 전했다.

이성민은 "자의가 아니라 사고를 당하거나 다치는 등 타의로 내가 어느 날 이 일을 그만두거나 못하게 된다면 난 어쩌지, 그런 상상을 해봤다. 아직 살날이 창창하고 가족들도 부양하려면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도 접근할 수 있지만, 나한테 이 일은 단순히 돈벌이나 가족 생계를 위해서가 아닌 그 이상이다. 실존에 대한 이야기"라며 배우 일을 향한 애정을 표했다. 또한 "과연 내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살 수 있을까. 그 지점이 만수뿐만 아니라 범모를 이해하는 데 좀 더 수월했다. 멍청하고 바보 같은 핑계를 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범모에게 종이 만드는 일은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실존에 관한 것이다. 저 역시 범모와 같은 입장이 된다면 뭘 해야 할지 모를 거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성민은 배우의 꿈을 꿨던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로 연극배우 시절, 그리고 오랜 무명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배우 생활의 고비가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연기를 향한 열정을 이어왔다. 그는 "사실 10년 하고 힘들어서 포기하려고 했는데, 할 줄 아는 게 없더라. 20대 중간에 연극을 그만둔 적 있다. 막노동했는데 너무 힘들더라. 차라리 연극을 하는 게 낫겠다 싶더라"며 미소 머금었다. 이어 "한 10년 이상 이 일을 했더니 포기 못 하겠더라. 갈 곳도 없었다. 더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다른 일 하는 게) 더 힘들어진 거다. 나한테 연기는 내 실존에 관한 이야기다. 어느 날 그만둔다면 난 아무것도 못 한다. 범모를 이해하는 이유다. 스무 살에 극단에 들어가서 내가 연기를 20~30년 했나. 아, 오래 했다. 이젠 다른 건 아무것도 못 한다"고 배우 생활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우리 딸한테도 그런 얘길 했다. '아빠는 이거밖에 할 줄 모른다'고. 난 이게 행복하다고 생각한다고. 심지어 취미도 없고 여행도 갈 줄 모른다. '너는 안 그랬으면 좋겠다. 네가 하고 싶은 거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을 계속하게 된 건 딴 걸 할 줄 몰라서다. 건강하고 안 다치고 해야 하지 않겠나"며 웃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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