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형 감독 / 사진제공=NEW
강철형 감독 / 사진제공=NEW
"재밌는 상상이었어요. 망상과 상상 그 중간쯤이었죠."

강형철 감독이 오락성에 중점을 두고 영화 '하이파이브'를 만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이파이브'는 장기이식으로 우연히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이 그들의 능력을 탐하는 자들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 활극. 강 감독은 이 영화를 연출하고 대본을 집필했다.

'하이파이브'의 구성과 연출은 만화를 연상시킨다. 강 감독은 "만화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어렸을 때 비디오 대여점에서 살다시피 했다. 학교 끝나면 재밌는 영화를 빌려서 가는 게 그렇게 행복했다. 아직도 마음속에 추억이 있다. 제 인생 가장 행복했던 순간 몇 개 꼽으라면 그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란 사람이 '비디오 가게 감독'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거기 가면 다양한 영화가 있는 거다"라며 "저한테 몇 편의 영화를 찍을 기회가 주어졌는데, 이번 영화는 오락영화를 찍고 싶었다. 만화 같은 오락영화를 찍고 싶단 생각이 강했다"고 전했다.
'하이파이브'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안나푸르나필름
'하이파이브'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안나푸르나필름
이번 영화는 마약 혐의로 논란을 일으킨 유아인이 출연했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러한 논란이 있기 전 촬영했는데, 코로나 팬데믹, 유아인 마약 혐의 논란 등으로 개봉이 늦춰졌다.

강 감독은 유아인의 마약 혐의 논란과 관련해 "난감했다"고 조심스레 털어놓았다. 이어 "많은 분의 노력과 자본이 투입된 작업이다. 재능 있는 많은 사람이 인생의 한때를 바쳐서 한 작업이다. 영화 외적인 이유로 관객을 못 만날 수 있다는 위기까지 갔으니 큰일이다 싶더라"고 말했다. 또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인 제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영화를 만들고 후반 작업을 해서 내보내야 하는 것이었다"라며 "한 사람의 영화가 아니고 한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가 아닌, 많은 배우의 앙상블이 어우러진 영화"라고 강조했다.

이번 영화는 특정 캐릭터에게 분량이 집중되지 않고, 다섯 초능력자의 팀워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유아인의 출연 분량 조정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많이 덜어내진 못했다. 배우들의 앙상블이 다친다. 빛나는 연기를 해준 안재홍과 라미란, 이재인이 다친다. 또 관객들에게 실례이자 잘못이다"라며 "장인이 무언가를 미세하게 다듬듯이 세공 작업을 했다"고 답했다.

유아인은 마약류 상습 투약 혐의로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고 법정 구속됐지만,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로 감형되면서 구치소에서 석방됐다. 개봉을 앞두고 유아인과 얘기를 나눴냐는 물음에 강 감독은 "네"라고만 답하고 말을 아꼈다.
'하이파이브' 포스터. / 사진제공=쇼박스, 안나푸르나필름
'하이파이브' 포스터. / 사진제공=쇼박스, 안나푸르나필름
강 감독은 '과속스캔들'로는 박보영, '써니'로는 심은경을 주목받게 했다.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이재인. 캐스팅 기준에 대해 강 감독은 "절대적으로 '적역인가'이다"라며 "아무리 스타이고 미남, 미녀라도 적역이 아니면 제가 못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인을 처음 본 게 영화 '사바하' 때였던 것 같다. 시상식에서 수상할 때 제가 객석에 앉아있었다. 긴장해서 수상 소감을 얘기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어린 친구가 반짝반짝 빛나더라. 기회가 되면 작업하고 싶었다. 오디션도 봤지만 완서 역으로 이재인을 운명처럼 만나게 됐다"고 전했다.

애드리브인지 원래 대사인지 구분이 안 될 만큼 실감 나는 코믹 연기를 보여준 안재홍. 강 감독은 "나도 어느 순간 이게 대본인지 아닌지 모르겠더라. 대본을 다시 봐야겠다 싶었다"며 "안재홍은 단순 코미디 배우가 아니다. 유머가 출중한 명연기를 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라고 칭찬했다.
강철형 감독 / 사진제공=NEW
강철형 감독 / 사진제공=NEW
'스윙키즈' 이후 7년 만에 영화를 선보이게 된 강 감독은 어려워진 극장 산업을 걱정했다. 그는 "저는 극장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추억이 많다. 극장의 냄새며 그 공간이 주는 설렘. 만약 극장이 없어진다면 슬플 거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극장이 없어지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제가 할 수 있는 건 관객이 극장에 올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제가 선보이는 비디오 가게는 장르의 다양성을 가진 가게가 되길 바랍니다. 모든 관객을 만족시킬 순 없어도 '그 비디오 가게에 가면 재밌는 영화가 있다. 다만 후진 영화는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어요. 잿밥에만 관심 있는 진정성 없는 영화들도 가끔 있잖아요. 그런 부끄러운 영화가 없는 비디오 가게를 만들고 싶습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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