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샘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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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뮤지컬이 뭐예요?"라고 묻는다면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적격이지 않을까 싶다. 댄스 분야에서 가장 볼거리로 꼽히는 '메가크루'를 뮤지컬에도 만날 수 있다.

오는 9월 14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진행되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30년대 대공황기의 뉴욕,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한다. 정통 쇼뮤지컬의 무대 구성과 탭댄스 퍼포먼스로 유명한 작품이며, 화려한 무대와 대규모 앙상블의 화려한 탭댄스로 꾸며진 쇼다.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답게 시원하던 공연장은 막이 오를 시간이 다가오자 서서히 열기로 채워졌다. 무대 위 조명이 켜지자 약 30여 명의 배우는 경쾌한 음악에 각도까지 디테일하게 맞춘 탭댄스로 관객들을 반갑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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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속에서 이들은 미국에서 하나의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극단의 수많은 팀원과 합을 맞춘다. 극 중 줄리안 마쉬는 연출가로서 팀원들을 이끎과 동시에 현실에서는 대사들만으로 관객들에게 무대의 흐름과 상황을 설명하는 두 가지 역할을 소화했다. 이는 관객들이 극의 흐름과 무대 속 장면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중심축이 됐다.

'브로드웨이 42번가' 속 주인공은 무명의 코러스걸 '페기 소여'다. 꿈 하나만을 가지고 극단을 찾은 페기 소여는 여러 번의 수준급 탭댄스 독무를 비롯해 연기력 그리고 극단에 정식으로 합류하기도 전에 팀원들과 능청스럽게 대화까지 나누는 등 가지고 있는 매력들만으로 관객들의 웃음과 박수를 동시에 유발했다.

놀랍게도 페기 소여의 수준급 탭댄스 실력은 30여 명의 앙상블까지 모두 갖추고 있었다. 이들은 극 초반부터 말까지 약 5회 이상의 탭댄스 향연을 펼쳤다. 또 탭댄스가 이 뮤지컬의 메인이기는 하나, 앙상블들은 발레라는 장르도 동원해 칼군무를 만들었다. 이때 천장에는 약 10개가 넘는 대형 거울이 고정된 채 내려오면서 관객들이 마치 천장에서 단체 군무를 관람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뛰어난 아이디어까지 보여 참신함을 끌어냈다.

작품에는 선량함과 훈훈함도 가득했다. 극단 속에서 팀원 역할을 하는 30여 명의 앙상블은 갑작스레 들어온 페기 소여를 고운 시선으로만 바라봤다. 그녀가 가진 뛰어난 재능에 셈을 내거나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 이들은 30명 중 단 한 명도 없었다. 당초 공연의 주인공 자리에 설 예정이었던 도로시 브록이 페기 소여를 질투하긴 했지만, 도로시 브록은 페기 소여가 자신의 주인공 자리를 꿰찼음에도 불구하고 이내 그녀에게 디테일한 조언까지 건네는 등 '8세 이상 관람 가능'에 적합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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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도 곳곳 보였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140분(2시간 20분)짜리 공연이다. 1부 초반에는 30명에 달하는 앙상블들이 만든 화려한 군무로 관객들의 눈을 크게 만드는 데에 성공했지만, 페기 소여의 극단 입단 과정에서 전개의 느려짐이 나타났다. 이후 상황이 빠르게 전개되긴 했으나, 다양한 콘셉트의 군무에 메인 배우들의 가창력까지 보여주려니 1부만 1시간 20분에 달했다. 옆자리 관객은 하품했으며, 앞자리 관객들은 대화를 나누는 등 서서히 공연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인공 페기 소여는 화려한 탭댄스 실력을 갖추고 있는 '코러스 걸'이다. 극 중 줄리안 마쉬는 도로시 브록을 대신해 주인공이 된 페기 소여에게 "노래 6곡과 10종류의 댄스를 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가창력을 뽐낸 건 도로시 브록(총 3번)이었으며, 페기 소여는 약 두 번의 합창과 두 번의 짧은 노래를 보여 뛰어난 노래 실력을 확인하기는 다소 어려웠다.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어 준 댄스 군무에서도 약간의 디테일이 아쉬웠다. 화려한 조명과 대형 소품 등으로 관객들이 군무를 더욱 실감 나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나, 몇몇 탭댄스 군무에서는 음악에 맞춰 군무만 1분 가까이 이어갔다. 중간중간 "하!" 등의 추임새 등이 들어갔다면 관객들에게 군무를 더욱 인상 깊게 남겼을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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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 마쉬가 이끈 공연은 우여곡절 끝에 무대를 성황리에 마친다. 거리를 배회했던 무명의 페기 소여는 줄리안 마쉬 공연의 주인공을 맡게 되면서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다양하면서도 화려한 군무들과 함께 관객들에게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제공한다. 해당 작품의 경영 프로듀서와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신형관, 김미혜 대표는 '브로드웨이 42번가'에 대해 "한 편의 쇼를 울리기 위해 꺾이지 않는 열정으로 시련과 좌절을 극복해 나가는 스토리가 담겼다"면서 "작품의 진짜 이야기는 '희망'이다. 각자의 무대에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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