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호./사진제공=와이원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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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실감은 안 나요. 지금도 어디선가 연기를 하고 계실 것 같거든요. 워낙 좋으신 분이셨으니까요."


지난 23일 서울 중림동 텐아시아 사옥에서 만난 장재호가 ENA '살롱 드 홈즈'에서 모자 호흡을 맞췄던 고(故) 박지아 배우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장재호는 최근 종영한 '살롱 드 홈즈'에서 연쇄살인마 쥐방울 '태훈'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장재호가 연기한 태훈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학대로 인해 내면에 깊은 상처와 왜곡된 감정을 지닌 인물이다. 겉으로는 조용하고 성실하지만, 남몰래 살인을 저지르는 소시오패스형 범죄자다.

태훈의 어머니이자 부녀회장 최선자 역을 맡았던 박지아는 지난해 9월 30일 뇌경색으로 투병하다 향년 52세로 눈을 감았다. '살롱 드 홈즈'는 박지아의 유작이다.
사진제공=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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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호는 "처음 촬영 때는 아프신 줄 전혀 몰랐다. 나중에 아프시다는 걸 인지했는데, 겉으로 보기엔 아프신 게 맞나 싶어질 정도로 열심히 연기 하셨다. 저런 에너지를 쏟아 낼 수 있다는 게 존경스러웠다. 나라면 저 정도로 연기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을 마친 뒤에 몸이 많이 안 좋아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독님이랑 같이 병문안을 갔다. 선배님이 저를 보고 눈물을 흘리셨는데, 그때 마음이 무너졌다"며 울컥했다.

"그때 선배님한테 좋은 사람이 생겨서 결혼한다고, 나중에 꼭 한 번 인사드리러 오겠다고 약속했어요. 아내도 꼭 뵙고 싶어 했는데, 연락했을 당시에는 이미 고향으로 내려계신 상황이었죠. 결국 인사를 못 드리고 장례식장을 찾아뵈었습니다."
장재호./사진제공=와이원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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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호는 지난해 9월 6일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이하 '내남결')에서 부부 호흡을 맞춘 공민정과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지난 1월 딸을 품에 안으며 부모가 됐다.

장재호는 태훈 캐릭터에 대해 "극단적인 인물이다 보니 공감이 잘되지 않더라. 그래서 준비하기가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캐릭터를 연구하는 데 아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작품을 할 때 진심으로 연기하라는 말을 많이 해준다. 태훈 캐릭터는 그게 불가능한 역할이다 보니 표현 방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대본 리딩도 도와줬다. 방송을 보면서도 객관적으로 모니터링 해줬다"고 고마워했다.
사진=공민정 SNS
사진=공민정 SNS
공민정과의 러브스토리에 대해서도 말했다. 장재호는 "썸을 꽤 오래 탔다. 둘 다 나이가 조금 있다 보니까 쉽사리 시작하지 못했다. 결혼 전제로 만나고 싶은데, 사귀다 헤어지면 소중한 친구를 잃게 될까 봐 그런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눈 뒤에 연애를 시작했다. 2023년 9월 말쯤부터 만나기 시작했다. '내남결' 포상 휴가 당시에는 사귀던 중이었다"고 밝혔다.

장재호는 인터뷰 내내 '딸 바보' 모습을 보였다 그는 취재진에게 딸 사진을 보여주며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아이 때문에 더 부지런히,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며 "육아가 힘든 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각오는 했다. 잠 못 자는 게 힘들긴 해도 괜찮다. 웬만한 육아는 제가 다 하려고 노력하는데, 이유식은 내가 못한다. 철저하게 아내가 하는 편이다. 몸 쓰는 것들은 같이 하고 있다"며 웃었다.
장재호./사진제공=와이원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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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욕심은 없냐고 묻자 장재호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아내가 임신하는 과정을 쭉 지켜보지 않았나. 임신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알겠더라.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였다"며 "옛날에는 애들을 많이 가지는 게 목표였다. 무조건 3명 이상 낳고 싶었다. 근데 아내가 힘들어하는 걸 보니까 그런 생각이 안 들더라. 둘째 생각이 있더라도 아내가 또 힘들어하는 과정을 겪게 하는 게 싫다"고 사랑꾼 면모를 보였다.

앞서 공민정은 자신의 SNS에 장재호는 '우리 집 관식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양관식은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서 박보검이 연기한 인물로, 일편단심 사랑꾼 캐릭터로 유명하다. 이에 장재호는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다. 그 말 때문에 괜히 더 잘해야 할 것 같고"라며 쑥스러워했다.

"사람에게는 인생을 통틀어 3번의 기회가 온다는데, 그중 한 번이 민정이와의 결혼 같아요. 민정이를 만나서 확실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시야도 넓어지고 연기적으로도 도움 받는 게 많아요. 저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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