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새 월드투어 서울 단독 공연/ 사진 제공=JYP엔터테인먼트"여러분이 꽉 찬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언젠가 이 공연장도 작아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늘 공연을 마지막으로 이 공연장과 '빠이빠이' 하고 싶어요. 더 넓은 데 가서 놀면 얼마나 좋아요." (주연)
이제 올림픽홀도 작다. 밴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올림픽홀을 열기로 꽉 채운 채 4일간의 여정을 마쳤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Xdinary Heroes, XH, 이하 엑디즈)는 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새 월드투어 'Xdinary Heroes World Tour'(<뷰티풀 마인드>, 이하 'Beautiful Mind') 서울 공연을 열었다. 지난 2~4일에 이어 마지막 회차다. 월드투어 'Beautiful Mind'는 엑디즈의 이름을 내건 두 번째 월드투어로, 첫 월드투어 대비 한층 확장한 규모로 진행됐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새 월드투어 서울 단독 공연/ 사진 제공=JYP엔터테인먼트
이날 엑디즈는 신보 타이틀곡 '뷰티풀 라이프'(Beautiful Life)로 포문을 열었다. 엑디즈는 변화무쌍한 흐름이 특징인 이 곡으로 다채로운 매력을 자랑한 뒤, 건반 멜로디가 두드러지는 '심포니'(XYMPHONY)로 무대를 이어갔다. 정수는 현란한 건반 연주로 관객을 숨죽이게 했다. 메인 보컬인 정수가 노래할 때는 또 다른 건반 담당 멤버인 오드가 연주를 맡았다. 보컬과 악기 연주가 어우러지며 멤버들의 음악적 합이 빛났다.
멤버들은 연달아 여섯 곡을 소화한 뒤 자신감 넘치는 인사를 건넸다. 한 페스티벌에서 '스트로베리 케이크'(Strawberry Cake)를 부른 영상이 입소문을 타며 '4세대 보컬 탑'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주연. 주연은 "여러분들이 만들어 주신 '4세대 보컬 탑'"이라고 당당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정수는 출신지를 살려 "올림픽홀에 마실 온 일산 왕자"라고 인사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주연/ 사진 제공=JYP엔터테인먼트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정수/ 사진 제공=JYP엔터테인먼트
멤버들은 원곡과 달리 변주를 주며 라이브 공연의 생동감을 끌어올렸다. 주연과 정수, 오드는 '어게인? 어게인!'(AGAIN? AGAIN!)에서 감미로운 하이라이트 부분을 기합 넣듯 힘차게 불렀다. 오드는 가사를 바꿔 부르기도 했다. 그는 '너에게 빠지지 않을 방법을 내게 알려줘'라는 노랫말을 '너에게 빠지지 않을 방법은 없더라고요'로 개사해 팬심을 저격했다.
악기 솔로도 무대의 다채로움을 더했다. 엑디즈는 곡을 자연스럽게 잇는 연결고리로 악기 솔로를 활용했다. '배드 케미컬'(Bad Chemical) 이후 '러브 앤 피어'(LOVE and FEAR)로 이어지는 구간에서 주연의 베이스 솔로를 볼 수 있었다. '조지 더 랍스타'(George the Lobster)에 앞서서는 정수와 오드의 건반 연주가 각각 이어졌다. '써커 펀치'(Sucker Punch!)로 넘어갈 때는 건일의 드럼이 휘몰아쳤다. '워킹 투 더 문'(Walking to the Moon)을 앞두고는 가온의 기타 연주가 펼쳐졌다. 준한은 '브레이크 더 브레이크'(Break the Brake)에 앞서 기타 솔로로 분위기를 달궜다. 각 악기의 색깔이 뚜렷하게 드러났으며, 관객은 곡과 곡 사이에서도 쉴 틈 없이 몰입할 수 있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준한/ 사진 제공=JYP엔터테인먼트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오드/ 사진 제공=JYP엔터테인먼트
오드는 오랜만에 숄더 키보드를 꺼내 들었다. 평소 고정된 위치에서 신디사이저를 치던 오드는 숄더 키보드를 멘 채 무대 곳곳을 누볐다. 오드는 지난해 11월 열린 콘서트에서 처음으로 숄더 키보드를 연주했다. 주연은 "오드가 약속을 지켰다. 작년에 처음 꺼냈던 키타를 오랜만에 보여줬다"라며 이를 언급했다. 오드는 숄더 키보드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많은 소리를 낼 수 있다. 특히 뾰족한 소리가 매력적인 친구"라고 소개했다. 그는 "약간 나 같다"고 덧붙여 귀여운 매력을 뽐냈다.
멤버들은 끝까지 넘치는 에너지를 자랑했다. 마지막 곡인 '머니 온 마이 마인드'(Money On My Mind)의 준한 기타 솔로 구간에는 가온이 무대에 누워서 악기를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오드도 함께 누워 숄더 키보드를 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들과 마주 보고 선 주연은 멤버 위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는 동시에 헤드뱅잉을 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새 월드투어 서울 단독 공연/ 사진 제공=JYP엔터테인먼트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새 월드투어 서울 단독 공연/ 사진 제공=JYP엔터테인먼트
구조물과 소품을 활용한 무대 연출은 몰입감을 높였다. 첫 섹션의 세 번째 곡인 '바이시클'(Bicycle)쯤 무대 뒤편에서 깃발이 등장했다. 깃발이 바람에 따라 휘날리며 웅장한 분위기를 더했다. 새 앨범 콘셉트와도 어울리는 연출이었다. '워킹 투 더 문' 때는 천장에서 나비 형태의 구조물이 내려왔고, 푸른빛과 초록빛을 띠며 몽환적인 느낌을 줬다. 명왕성을 주제로 한 노래인 '플루토'(PLUTO) 때는 별을 형상화한 그래픽을 입혔다. '나이트 비포 디 앤드'(Night before the end)에서는 붉은빛으로 물들더니 불타오르며 분리돼 불나방을 연상케 했다. 또, 오드는 '필링 나이스'(FEELING NICE)와 '머니볼'(MONEYBALL) 등 곡에서 확성기 퍼포먼스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조명 연출 면에서는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핀 조명이 노래를 부르는 중인 멤버에게만 집중돼, 다른 멤버들의 악기 연주 장면을 감상하기 어려웠다. 다양한 악기가 어우러져 하나의 곡을 완성해 나가는 모습은 밴드 공연의 큰 묘미인 만큼, 이러한 연출은 아쉬움을 남겼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건일/ 사진 제공=JYP엔터테인먼트
강렬한 곡이 연달아 이어지는 세트리스트 탓에 부담감도 있었다고. 건일은 "이번 콘서트만큼 심적 부담이 큰 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세트리스트가 굉장히 하드했다. 합주 준비할 때부터 세트리스트 반 정도 오면 쉬었다가 가야 할 정도였는데, 다 하고 나니까 후련하기도 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주연도 "옛날에는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4일 간의 여정이 이렇게 끝나게 되니까 시원섭섭하다. 안 될 것 같은 게 되니까 뿌듯하기도 하고, 끝난다니까 서운하기도 하다"며 공감했다.
정수는 좋지 않은 목 상태로도 4일 간의 공연을 해냈다. 그는 공연 중 악기 밑 공간에 숨어서 약을 먹고 무대를 이어가는 등 투혼을 펼쳤다. 그럼에도 정수는 "이번 콘서트에 프로답지 못한 모습으로 임했던 것 같아서 아쉬움이 컸다"고 고백했다. 그는 "성치 않은 목으로 노래하는 그 순간에도 여러분은 항상 저를 보면서 '좋다, 고맙다' 해주고 있더라. 그걸 보면서 느꼈다. 무대에서 노래를 어떻게 하는지보다는, 보러 와주신 분들께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선물을 전해드리는 게 나의 직업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가온/ 사진 제공=JYP엔터테인먼트
가온은 속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사실 올해 들어서 제가 많이 바뀌었다. 작년에는 의지박약이었다.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더라. 빌런즈(팬덤명)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했다. 강한 척도 해봤다. 결국 무대 하면서 다 드러나고 티가 나더라. 그래서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가온은 "좋은 말도 해주고, 건강한 것도 먹고, 몸도 많이 움직였다"며 "비실거렸던 제가 이렇게 4일이나 우뚝 서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냥 올해부턴 저를 믿기 시작했다"며 눈을 반짝였다.
멤버들은 서로를 향한 애정을 내비쳤다. "하고 싶은 걸 쭉 할 것"이라던 가온은 "일단 이 친구들과 죽을 때까지 같이 음악을 하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양쪽 팔에 테이핑을 한 건일은 "'불꽃놀이의 밤'을 하는데 준한이와 눈이 마주쳤다. 절 보면서 웃고 있더라. 솔직히 팔이 너무 아파서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준한이의 미소에 아픔과 긴장, 모든 안 좋은 것들이 사르르 녹아내렸다"고 해 감동을 자아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새 월드투어 서울 단독 공연/ 사진 제공=JYP엔터테인먼트
데뷔 후 첫 콘서트 때는 군데군데 빈 좌석이 있었지만, 이날은 엑디즈의 무대를 보러 온 관객으로 같은 공연장이 꽉 찼다. 건일은 "박진영 PD님이 항상 하시는 말이 있다. '가수는 항상 콘서트를 하고 싶다. 그렇지만 표를 사서 우리를 보러 와주는 분들이 있어야지 콘서트를 할 수 있다.' 이 말이 항상 가슴 깊숙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데뷔하고 여기서 첫 콘서트를 했을 때 많이 비어 있었는데 이렇게 꽉 차 있는 모습을 보니까 정말 감사하다. 여러분이 보러 와주셨기 때문에, 그리고 보러 와주실 거기 때문에 계속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할 수 있다"며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