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스 플랜2' 정현규. / 사진제공=넷플릭스
'데블스 플랜2' 정현규. / 사진제공=넷플릭스
우승의 영광은 없었다. 넷플릭스 두뇌 예능 '데블스 플랜: 데스룸'(이하 '데블스 플랜2')의 우승자 정현규에게 남은 것은 시청자들의 질타뿐이었다. 납득하기 어려운 연합 작전과 무례한 언행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그는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지만 "죄송하다", "반성한다"라는 말만 반복할 뿐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달 종영한 '데플스 플랜2'는 14명의 참가자가 6박 7일 동안 제한된 공간에서 두뇌 게임을 통해 최후의 1인을 가리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더 지니어스' 시리즈, '소사이어티 게임' 시리즈 등 두뇌 서바이벌을 선보여온 정종연 PD가 연출했다.
'데블스 플랜2'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데블스 플랜2'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데플스 플랜2'는 2주차까지만 해도 시청자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그간 두뇌 서바이벌에서 보지 못했던 출연자들, 시즌1보다 흥미로워진 게임 등 여러 요소에서 크게 사랑받았다. 하지만 최종회 공개 후 시청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논란의 중심에는 우승자 정현규가 있다.

정현규는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재학 중이며, 멘사 측정 가능 IQ 최대치 156을 기록했다. 80만 팔로어를 가진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데블스 플랜2'에서 정현규는 초반 조용하면서도 비상한 플레이로 숨은 강자의 면모를 보여줬다. 회차를 거듭하며 정현규-윤소희-규현의 연합은 단단해졌다. 연합 플레이는 이전의 두뇌 서바이벌에서도 매번 나왔던 전략. 하지만 이번에 유독 시청자들에게 비판받는 것은 '정현규 연합'이 타당한 이유 없이 정현규에게 몰아주기식 작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준결승전에서 경쟁자 세븐하이마저도 "왜 맨날 (연합에서) 현규는 1등이냐"라고 말했다. 답답했던 시청자들이 이 장면을 '데블스 플랜2'의 명장면으로 꼽을 정도다.
'데블스 플랜2' 정현규. / 사진제공=넷플릭스
'데블스 플랜2' 정현규. / 사진제공=넷플릭스
최근 텐아시아와 인터뷰에서 정현규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진심으로 임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말도 했고 공격적인 태도나 자세를 보여줬던 것 같다"며 "그런 제 모습이 많은 분을 불편하게 해드렸고, 제작진과 다른 출연자들에게도 폐를 끼친 것 같아 죄송하다.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7일 동안 몰입해서 많이 힘들었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친 상태였다. 세트장 나온 이후로 한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쉬었다"고 설명했다.

배신과 거짓말은 두뇌 서바이벌 예능에서 어느 정도 허용된다. 하지만 정현규가 비판받는 또 다른 이유는 지나치게 교만하고 건방진 태도 때문이다. 그는 게임 도중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출신 모델 최현준에게 "너 산수할 줄 아냐", "우리 산수 해볼까", "십진법으로 계산한 거 맞냐" 등 발언으로 시청자들 사이에 논란이 됐다. 변호사 손은유에게 "그쪽", "물건은 압수" 등 하대하듯 말하기도 했다. 자신의 감옥행이 유력해지자 "감옥 매치 해보고 싶다"는 말을 번복하고 "나 감옥 가기 싫다"는 졸렬한 모습도 보였다.

정현규는 "처음에 프로그램에 들어갈 때 우승을 위해 정해진 시스템과 룰 안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 나가는 플레이어가 되려고 했다"며 "그 과정에서 불쾌함을 드린 것 같아 반성하고 있고 고쳐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떤 부분을 반성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프로그램 안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해서 공격적인 말을 한다든지 상대방을 기선 제압하기 위해 세게 말한다든지 한 부분이다. 진심이었지만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다면 내 책임이다"라고 답했다.
'데블스 플랜2' 정현규. / 사진제공=넷플릭스
'데블스 플랜2' 정현규. / 사진제공=넷플릭스
정현규는 자신에게 힘이 돼줬던 규현과 윤소희에게 미안해했다. 규현은 자신이 탈락하면서까지 현규를 도왔고, 윤소희는 결승에서 정현규에게 결국 패배했다. 정현규는 "전략적으로 소희 누나와 규현 형에게 동맹을 제안했고 제 편이 돼줬다. 소희 누나와 규현 형이 비판받고 있어서 미안하다"며 "제가 조금 더 유하게 플레이해야 하지 않았나 후회된다"고 자신을 돌아봤다. 또한 "셋이 연합해 게임하며 이기다 보니 동지애 같은 마음이 생겨서, 셋이 최종 3인이 되어 정정당당하게 게임으로 겨뤄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고 끈끈했던 이유를 이야기했다.

정현규는 우승하며 3억8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이에 대해서는 "프로그램 끝나고 수령했다. 원래도 그럴 의향이 있었지만 일정액 기부할 생각이다. 출연진과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할 생각이다. 아직 정확히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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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규가 얼굴을 알리게 된 건 연애 예능 '환승연애2'에 출연하면서다. '환승연애2'에서는 성해은과 커플이 됐으나, 지난 4월 성해은과의 럽스타그램 게시글이 삭제되면서 둘은 결별설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정현규는 "저와 해은은 방송을 통해 만났다. 커플이 되고 화제성을 얻고 둘 다 방송, 연예 활동을 했지만 커플 자체가 상품이 되는 걸 피하고 싶어 (직접적 언급을) 지양했다. 서로 보호하고 많이 아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서로 응원하는 사이라고밖에 말씀을 못 드릴 거 같다"며 결별설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간 시청자들이 정현규를 응원했던 이유는 자신감 넘치고 저돌적인 모습 때문이었다. 하지만 '데블스 플랜2' 우승의 과정이 불명예스러웠다. 자신을 향한 비판에는 그저 사과를, 결별설에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데블스 플랜2' 초반과 '환승연애2'에서 당찬 모습을 보여줬던 정현규의 두루뭉술 미적지근한 태도는 더욱 아쉬움과 실망감을 남기는 이유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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