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 DB
텐아시아 DB
텐아시아 DB
텐아시아 DB
<<류예지의 옐로카드>>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가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연예계 사건·사고를 제대로 파헤쳐봅니다.


주객이 전도됐다. '오징어 게임'을 홍보하러 모인 자리에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이 마치 사과의 장으로 변모했다. 시즌2에서는 박성훈(현주 역)과 'T.O.P' 최승현(타노스 역)이 인터뷰 내내 연신 사과하더니 시즌3에서는 박규영(노을 역)이 정점을 찍었다.

박규영은 지난 2일 진행된 '오징어 게임3' 인터뷰 자리에서 스포일러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덥고 습한 날씨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지난 몇 달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다. 기자님들의 눈을 보고 말씀드릴 수 있는 자리가 있어 감사하다. 진정성 있게,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취재진을 향해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텐아시아 DB
텐아시아 DB
앞서 박규영은 '오징어 게임2' 공개 후 자신의 SNS에 촬영 현장 사진을 게재했다가 스포일러 논란에 휩싸였다. 공개된 사진 속에 배우 이진욱(경석 역)의 다음 행보를 추측할 수 있는 모습이 담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는 '오징어 게임3'의 주요 스토리 중 일부였다.

이에 박규영은 "변명의 여지도 없다. 무조건 잘못했다. 현장에서는 (휴대폰 보안봉인봉투 등) 어떤 보안 장치는 없었고 각자 조심하라고 요청은 주셨다"라며 "시즌3을 기대해주신 팬들과 노을의 스토리라인을 만들어주신 제작진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50분간 진행됐지만 절반 이상은 박규영의 '스포일러 논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사과와 해명, 설명 3가지가 반복되곤 했다.
텐아시아 DB
텐아시아 DB
시즌2 당시 인터뷰를 진행했던 박성훈과 최승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박성훈은 시즌2 홍보 도중 자신의 SNS에 '오징어 게임' AV 콘셉트 표지를 게재해 입방아에 올랐다. 해당 사진에는 '오징어 게임'을 연상케 하는 트레이닝복을 걸친 여성들의 나체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소속사인 BH엔터테인먼트에서 2번의 해명문을 올렸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후 진행됐던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박성훈은 사죄의 눈물을 흘렸다.

당시 인터뷰장에 들어선 박성훈의 모습은 취재진에게도 낯설었다. 머리 손질도 하지 않은 채 수척하게 나타난 박성훈은 며칠 사이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 듯 낯빛도 어두웠다. 연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정신을 붙잡으려는 모습도 엿보였다.

박성훈은 무려 20분간 오열하며 "많은 분의 노고로 만들어진 작품인데 나의 실수 때문에 누를 끼친 것 같아 정말 너무 죄송하다. 이 자리가 사실 나만을 위한 자리가 아닌데 그쪽으로 포커싱 돼서 동료들이 상처받을까 조심스럽고 무겁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앉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M으로 그 사진을 발견했다. 너무 충격적이었고 문제의 소지가 충분히 될 수 있겠다 싶어서 공유했다. 담당자에게 보내려다가... 제 정신이 아니고서야... 뭘 어떻게 잘못 터치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명분으로 보지도 않았고 만들어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도 한심하고, 핸드폰을 쳐다도 보기 싫다"며 계속해서 울먹였다. 매 타임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렸던 박성훈이었기에 자연스레 작품이 아닌 그의 논란에 시선이 쏠렸다.
텐아시아 DB
텐아시아 DB
어둠 속에서 조용히 지내던 최승현은 '오징어 게임' 시즌2로 세상 밖으로 나왔다. 2016년 대마초 흡입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로서는 약 8년 만의 인터뷰였다.

당시 최승현은 자신의 자리 위에 노트 3개와 볼펜을 올려놓고 꼼꼼하게 인터뷰를 준비해온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빅뱅이란 팀에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줬다. 내가 뭇매를 맞고 질타받는 것은 괜찮다. 내가 혼자 감내하면 된다. 그런데 빅뱅이란 팀 안에서는 나의 꼬리표로 더 이상 피해를 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2020년도부터 팀을 떠나겠다고 이야기했다. 아직도 평생 미안한 마음이다"라고 사과했다. 눈물을 흘리거나 울컥한 모습은 없었지만 충분히 진정성이 느껴지는 답변이었다.

빅뱅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던 그는 "억울하다는 생각 하나도 없다. 나의 잃어버린 30대이지만, 화려하고 찬란하고 영광스러운 20대를 보냈으니까. 근데 또 그 받았던 사랑에 비해 많은 분께 실망과 아픔을 드리지 않았나"라고 돌아봤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작품의 제작 과정 비하인드, 각자가 맡은 개성 강한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사과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던 3인의 인터뷰였다. 사과할 일을 자처한 배우들, 이로 인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없었던 점 등이 글로벌 기대작 '오징어 게임3'를 마무리하게 된 현재 더욱 유감스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특히 박성훈의 경우 시즌2에 이어 시즌3에서도 기억에 남는 활약을 보여줬지만 이번엔 인터뷰조차 참여하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냈다. 다만 박성훈은 차기작으로 JTBC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을, 박규영은 넷플릭스 '사마귀'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후의 작품들에서는 대형 실수나 논란거리 없이 작품을 향한 진솔한 이야기를 하게될 수 있길 기대한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