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종영한 '데플스 플랜2'는 14명의 참가자가 6박 7일 동안 제한된 공간에서 두뇌 게임을 통해 최후의 1인을 가리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더 지니어스' 시리즈, '소사이어티 게임' 시리즈 등 두뇌 서바이벌을 선보여온 정종연 PD가 연출했다.

정현규는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재학 중이며, 멘사 측정 가능 IQ 최대치 156을 기록했다. 80만 팔로어를 가진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데블스 플랜2'에서 정현규는 초반 조용하면서도 비상한 플레이로 숨은 강자의 면모를 보여줬다. 회차를 거듭하며 정현규-윤소희-규현의 연합은 단단해졌다. 연합 플레이는 이전의 두뇌 서바이벌에서도 매번 나왔던 전략. 하지만 이번에 유독 시청자들에게 비판받는 것은 '정현규 연합'이 타당한 이유 없이 정현규에게 몰아주기식 작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준결승전에서 경쟁자 세븐하이마저도 "왜 맨날 (연합에서) 현규는 1등이냐"라고 말했다. 답답했던 시청자들이 이 장면을 '데블스 플랜2'의 명장면으로 꼽을 정도다.

배신과 거짓말은 두뇌 서바이벌 예능에서 어느 정도 허용된다. 하지만 정현규가 비판받는 또 다른 이유는 지나치게 교만하고 건방진 태도 때문이다. 그는 게임 도중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출신 모델 최현준에게 "너 산수할 줄 아냐", "우리 산수 해볼까", "십진법으로 계산한 거 맞냐" 등 발언으로 시청자들 사이에 논란이 됐다. 변호사 손은유에게 "그쪽", "물건은 압수" 등 하대하듯 말하기도 했다. 자신의 감옥행이 유력해지자 "감옥 매치 해보고 싶다"는 말을 번복하고 "나 감옥 가기 싫다"는 졸렬한 모습도 보였다.
정현규는 "처음에 프로그램에 들어갈 때 우승을 위해 정해진 시스템과 룰 안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 나가는 플레이어가 되려고 했다"며 "그 과정에서 불쾌함을 드린 것 같아 반성하고 있고 고쳐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떤 부분을 반성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프로그램 안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해서 공격적인 말을 한다든지 상대방을 기선 제압하기 위해 세게 말한다든지 한 부분이다. 진심이었지만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다면 내 책임이다"라고 답했다.

정현규는 우승하며 3억8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이에 대해서는 "프로그램 끝나고 수령했다. 원래도 그럴 의향이 있었지만 일정액 기부할 생각이다. 출연진과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할 생각이다. 아직 정확히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간 시청자들이 정현규를 응원했던 이유는 자신감 넘치고 저돌적인 모습 때문이었다. 하지만 '데블스 플랜2' 우승의 과정이 불명예스러웠다. 자신을 향한 비판에는 그저 사과를, 결별설에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데블스 플랜2' 초반과 '환승연애2'에서 당찬 모습을 보여줬던 정현규의 두루뭉술 미적지근한 태도는 더욱 아쉬움과 실망감을 남기는 이유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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