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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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에서도 일에서도 '재수'가 있었다. 배우 추영우 이야기다. 대학 진학 때는 어이없는 실수로 '재수'했다. 배우로 데뷔한 뒤 승승장구했는데, 여기서도 '재수'가 많이 따랐다. 물론 배우로서 성공한 건 지망생일 때 했던 노력이 빛을 발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간 작품들을 성공적으로 마친 추영우는 드라마 '견우와 선녀'로 흥행 기세를 이어간다.

추영우는 23일 저녁 첫 방영되는 tvN '견우와 선녀'의 주인공을 맡았다. '견우와 선녀'는 죽을 운명을 가진 소년과 이를 막으려는 MZ무당 소녀의 로맨스를 그린다. 추영우는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긴 열여덟 고등학생 배견우 역을 맡았다.
'옥씨부인전'(위부터), '중증외상센터', '광장' 스틸. / 사진제공=JTBC, 넷플릭스
'옥씨부인전'(위부터), '중증외상센터', '광장' 스틸. / 사진제공=JTBC, 넷플릭스
추영우는 올해에만 세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각기 다른 얼굴을 보여줬고, 호평받았다. 지난 1월 종영한 JTBC '옥씨부인전'에서 추영우는 조선 최고의 로맨티스트 송서인 역으로 시청자를 설레게 했다. 방영 당시인 1월 4주차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에서는 '옥씨부인전' 임지연과 함께 나란히 출연자 화제성 1위, 2위에 올랐다. 추영우는 이 드라마로 제61회 백상예술대상 방송 부문 남자 신인연기상을 받았다.

추영우는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에서 펠로우 의사 양재원으로 분했다. 허당기 넘치지만 실력 있고 환자에게 진심인 캐릭터를 실감 나게 연기했다. '중증외상센터'는 전 세계 17개국 글로벌 TV쇼(비영어) 부문 1위, 대한민국의 톱10 시리즈 1위에 올랐다. 지난 1월 27일부터 2일 2일까지는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추영우는 지난 6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에도 출연했다. 여기서 현직 검사 이금손 역을 맡았다. 평생 조직을 이끌어온 아버지를 따르지 않고 검사로서 정의를 추구하려는 듯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조직 세계의 패권을 잡으려는 야욕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 추영우는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이중성 있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광장'은 한국을 비롯해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프랑스, 독일, 스위스를 포함한 총 75개 국가에서 글로벌 톱10 리스트에 진입했다. 9개 국가에서는 1위를 했다.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영상 캡처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영상 캡처
이처럼 2021년 데뷔한 추영우는 올해 공개된 3개 작품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이러한 성공에 '운'만 따랐던 것은 아니다. 추영우는 배우가 되기 위해 연기를 전공하고, 배우 지망생 기간에는 수없이 오디션에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추영우는 6년 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학생으로 우연히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약 33초간 등장했다. 인터넷에서 자신을 검색했을 때 희망하는 연관 검색어로 "배우 추영우, 추영우 연기, 추영우 작품"을 꼽았다.

추영우는 원래 세종시에서 명문고로 꼽히는 자율형공립고등학교(자공고) 한솔고에 다녔던 이과생이었다. 수학, 과학을 좋아했던 추영우는 고2 때 진로 상담을 받던 중 진로를 고민하게 됐고, 부모님께 "공부 그만하겠다. 가고 싶은 과가 없다"고 했다고. 예중, 예고를 나오지 않았던 그는 고3 때 연기 입시학원에 들어가 연기 공부에 돌입한다. 늦은 시작에 부족함을 체감했던 그는 무용홀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며 눈 떠서 잠들 때까지 연습했다. 다이어트도 열심히 했는데, 견과류 한 봉지로 하루를 버티며 86kg에서 64kg까지 감량했다고 한다.
사진제공=tvN '견우와 선녀'
사진제공=tvN '견우와 선녀'
추영우는 2018년 입시에서 세종대와 서울예대에 합격했다. 세종대에 등록했지만 합격은 취소됐다. 알고 보니 등록금 납부 마감 기일이 당겨진 것을 모르고 등록금 내는 시기를 놓쳐버린 것.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른 추영우는 "세상이 무너졌다"고 한다. 하지만 절치부심, 1년 후 그는 연기 명문으로 꼽히는 한예종, 세종대, 서울예대에 모두 합격했고, 한예종에 장학생으로 입학한다.

연기자로서 탄탄대로일 것 같았지만 추영우는 또 좌절했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슈룹', '펜트하우스', 'D.P.', '택배기사' 등 각종 오디션을 100번 정도 봤지만 모두 탈락했다고. 추영우는 "너무 절실해서 긴장도 많이 했고 그 당시엔 연기가 지금보다 부족했다"며 "오디션장에서 한예종 출신 맞냐는 얘길 많이 들었다. 연기를 너무 못해서"라고 전했다. 심지어 "아버지가 '네가 만약 배우가 안 됐을 때 우리 집은 재벌이 아니니 일해서 먹고살아야 하는데, 자격증이라도 따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난 발끈해서 '나는 죽을 때까지 연기할 거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과 근성, 열정은 추영우가 출연작 3연속 히트를 이끈 바탕이었다. 그는 이번에는 조이현과 함께 청춘 로맨스 '견우와 선녀'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연출을 맡은 김용완 감독은 추영우에 대해 "좋은 작품을 통해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 친구가 오르막을 올라가고 있을 때 우리 작품을 하게 됐다. 마치 로또 같다"고 말했다. 감독의 바람처럼 추영우가 또 한 번 흥행 운을 터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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